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편의점 옛말…20대 사장님 늘었다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3.05.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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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진입장벽·창업비, 3사 젊은 점주↑ 50대 이상 ↓
유행 민감·신상품 홍보 적극적…업계서도 유입 환영

지난 23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종업원이 매장을 정리하고 있다. 2023.5.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지난 23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종업원이 매장을 정리하고 있다. 2023.5.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의점 사업에 뛰어드는 20대들이 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자유롭고 윤택한 생활을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편의점은 초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진입 장벽이 낮아 사회 초년생인 20대들의 유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편의점 사장님 20명 중 3명은 '20대'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 주요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신규 창업자 중 20대 점주 비중이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퇴후 편의점 옛말…20대 사장님 늘었다
CU에 따르면 신규 점주 중 20대 비중은 2020년 7.4%에서 2021년 10.4%, 2022년 16.2%로 증가했다. GS25도 2020년 12.9%에서 지난해 15.8%까지 늘었고 세븐일레븐 역시 2020년 11.4%에서 지난해 13%까지 커졌다. 반면 세 업체 모두 50대 이상 점주 비중은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다.



20대들이 편의점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창업'으로 20대들의 눈길이 쏠린 영향이다. 사업이 일반적인 회사보다 위험부담이 크긴 하지만 편의점 사업은 초기 자본이 일반적인 사업에 비해 적게 든다는 점에서 20대 사업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편의점 업체 기준 최저 창업비용은 2270만원으로 투자 예치금(임대보증금)를 고려하더라도 1억원 이내에 창업이 가능하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편의점이 급성장하고 있는 업종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가치가 큰 셈이다.

업무 환경을 익히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르바이트를 통해서도 일주일이면 적응이 가능하다. 실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20대가 창업 자금을 마련해 점주로 뛰어든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해 2월부터 서울 서초구 GS25 S매헌역점을 운영 중인 김성현 GS25 경영주(27)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점포를 한달 운영하며 편의점 사업을 결심했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던 꿈나무였지만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자카야,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을 거치며 장사 관련 경험을 쌓았다.


김 경영주는 "제일 잘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부모님은 (편의점 운영이) 힘들기도 하고 아직 젊은 나이에 제약이 큰 것 아니냐고 반대하셨지만 결국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파워 진열(물건을 대량으로 진열해놓는 것)'을 좋아해서 한 상품 위주로 많이 팔고 있는데, 완판됐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전략으로 4개월 만에 점포 매출을 2배가량 키우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트렌드 예민한 20대 점주, 신상품 홍보 강점
편의점 업계에서도 20대 점주들의 유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20대 점주의 경우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신상품과 최신 트렌드 상품 도입에 관심도가 커 편의점 주요 타깃층 공략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점주의 경우 매장마다 SNS 계정을 운영하며 온라인 집객 활동을 하기도 해 자발적인 홍보 효과도 내고 있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꾸려나가며 자신감도 얻는다.

서울 구로구의 CU 신원프라자점은 지난해 8월 20대 경영주가 인수하고 난 뒤 매출이 이전보다 20~30%가량 증가했다. CU 신원프라자점을 운영하는 이성봉(25) 경영주는 "신상품을 꾸준히 발주하면서 상품을 보는 눈을 좀 기른 것 같다"며 "신상품이 많은 점포다 보니 편의점 신상품을 리뷰하는 유튜버, 블로거 등 이색 손님들도 종종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에서 편의점 사업을 하시는 부모님이 권유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원하지 않았지만, 막상 사업을 하게 되면서 (경영의 결과로 매출이 뛰니)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섣불리 편의점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권이 좋은 지역의 편의점의 경우 일반적인 직장인보다 몇 배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은 수익이 직장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면 실망이 클 수 있다"며 "무작정 뛰어들기보다는 다니던 직장과의 장단점을 고려해 사업을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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