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보다 구하기 어려워"…'그래픽 칩 독점' 엔비디아, 몸값 폭발?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5.30 11:01
글자크기

더 복잡한 AI 모델 개발 등으로 GPU 수요 폭증…
칩 조달에 최소 6개월, 공급난 내년까지 갈 수도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오픈AI의 챗봇 '챗GPT'로 시작된 인공지능(AI) 열풍이 반도체 시장의 공급난으로 이어지며, 업계의 AI 개발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이런 부족 현상이 이미 AI 열풍 최대 수혜자로 꼽힌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의 추가 성장으로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왔다. 업계에선 현재의 공급난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에 나타났던 '화장지 대란'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내년까지 공급난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열풍 확산으로 AI 학습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GPU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구글 CEO(순다르 피차이)는 'AI 혁명'을 인간이 불을 사용하는 것에 비유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불을 지필 '디지털 불쏘시개'가 부족하다"며 GPU 공급난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들의 AI 개발 및 처리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PU는 AI 분야 정보처리에 활용된다. GPU를 사용하면 문장 생성 및 분석 등 생성형 AI 학습 등 여러 개의 연산을 병렬 처리 방식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작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GPU는 여러 개의 연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데 매우 뛰어나 AI 학습 관련 작업에 필수적인 칩으로 평가받는다. 엔비디아는 세계 GPU 공급량의 9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WSJ은 '챗GPT' 열풍으로 AI 개발과 투자 속도가 빨라졌고, 개발자들이 갈수록 더 복잡한 모델을 내놓고 이를 작동하기 위한 서버 용량도 커지면서 GPU 수요가 공급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UBS 분석에 따르면 챗GPT 이전 버전에는 약 1만개의 GPU가 필요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업데이트된 챗GPT 최신 버전에는 이전보다 3~5배가 많은 3만~5만개의 엔비디아 고급 GPU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엔비디아 GPU를 받으려면 주문 후 최소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WSJ은 "일부 소매업체에서 엔비디아 GPU는 현재 3만3000달러(약 4358만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수요 급증으로 더 높은 가격에도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AI 스타트업 라미니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샤론 저우는 "(GPU) 부족으로 업계의 누구를 아는지가 중요해졌다"며 GPU를 팬데믹 초기 사재기 열풍이 불었던 화장지에 비유했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지난 16일 "지금으로선 챗GPT 이용자가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GPU 병목현상을 언급했다.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23일 한 행사에서 GPU 공급난 상황에 대해 "현시점에서 GPU는 마약보다 구하기 훨씬 어렵다"고까지 표현했다.


업계는 GPU 공급난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한다. 일부 업체는 GPU 부족에 따른 서비스 중단 가능성을 우려해 클라우드 용량을 차단했다. AI 스타트업 일부는 자체적으로 물리적 서버를 구입하거나 GPU 품귀 현상이 해결될 때까지 오라클 등과 같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클라우드 공급사와 거래하는 등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머스크 CEO는 오라클의 여유 서버 공간 상당 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GPU 수요 급증 및 공급 부족은 엔비디아의 매출과 이미 급상승한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에만 166.5% 뛴 389.46달러(26일 종가 기준)를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은 1조달러 직전(약 9631억달러)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