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KIA 주전 포수는 누구입니까" 사령탑에 질문했더니...

스타뉴스 광주=김우종 기자 2023.06.02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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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 KIA 감독. 김종국 KIA 감독.


지난겨울, FA(프리에이전트) 양의지가 NC에서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포수 연쇄 이동이 시작됐다. 양의지의 이탈로 비상이 걸린 NC는 두산에서 뛰었던 박세혁을 품에 안았다. LG 역시 유강남이 롯데로 향하자 KIA에서 뛰었던 박동원을 즉각 데리고 오며 그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반면 박동원이 떠난 KIA는 새로운 포수를 수혈하지 못했다. 이에 많은 이들이 KIA의 올 시즌 가장 큰 약점으로 포수를 꼽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KIA는 현재까지 3명의 포수가 주로 출전하면서 묵묵하게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그 3명의 주인공은 한승택(29)과 주효상(26), 그리고 신범수(25).



한승택은 37경기에 출장해 타율 0.137(73타수 10안타) 3타점 4득점 9볼넷 29삼진 OPS(출루율+장타율) 0.414를 기록 중이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출장 기회를 받으며 KIA의 안방을 책임졌다. 올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공격보다는 투수 리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승택과 함께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주효상도 있다. 주효상은 올 시즌 19경기에서 타율 0.063(32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2볼넷 10삼진 OPS 0.181을 마크했다. 지난 14일부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다. 주효상은 지난해 11월 KIA가 키움에 2024시즌 신인선수 지명권(2라운드)을 주는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포수. 주효상 역시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욱 강점을 보이는 포수 자원이다.



그리고 14일 주효상과 자리를 맞바꾸며 1군으로 콜업된 포수 신범수가 있다. 올 시즌 신범수는 1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9(28타수 7안타) 3타점 2득점 6삼진 OPS 0.656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5월 24일 대전 한화전에서 선발 포수 마스크를 착용한 뒤 계속해서 중용되고 있다. 김종국 KIA 감독은 "타석에서 자세와 근성이 좋다. 기대감이 들게끔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수비 쪽에서도 프레이밍과 블로킹 등이 다른 포수들 못지않게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난달 30일 경기에서는 생애 첫 3안타 경기를 완성하기도 했다. 1일 KT와 홈 경기가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됐지만, 이날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건 신범수였다.

그렇다면 현재 KIA의 주전 포수는 누구일까. 김 감독은 1일 광주 KT전이 취소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마주해 "KIA의 주전 포수는 현재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지금 많이 나가는 사람이 주전"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감독은 "현재 컨디션이 좋은 사람이 주전이다. 딱히 누구를 꼽는다기보다는, 그래도 솔직히 경기는 (한)승택이가 제일 많이 나갔다"면서도 "지금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가 주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확실하게 누구를 꼽기는 어려울 것 같다. 퓨처스팀으로 내려간 (주)효상이도 컨디션이 올라올 수 있다. (김)선우(2021 2차 9라운드 84순위 지명)도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나가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KIA의 주전 포수라고 하면, 김 감독의 언급대로 경기에 가장 많이 출전했던 한승택을 떠올릴 법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신범수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팀 내 건전한 경쟁 체제가 펼쳐졌다. 여기에 사령탑도 사실상 '주전은 없다'고 못을 박으며 무한 경쟁 체제를 예고했다. 김 감독의 강단 있는 결단이 경쟁을 통해 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셈이다.

김 감독은 경기가 없었던 지난달 29일 대거 5명(주전 1루수 황대인, 클로저 정해영, 외국인 투수 숀 앤더슨, 좌완 불펜 김대유, 내야 유망주 윤도현)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충격 쇄신 요법'을 띄우기도 했다. 당연히 2군으로 향한 선수들과 1군에 남아있는 동료들 모두 긴장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을 터다. 이후 팀은 2연승을 거뒀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또 한 번 강단 있는 결단이 팀에 상승 작용을 일으킨 셈이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쇄신하는 건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달린 일"이라면서 "엔트리 교체는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제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지금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뛰는 것 같다. 지금 (1군에) 있는 선수들이 1군 선수라 생각하고 구성해왔다. 부진이나 부상 등으로 인한 교체가 아니라면 지금 선수들로 시즌을 꾸려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KIA는 22승 22패(승률 5할)로 NC와 공동 5위에 자리하고 있다. 아직 3강(LG-SSG-롯데) 구도는 견고하지만, 모든 팀이 현재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가 주전이다." 사령탑의 공언대로 포수뿐만 아니라, KIA 선수들 모두 '보장된 자리는 없다'고 생각하며 더욱 각성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공교롭게도 이제 KIA는 부산으로 이동해 3위 롯데와 운명의 주말 3연전에 임한다.

KIA 한승택. KIA 한승택.
KIA 주효상.KIA 주효상.
KIA 신범수.KIA 신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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