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세기반을 지나자 이 '신의 선물'은 골칫거리가 됐다.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만드는 탓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지만 코로나19 시대를 지나오면서 오히려 폐기물 발생량은 증가했다. 본격적인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만1014톤인 점과 비교하면 1년새 9.4%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배달음식 소비 증가, 의료용 플라스틱 폐기물 급증 등 영향이다. 아직 집계 전이지만 본격적인 코로나 시기인 2021년과 2022년에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세계적으로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여전히 증가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해 펴낸 '세계 플라스틱 전망'(Global Plastic Outlook)에서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2000년 2억3400만톤(Mt)에서 2019년 4억6000만톤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기간 플라스틱 폐기물은 1억5600만톤에서 3억5300만톤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9%만이 최종적으로 재활용되고 19%는 소각, 50%는 위생 매립지에 묻혔다. 나머지 22%는 통제없이 태워지거나 환경으로 유출됐다고 한다.
2019년 전후 경기 둔화와 코로나19 유행으로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은 줄어들었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즉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악화의 주범은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 '엔데믹'(종식)을 선언한 2023년은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과 순환성 강화를 통한 '플라스틱 순환경제' 조성의 원년으로 만들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코로나를 핑계로 미뤄온 플라스틱 저감 대책에 재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환경부 등 정부부처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회용컵 보증금제 선도지역 시행 및 일회용품 사용줄이기 등 전주기 탈플라스틱 대책 등 정책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는 올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억제를 위한 △다회용기 확산 지원 △재활용 자원 확보를 위한 회수선별체계 고도화 △고부가가치 재활용 활성화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2025년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393만톤으로 줄여 2021년 492만톤 대비 20% 감축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절반은 못쓰는 폐플라스틱…제로웨이스트 '5R+α' 어때요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은 수거 후 세척과 파쇄 등을 거쳐 새 플라스틱 제품이 되기도 하고 섬유를 만드는 원사(原絲)로 재탄생해 의류나 가방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폐비닐 등을 중온에서 녹여 석유화학 원료의 원재료인 납사(나프타)로 쓰는 기술 도입도 한창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통계 수치에는 폐플라스틱을 녹여 난방 등 연료로 쓰는 에너지화 재활용률이 포함돼있다. 열에너지를 일부 얻는다는 측면에서 재활용으로 인정하는 것이지만 탄소배출 측면에선 플라스틱을 태워 없애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엄격한 의미의 재활용률은 절반이 채 안 되는으로 추산된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생산부터 소비, 폐기까지 전 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부터 재활용이 쉽도록 디자인하고 사용자는 보다 재활용하기 좋게 불순물 등을 최대한 제거한 뒤 폐플라스틱을 배출해야 한다. 동시에 수리권 보장을 통해 제품 수명을 늘리고 대체 소재 사용 등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플라스틱 순환경제 조성을 위한 과제다.

△거절(Refuse) △감축(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썩히기(Rot) 등 5가지 실천원칙의 앞 글자를 딴 5R 운동은 쓰레기 발생량 '0'을 목표로 하는 '제로웨이스트' 활동의 대명사다. 우리 정부와 유관기관 역시 최근 폐기물 발생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2020년을 전후로 5R 운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5R 운동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불필요한 제품을 거절(Refuse)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최근 환경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일회용품 감축 운동과 비슷한 방식이다. 비닐봉지나 빨대, 일회용 수저·젓가락 등 무료로 나눠주면서 필수적이지 않은 제품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폐기물을 줄이자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사용량 줄이기(Reduce)와 재사용(Reuse)이다. 사용이 불가피한 제품이라면 꼭 필요한 물건 위주로 구매·사용하고 포장이 적은 제품을 우선 선택하는 방식이다. 한번 사용한 제품은 씻어서 다시 쓰고 구매 시 재사용을 염두에 둔 소비도 필요하다. 재가공(Reform)이나 업사이클링을 거쳐 원래 목적과 다른 용도도 활용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재사용에 들어간다.
버려지는 제품을 재활용(Recycle)하는 것도 순환경제 조성의 핵심이다. 기본적으로 소각되는 일반폐기물과의 분리배출을 시작으로 보다 재활용하기 쉽게 디자인하고 배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페트병의 경우 라벨을 떼고 내용물을 씻은 뒤 뚜껑을 닫아 버려야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플라스틱 제조업계도 이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무라벨 페트병', '떼기 쉬운 라벨' 등을 적용하고 있고 최근 재생원료 내장재를 사용한 기아차의 'EV9'나 재생플라스틱 케이스를 쓴 삼성전자 휴대전화 '갤럭시 시리즈'도 좋은 예다.
