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대체율 100% 달성한 독일 시멘트사, 어떻게 가능했나

머니투데이 베쿰(독일)=지영호 기자 2023.05.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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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시멘트로드]①

편집자주 1450도 이상의 고열을 만들어내는 석탄이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사라졌다. 시멘트 선진국 유럽의 얘기다. 온실가스 억제를 위한 탄소배출에 비용이 높아지자 석탄 사용을 중단한 것이다. 그 빈자리를 쓰레기가 메우고 있다. 아직 쓰레기 자원화가 요원한 우리와 달리 대체율 100%에 근접하고 있는 유럽의 시멘트 산업을 추적해본다.

독일 베쿰에 위치한 피닉스 시멘트 공장. 오른쪽 트레일러를 통해 폐기물업체가 수거한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가 순환자원저장창고로 옮겨진다./사진=지영호 기자독일 베쿰에 위치한 피닉스 시멘트 공장. 오른쪽 트레일러를 통해 폐기물업체가 수거한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가 순환자원저장창고로 옮겨진다./사진=지영호 기자


"우리 공장의 연료대체율은 100%입니다."

지난달 22일 토어스턴 코츠워(Thorsten Kotzur) 피닉스 시멘트 빌딩엔지니어가 이같이 말하자 방문단 내에서 '우와' 하는 작은 탄성이 나왔다. 피닉스 시멘트 공장은 독일의 중소도시 베쿰에 있는 연간 50만톤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소규모 공장이다.

그는 "유연탄 사용은 0(제로)"라며 "연간 6만5000톤의 대체연료가 대신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안내를 받아 대체연료 저장소로 진입하자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정제된 듯 하면서도 후각을 찌르는 악취는 분명 쌓여있는 물질이 쓰레기 임을 증명해줬다. 머리 위에서 포크레인 2개를 엇갈린 듯한 집게 모양의 기계가 내려와 쓰레기를 한움큼 집어 레일을 따라 이동해 후방으로 날랐다.

화석연료 대체율 100% 달성한 독일 시멘트사, 어떻게 가능했나
쓰레기를 손으로 집었다. 상상 이상으로 가벼웠다. 물질들을 자세히 보니 대부분 비닐이나 스티로폼 같은 가벼운 연소 물질이었다. 완벽하게 걸러져 있다는 걸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피닉스 공장의 원료가 되는 쓰레기 자원은 주로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 동물뼈·사체, 폐기 오일 등이다. 7개 폐기물업체가 수거해 가공한 뒤 공급한다. 수분함량과 분쇄 수준에 따라 2종류로 나뉘는데 고운 입자를 보유한 폐기물을 높은 온도가 필요한 소성 과정에 사용한다.

코츠워씨는 "동일 규격을 유지하는 것이 대체연료의 에너지 효율을 유지하는 핵심"이라며 "공급처마다 1주일마다 규격에 맞게 일정하게 공급하는지 체크하고, 기준에 맞지 않으면 다시 가져가 분쇄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있는지도 점검하고 있지만 건강에 이상을 미칠만한 물질이 들어오는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시멘트는 현존하는 최적의 건설 재료다. 석회석, 사암, 점토, 철광석 등 4가지 재료를 145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완전히 새로운 '클링커'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를 분쇄해 물과 혼합하면 높은 경도의 '콘크리트'가 만들어진다.


공장 관계자가 R&D 센터에서 개발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공장 관계자가 R&D 센터에서 개발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온실가스 발생 비중이다. 한국의 경우 시멘트산업은 철강산업(32.3%), 석유화학산업(17.2%)에 이은 세번째로 많은 14.2%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이다. 한국은 세계 7대 시멘트 생산국이자 5대 소비국이다. 범인은 CO2다. 원료부문의 경우 클링커 생산 과정에서 석회암이, 연료부문에서 석탄이 각각 CO2를 방출한다. 방출 비율은 원료 69%, 연료 31%다. 원료 가공에서 CO2 절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시멘트업계는 연료 연소 과정에서 절감방안을 찾고 있다.

독일은 글로벌을 선도하는 유럽 시멘트 산업 내에서도 특히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는 나라다. 독일 시멘트업계가 탄소중립 주요 방안으로 설정한 순환자원 재활용은 1980년대부터 시작했다. 시멘트 제조시 천연원료나 연료(벙커C유, 유연탄) 대신 석탄재, 폐타이어·폐플라스틱 등을 사용해 석회석 원료를 용융시켜 시멘트를 생산해 왔다.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유연탄 사용 제로'라는 탄소중립에 가장 근접해 있다.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독일 시멘트산업도 반제품인 클링커 양을 조절해서 공정배출을 다소 줄일 수 있지만 더 이상의 여력이 부족해지며 한계상황에 다다른 것도 사실이다.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사 기술부문 총괄책임자인 우웨 마스(Uwe Mass)는 "시멘트 콘크리트의 완전 탈탄소화를 달성하려면 새로운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며 "시멘트·콘크리트산업 전체 벨류체인에 맞춰 기존 방식(순환자원 재활용 등)과 새로운 감축 옵션(CCUS·탄소 포집 사용 저장 기술) 병행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료로 사용될 쓰레기가 컨베이어밸트를 통해 공장 내부로 옮겨지고 있다. 연료로 사용될 쓰레기가 컨베이어밸트를 통해 공장 내부로 옮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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