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ㅣ마동석이 확실히 책임져주는 105분

머니투데이 정수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5.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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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대로 옮긴 마석도의 마약조직 소탕기!

'범죄도시3',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범죄도시3',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3’가 한국 프랜차이즈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마동석은 실베스터 스탤론을 능가하는 레전드 액션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범죄도시3’를 보고 난 이후,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강력히 ‘예스’다. 영화에 대한 개개인의 만족도는 다를지라도, 마동석과 ‘범죄도시’ 시리즈가 남긴 의의를 부정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범죄도시3’는 2편의 베트남 납치 살해범 검거 후 7년 뒤인 2015년, 호텔에서 추락사한 여성의 사건을 조사하던 마석도(마동석)가 이 사건에 ‘하이퍼’라는 신종 마약이 연루돼 있음을 알고 수사를 확대하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마약사건의 숨겨진 배후는 물론, 약을 유통하던 일본 야쿠자 조직의 해결사 무리까지 얽히면서 사건의 규모는 점점 커져간다.



'범죄도시3',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범죄도시3',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코로나 시국에도 1269만 명을 동원하며 2022년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한 ‘범죄도시2’의 다음 편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범죄도시3’. 이 부담은, 다르게 말하자면 성공한 시리즈의 특징을 명확히 갖고 있는 영화라는 뜻도 된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와 또렷한 세계관이 지속되는 가운데, 영화와 관객이 쌓아온 믿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랄까. 나쁜 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잡아야 하고, 나쁜 놈을 잡는 주체인 형사 마석도는 지극히 강하며, 그렇기에 관객은 조마조마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마석도가 나쁜 놈을 때려잡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영화 속 시간은 2004년에서 2008년으로, 2008년에서 2015년으로 옮겨가지만, 우리의 마석도 형사의 위력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는 형국이다. 따귀 한 대, 좀 맷집 강한 깡패라도 주먹 한 방이면 정신을 잃게 되는 그의 핵주먹은 웬만한 히어로물 뺨치는 무시무시한 타격음을 동반하며 호쾌함을 선사한다. 다른 영화라면 주인공이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 맞을 때 안쓰럽고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겠지만, ‘범죄도시’는 다르다. 오죽하면 마석도를 마주하는 악당들에게 동정이 갈 정도로 그들이 마석도에게 무지막지하게 얻어터질 것이란 것을 관객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이 확실함이 선사하는 명쾌함은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범죄도시3',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범죄도시3',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단순하고 명쾌한 서사지만 달라진 점도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마석도가 1, 2편의 금천경찰서를 떠나 ‘광수대’라 불리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 말인 즉슨, 전일만(최귀화) 반장을 비롯해 오동균(허동원), 강홍석(하준) 등 금천서 강력반 동료들과 쌓아온 ‘티키타카’가 사라진다는 말. 마석도의 조력자이자 1, 2편의 신스틸러를 맡아온 장이수(박지환)도 3편의 내용에 등장하지 않는다. 아무리 ‘범죄도시’ 시리즈가 마석도(라고 쓰고 마동석이라 읽는다)의, 마석도에 의한, 마석도를 위한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를 둘러싼 조력자들을 교체하는 것은 도전임이 분명하다.


마석도가 잡아야 하는 강력한 빌런이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두 사람으로 늘어난 점 또한 도전. 빌런이 둘이니 볼거리도 두 배이지 싶지만, 존재감이 분산된다는 우려도 있다. 윤계상의 놀라운 변신이 돋보였던 1편의 장첸이나 ‘나의 해방일지’의 인기로 ‘구찌보다 구씨’라는 말을 유행시킨 손석구의 스타성을 온전히 누렸던 2편의 강해상과는 다른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범죄도시3’가 감행한 도전은 시리즈가 구축해 온 안전성 위에서 무난하게 꽃피운 형국이다. 장이수의 아쉬움은 온라인에서 밈으로 등장하는 ‘문신돼지’를 구현한 강력한 비주얼의 초롱이(고규필)와 넉살 그 자체인 김양호(전석호)로 상쇄되고, 마석도와 콤비로 활동하며 현란한 개그 어시스트를 선보이는 김만재(김민재) 형사가 금천서 동료들의 몫을 커버해 준다. 특히 초롱이는 장이수 뺨치는 신스틸러가 될 조짐이 농후한 존재로, 앞으로 나올 속편에서 펼칠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범죄도시3',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범죄도시3',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일본도를 휘두르는 일본인 빌런 리키와 단정한 슈트를 입고 손에 잡히는 대로 혈투를 벌이는 주성철, 두 빌런은 각기 다른 색깔로 분명한 차이를 보이며 3편의 액션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장첸과 강해상과 비교하자면 빌런 하나하나의 강도에 아쉬움이 들 순 있다. 그러나 팬들에게 ‘밀키바닐라엔젤’이라 불릴 만큼 확고한 미모를 자랑하는 이준혁이 20kg이나 증량하며 꾀한 외적인 변화, ‘비밀의 숲’의 서동재와 ‘60일, 지정생존자’의 오영석 등 다양한 연기를 꾀했던 커리어에서 듣지 못했던 신선한 목소리 톤은 눈여겨볼 만하다.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를 8편까지 기획해 놨으며, 관객이 원할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는 염원을 밝혔다. 70대가 되어서도 ‘털사 킹’ 같은 작품으로 여전히 액션스타로 존재하는 실베스터 스탤론처럼 계속해서 이런 영화를 찍고 싶다고도 했다. ‘범죄도시3’는 마동석의 염원이 현실이 되는 데 기틀이 되어줄 만하다. 확장된 액션은 화끈하고, “어, 싱글이야” “누가 5야?” 등 1, 2편에서 확고히 남았던 유머 또한 많아지고 타율 또한 높다. 서사가 단순하면 어떤가. 무더워지는 이 여름에 우리의 105분을 확실히 책임져 준다는데. 그러니 남은 건 세속적인 궁금증뿐이다. 압도적 성공을 거둔 2편에 비교해 3편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것인가 하는 궁금증.

오는 31일 개봉, 15세 관람가. 쿠키 영상은 엔딩 크레디트 초반에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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