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경영권 방어 악영향…기업자율 맞겨야"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3.05.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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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 경영권 방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방안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논의되고 있지만 기업 경영과 주식시장 혼란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해 기준 매출실적 상위 100대 코스피 상장사의 최근 5년간 자사주 취득·처분과 활용 동향 등을 분석 한 결과, 86곳이 보유한 자사주 총액은 31조 5747억원이라고 29일 밝혔다. 자사주 지분은 평균 4.96%다. 코스피 전체 자사주 보유 규모는 52조 2638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들 중 2018년 이후 이달까지 자사주를 소각한 사례는 29건으로 13조 2430억원 규모다. 특히 삼성전자가 2018년 7조1000억원, SK텔레콤이 2021년 1조9000억원을 소각한 사례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소각 실적은 6건 9667억원으로, 지난해 6건의 소각액 1조 1286억원의 85.7% 수준이다.

전경련은 자사주 소각 결정을 의무화 하기 보다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사주 정책 변화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비해 자사주 물량을 주식시장에 풀 경우 소액주주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업무보고를 통해 자사주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 경영권 위협이다. 해외 주요국에 있는 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같은 효율적 방어 기제가 국내 기업에게는 허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자사주가 우리 기업의 거의 유일한 방어 수단 역할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이 강제될 경우,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전경련은 일반법인 상법과 배치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배당가능 이익범위 내에서 자사주 취득과 처분을 기업에게 맡겼는데 자본시장법 또는 하위법령(시행령)에 소각 강제 조항을 넣을 경우, 법률간 충돌이나 하위법령이 상위법을 위배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해외에서도 자사주 소각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자사주 취득과 처분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데, 자사주 소각을 강제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기업들이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실에 맞는 자사주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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