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꿈꾸는 日 반도체 사절단, 美서 차세대 기술 내려 받는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5.31 04:54
글자크기

해외거주 일본 기술자도 알바니 나노테크 센터로…
2나노 성패 결정하는 핵심 기술 'GAA' 습득 집중

IBM의 2나노미터 반도체 웨이퍼 /로이터=뉴스1IBM의 2나노미터 반도체 웨이퍼 /로이터=뉴스1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 일본이 새로운 반도체 공급망 거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일본 기업 연합으로 탄생한 반도체 제조업체 라피더스(Rapidus)가 미국 IBM과 기술제휴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기술이 대중화 되기 전인 지금을 일본 반도체 부활의 호기로 보는 듯하다.

3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라피더스가 IBM으로의 기술자 파견으로 2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반도체 시대에 필요한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기술을 습득하는 등 차세대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지난 4월부터 일본 기술자들을 미국 뉴욕주에 있는 IBM 반도체 연구개발(R&D) 시설에 보내기 시작했고, 총 100명 파견을 계획하고 있다. IBM의 R&D를 총괄하는 다리오 길 수석부사장은 "뉴욕주에 있는 알바니 나노테크 센터에 일본의 인재나 해외에 있던 일본인 기술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며 IBM 2나노 기술 획득을 위한 라피더스의 기술자 파견이 본격화됐음을 알렸다.

2나노 제품의 경우 3나노 공정으로 만든 제품보다 성능이 10% 정도 개선되고, 소비 전력은 20~30%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에도 중요하게 쓰이는 만큼 2나노 공정 기술 확보 및 시장 선점을 위한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현재 라피더스 기술자들이 습득하려는 GAA 기술은 반도체 회로 선폭 미세화에 따른 전류 누설을 막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2나노 공정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 기술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GAA 기술을 누가 먼저 안정적으로 적용하느냐에 따라 2나노 공정의 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IBM 측은 앞서 2나노 기술에 대해 "인류가 다룰 수 있는 기술 중 가장 어려운 기술 중 하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앞서 일본은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일본 대표 기업 8곳(토요타·소니·소프트뱅크·키옥시아·미쓰비시UFJ은행·덴소·NTT·NEC)의 연합으로 지난해 11월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이들 기업은 라피더스 설립을 위해 70억엔(약 659억3300만원)을 출자했고,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추가 지원까지 포함해 총 3300억엔(3조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생 업체는 오는 2027년 2나노 제품 양산을 목표로 삼았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라피더스는 2나노 반도체 관련 기술 확보에 집중하며 지난해 12월 IBM과 기술 제휴 협력을 체결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IBM 측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일본 기술자들을 IBM 측에 보내 2나노 공정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IBM은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2나노 반도체 칩 개발에 성공하며 첨단 반도체의 새 시대를 열었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재 분야에 강점이 있지만,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양산 분야에선 한국, 대만, 중국, 미국 등에 뒤처져 있다. 앞서 닛케이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에는 첨단 기술과 제조 공정의 경험을 가진 기술자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날 기사에서는 "기술 전환의 시기에 일본 반도체 부활의 명운을 건다"고 라피더스의 기술 습득 노력을 평가했다.

한편 일본 정부도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라피더스의 기술자 파견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라피더스의 기술자 파견이 시작된 지난 4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라피더스에 대한 2600억엔의 추가 지원을 밝히며 주요 목적으로 IBM으로의 기술자 파견을 꼽기도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