'올가미 드레스' 입은 女모델…노출인줄 알았더니 "XX 중단하라"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2023.05.3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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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사진=모델 마흘라가 자베리 인스타그램/AFPBBNews=뉴스1/사진=모델 마흘라가 자베리 인스타그램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한 이란 출신 모델이 교수형 매듭이 가슴팍에 장식된 드레스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2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CBS,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이란계 미국인 모델 마흘라가 자베리가 지난 26일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진행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서 올가미 모양의 블랙 홀터넥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논란이 됐다.

마흘라가 자베리는 드레스 디자이너 질라 세이버가 디자인한 의상을 착용했다. 해당 드레스의 뒷자락에는 'STOP EXECUTION'(사형을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자베리는 올가미 드레스를 입은 이유로 "이란인들이 겪는 부당한 처형에 대해 언론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레스에 대해 질라 세이버는 "무고한 이들을 사형하는 이란의 극악무도한 범죄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작음 움직임이지만 부정을 척결하는 발걸음이 될 것"고 설명했다.



/사진=모델 마흘라가 자베리 인스타그램/사진=모델 마흘라가 자베리 인스타그램
영화제 직후 자베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란 사람들에게 바친다"라는 글과 함께 30초 가량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 속 자베리는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목을 쓰다듬거나 눈을 감고 머리를 감싸 쥐는 모습을 보인다. 영상 속 배경 음악은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노래로 알려졌다. 해당 영상은 13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 중이다.

자베리의 퍼포먼스를 둘러싼 의견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자베리의 행동을 두고 용감하다고 칭찬했다. 그는 "올해에만 이란에서 200명 이상이 처형됐다. 정치에서 다수가 여성이었다면 더 이상 전쟁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도란 선임연구원 역시 "영화제에서 눈길을 끄는 시위였다"며 "자베리의 드레스는 이란의 잔인한 처형 문제를 환기시켰다"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좌파 언론인 야샤르 알리는 자베리의 행동에 대해 "수치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는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영상을 찍는 것이 무고한 이란인들의 처형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어떠한 설명 없이 '사형을 중단하라'는 자막으로 영상을 끝내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란은 세계에서 사형 집행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중의 하나다.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최근 발표한 연례 사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20개국에서 집행된 사형 883건 중 576건이 이란에서 이뤄졌다. 사형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중국·북한·베트남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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