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홍종현이 연기한 보통의 삶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3.05.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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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의 삶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시민들과는 다르다. 그래서 때로는 보통의 사람들을 연기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나 직장을 다룬 오피스물의 등장인물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배우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삶이기 때문이다. 홍종현이 맡은 '레이스'의 류재민은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쩌면 쉽지 않은 배역이지만 홍종현은 오히려 이런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를 간절히 원해왔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스'(극본 김루리, 연출 이동윤)는 스펙은 없지만 열정 하나로 대기업에 입사하게 된 박윤조(이연희)가 채용 스캔들에 휘말리며, 버라이어티한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드라마다.



홍종현은 똑똑하고 정의롭지만 회사에 거는 기대가 없는 세용 경영전략본부 홍보 2팀 대리 류재민 역할을 맡았다. 류재민은 일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90년대생이지만 업무 시간에는 자신이 맡은 업무를 누구보다 완벽하게 처리하는 홍보 2팀의 에이스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첫 공개된 '레이스'는 매주 두 편씩 공개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윤조가 스펙아웃을 통해 세용에 입사한 뒤로는 여러 사건들이 얽히며 추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홍종현 역시 대본을 읽고 흥미가 생겨 '레이스'를 택하게 됐다.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내용들로 구성됐고 극적이지 않아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얽히고 설키는 모습이 재미있게 읽혔어요. 또 윤조가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재민이가 친구이자 동료도 도와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를 해주는 모습이 성숙하면서도 멋있어 보였어요."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보통의 직장인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퇴근을 하고 정해진 업무를 하며 살아간다. 배우는 어떻게 보면 보통의 직장인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간다. 때로는 일정이 몰려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때로는 기약없이 기다릴 때도 있다. 간접적으로 직장인의 삶을 경험한 홍종현은 "직장인은 쉽지 않을 것 같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저는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직업이 아니 잖아요. 어떻게 보면 장점이자 단점이죠.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있는데 매일 똑같은 일을 정해진 시간에 해낸다는 게 말로는 쉬워보이지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와 달리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조직 안에서 융화되고 크게 튀는 부분없이 회사 생활을 이어간다. 직장인 역할을 맡은 홍종현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도 이러한 '보통의 삶'이었다.

"저는 회사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주변에 많이 불어봤어요. 직종이나 위치가 달라도 대부분 해주는 이야기가 비슷하더라고요. 혼자 상상도 하고 관련된 것도 찾아보면서 내린 결론은 다양한 성격과 직책의 사람이 모여서 홍보실을 이루는 만큼 튀는게 아니라 다같이 어우러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전에는 독특한 캐릭터를 맡았다면 이번에는 조직에 묻어가는 캐릭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까지 '개미가 타고 있어요'의 전직 프랍트레이더 최선우, '절대 그이'의 톱스타 마왕준 등 최근 홍종현이 맡은 배역은 '보통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대극이 아닌 사극에서도 주로 왕자 역할을 맡았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의 삶을 사는 류재민은 홍종현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 전에는 사극도 하고 캐릭터들의 성향이 세거나 특별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많았어요. 평범한 캐릭터는 경험이 많이 없다보니 해보고 싶었어요. 시청자분들이 공감을 하기에는 그런 캐릭터가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오피스물이기도 하고 작품이 잔잔해서 보시는 분들이 공감을 많이 하실 것 같았어요."

물론 마냥 무난하게만 흘러가는 건 아니다. 일을 할 때와 사적인 자리에서의 차이, 소꿉친구이자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된 윤조를 향한 감정, 나아가 업무를 대하는 태도 등에 변화를 주며 류재민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편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쪽에 초점을 뒀어요. 여기에 캐릭터 설정에 맞게 회사 안에서 일을 할 때의 모습과 친구들과 사석에서 만났을 때의 모습에 차이를 두고 싶었어요. 또 재민이가 나중에 일에 대한 태도가 변화하게 되는데 그 전후로도 차이를 뒀어요."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홍종현은 2019년 12월 현역으로 입대, 1년 6개월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2021년 6월 전역했다. 배우들에게 군 생활은 '보통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기간이다. 홍종현은 배우라는 타이틀을 떼고 보낸 시간을 통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직업관을 바꿔나갔다.

"쉬지 않고 일을 하다가 (군 복무를 하며) 처음으로 저만의 시간을 보내게 됐는데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하지 않던 생각을 해보고 조금이나마 철도 든 것 같아요. 전역하면서 다시 돌아갔지만 규칙적인 삶을 살아보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레이스'를 하면서 느끼기도 했지만 특히 배우라는 직업은 혼자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예전에는 조금의 여유나 쉬는 시간만 있어도 촬영하고 싶다고 욕심을 부렸는데 저 혼자 살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느꼈어요. 그러다보니 심적으로 편해졌어요."

2007년 모델로 데뷔한 홍종현은 2009년 '맨땅에 헤딩'을 통해 본격적인 연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했지만 홍종현의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빨리 완주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긴 트랙을 멀리보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무조건 빨리 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를 한 지금에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아요. 지금은 즐기면서 오래 가고 싶은 생각이 커요. 아직 제 레이스는 절반도 못 지난 것 같아요. 지금은 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새로운 대본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 때도 있지만 뿌듯할 때가 많아요. 지금으로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배우 홍종현이 아닌 인간 홍종현이 느끼는 행복은 다른 사람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반려견과 함게 보내는 시간, 자신을 알아보는 조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등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홍종현에게는 행복으로 다가왔다. 여기에는 홍종현의 류재민을 향한 가벼운 칭찬도 포함됐다.

"이런 연기가 처음이고 결과물에서도 처음 보는 제 모습을 봣어요.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도 많이 달라졌어요. '이런 연기 처음 보는 것 같은데 편안해 보이고 잘봤어'라는 이야기가 별거 아닌데 되게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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