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호성적에도 손자 있는 팀 열렬 응원... "제가 못해도 키움이 이기면 장땡이래요"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3.05.3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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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김휘집(21)이 할아버지들과 팬들의 바람대로 착실히 성장 중이다.

김휘집은 揮(휘두를 휘)와 執(잡을 집)을 한자로 쓴다. 친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신 이름. 그런가 하면 외할아버지는 평생 응원하던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팬심을 잠시 접어두고 손자 뛰는 키움을 열렬히 응원 중이다. 지난 3년간 손자의 활약을 보면 할아버지들은 흐뭇할 만하다. 좌충우돌하지만, 친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대로 거침없이 휘두르고 실수를 하다가도 껑충 뛰어 슈퍼 캐치도 곧잘 해낸다.



올 시즌 롯데를 상대로 타율 0.368(19타수 6안타)로 강한 것은 외할아버지가 바라는 모습이다. 올해 롯데는 LG 트윈스, SSG 랜더스와 3강을 구축하며 6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롯데의 최근 성적에 외할아버지도 좋아하실 터. 하지만 최근 고척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김휘집의 대답은 사뭇 달랐다. 그는 "내가 지명된 후 외할아버지는 롯데와 키움이 붙어도 키움을 응원하신다. 나 때문에 키움을 제일 많이 응원하시고 롯데는 차애(두 번째 사랑)가 된 것 같다"고 근황을 전했다.

김휘집의 외할아버지는 키움이 사직 원정을 올 때 부인과 함께 직관하러 올 정도로 손자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경기 후 손자를 만나 "배트 스피드가 제일 중요하다"는 등 야구적인 조언도 넌지시 이야기하시는 열혈 야구팬. 팀 승리에 목말라 있는 점까지 여전했다. 김휘집은 "할아버지는 이기는 걸 많이 신경 쓰신다. 내가 못 해도 키움이 이기면 장땡이라 생각하신다. 나만 잘하는 것보다 내가 뛰면서 키움이 이기는 것을 제일 좋아하신다. 그래도 올해 롯데가 잘해 좋아하실 것 같다"고 웃었다.



키움 김휘집(사진 오른쪽 아래)이 지난해 6월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전이 끝난 후 3루 관중석을 찾아 외할머니(주황색 원)와 외할아버지(노란색 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키움 김휘집(사진 오른쪽 아래)이 지난해 6월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전이 끝난 후 3루 관중석을 찾아 외할머니(주황색 원)와 외할아버지(노란색 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
지난 28일 고척 롯데전은 외할아버지 '요즘' 기준으로 최고의 경기였다. 이날 김휘집은 8번·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득점으로 키움의 7-5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 앞선 세 타석에서 호쾌한 2루타 두 방을 때려냈고 마지막 타석인 8회 1사 1, 2루에서는 우중간 안타로 기세를 이어가며 임지열의 만루홈런에 발판을 마련했다. 앞서 8회초 2사 3루에서는 윤동희의 빠른 타구를 점프 캐치로 직선타 처리해 앞선 수비 실책을 만회하고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야말로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휘집(揮執)이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활약.

히어로즈 차세대 유격수로서도 김휘집은 데뷔 때부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양목초(히어로즈리틀) - 대치중 - 신일고 졸업한 김휘집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9번으로 지명됐다. 2021년 1군 데뷔 후 3년간 우상향의 타격 성적을 그리고 있다. 30일 경기 전까지 기록 중인 타율 0.258, 3홈런 10타점 15득점, 출루율 0.360, 장타율 0.402, OPS 0.761의 성적은 유격수로 놓든 3루수로 놓든 리그 평균 이상이다.

세부 지표도 고무적이어서 볼넷 비율은 지난해보다 늘었고(9.9%→12.8%) 25.6%의 삼진율은 3년 중 최저다. 홈런 생산에 불리한 고척스카이돔을 홈으로 쓰고 있음에도 3홈런에 지난해에 육박하는 2루타를 생산하고 있다(2022년 12개, 2023년 10개). 25세 이하 리그 내 젊은 내야수 중 김휘집보다 OPS에서 앞서는 것은 노시환(한화 이글스), 김혜성(키움), 문보경(LG 트윈스)밖에 없다. 더욱이 에디슨 러셀과 이원석 영입 후 고정적인 포지션과 타순에서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낸 성적이라 의미가 있다. 언젠가 유격수로 돌아가야 할 그의 성장은 팬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
인터뷰 중에도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라는 말을 달고 사는 김휘집이다. 요즘에는 내게 맞는 타격 포인트 조정과 정확한 송구를 목표로 하루하루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김휘집은 "예년보다 완전히 벗어나는 공에 스윙이 적어졌다. 지난해부터 타석에 많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기회를 주시는 만큼 실력이 더 늘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어 "아직 인플레이 타구를 꾸준히 생산하지 못하다 보니 삼진도 많다.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타석에서 버텨야 한다. 투 스트라이크 전에 결과를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볼넷도 삼진도 많아진다. 난 삼진은 당하지 않고 안타 친 경기를 제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야구 선수로서 기량뿐 아니라 마음가짐에서도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김휘집이다. 히어로즈 리틀야구단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목동야구장을 다니며 히어로즈 팬으로 자라온 김휘집은 그 누구보다 응원의 힘과 팬들의 마음을 잘 알았다.

김휘집은 28일 고척 롯데전 후 단상 인터뷰에서 "힘든 경기였는데 끝까지 응원해 주신 팬분들 덕분에 역전할 수 있었다. 롯데팬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하면서 "형들도 그렇고 관중석을 한 번씩 올려다보면 점수 차가 벌어져 있는데도 응원을 많이 보내주신다. 홈에서 스윕당하는 것은 굉장히 뼈 아픈데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팬분들의 응원이 (역전승에)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며 진심을 전했다.

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
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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