썩히기(Rot)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음식폐기물에 주로 적용된다. 바이오 에너지와 유기물 비료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한번 만들어지면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특성을 고려하면 제품 수명을 늘려 전체적인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수리'(Repair)나 친환경 소재로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Replace) 같은 '5R+α(알파)' 개념의 실천 운동도 제안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맞먹는 83조 시장이 온다…버리는 플라스틱 모아라

28일 삼일PwC가 펴낸 '순환경제로의 전환과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규모는 454억 달러(약 60조 원)로 추정되고 2027년 638억달러(약 8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019년 이후 연평균 시장성장률은 7.4%다. 같은 기간 전체 글로벌 재활용시장 성장률(5.7%)을 웃돈다. 폐배터리 시장과 폐가전 시장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삼일PwC 측은 "글러벌 재황용 시장은 각국 정부의 지원과 기업투자 증가 소비자 환경의식 강화로 향후 연평균 6%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시장규모와 성장성을 모두 고려하면 폐가전·폐배터리·폐플라스틱이 미래 (재활용)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2025년부터 음료 페트(PET)병에 재생원료 25% 사용을 의무화했고 프랑스는 204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금지한다는 계획을 이행 중이다.
영국은 지난해 플라스틱 포장세를 신설하는 한편, 수리할 권리에 대한 법률 시행으로 제품 수명을 늘리는 정책을 폈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도 재활용 플라스틱 의무사용 비율을 2025년 25%, 2030년 50%로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2월 '식품용기 재생원료 기준'을 확정, 투명페트병을 재활용한 식품용기 제조 기준을 마련했고 올해 상반기 내 한국 코카콜라·산수음료·매일유업·한국수자원공사 등 4개 업체에서 재생원료를 쓴 투명 페트병을 만들 예정이다.
올해부터 페트를 연 1만톤 이상 생산하는 업체에 대해 재생원료 3% 사용 의무를 적용하고 2030년까지 30%까지 수치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EU를 중심으로 한 플라스틱 재생원료 규제가 곧바로 한국산 제품 유입을 막는 무역장벽이 될 수 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겠다는 의도다.
기업 등 민간분야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업사이클리' 등 순환경제 조성은 단순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영역처럼 여기던 것과 달리 대기업도 생존과 미래 먹거리를 놓고 플라스틱 순환경제에 뛰어들고 있다.
SK지오센트릭·GS칼텍스·현대오일뱅크·현대케미칼 등 석유화학업계는 폐비닐에서 나온 열분해유를 납사(나프타)로 만들어 새 플라스틱 제품 원료로 사용하는 '도시유전' 실증을 진행 중이다. 노스페이스나 블랙야크 등 스포츠 업체는 재생 플라스틱 원사(原絲)로 짠 의류 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효성티앤씨 등 섬유계는 재생 원사 생산 비중을 키워나가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 페트병 씻어쓰는게 아닙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답은 "아니오"이다. 씻어서 다시 쓰는 것은 가정에서 폐기물을 버리기 전 단계다. 우리가 분리배출해서 버리는 폐플라스틱은 소재의 성질과 상태에 따라 적합한 재활용 방식을 거쳐 새 제품으로 탄생한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 등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물리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분류한 뒤 파쇄 후 물과 약품 등으로 이물질을 씻어 낸다. 이후 압출 성형 등을 통해 1차 가공물인 필렛 혹은 플레이크로 만들어 낸 뒤 2차 가공을 거쳐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우리가 최근 백화점 등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재생 플라스틱 원사(原絲)를 사용한 의류 제품이 대표적인 예다. 폐플라스틱에서 뽑은 실을 식혀 옷감을 만드는 셈이다.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페트병이나 식품 용기 역시 물리적 플라스틱 재활용에 속한다.
물리적 재활용은 비교적 공정이 단순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플라스틱 가운데 가장 고품질 제품에 해당하는 PET가 주로 물리적 재활용에 쓰인다. 화학이나 열처리가 적기 때문에 탄소 감축 효과도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다만 불순물을 얼마나 제거하느냐가 곧 제품의 질과 직결되는 탓에 전(前)처리가 필수고 폐기물 상태에 따라 재활용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원유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존 방식에 비해 생산비용이 늘어난다는 점, 재활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제품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 등도 단점으로 꼽힌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녹여' 새 제품의 원료로 만드는 방식이다. 성분분해를 하기 때문에 여러 플라스틱 소재가 섞인 제품이나 비닐 등 재활용에 주로 쓴다. 중합체인 폐플라스틱을 300~600도(℃) 녹이면 플라스틱의 최초 원료 형태인 '모노머'(단위체)로 분리된다. 이를 다시 석유화학 공정의 원료인 납사(나프타)로 만들어 플라스틱의 순환고리를 구성하는 게 최종 목표다.
오염정도나 제품 성질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로 꼽히지만 현재까지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에서 뽑은 열분해유를 난방용으로 쓰는 데 그치고 있다. 우리 석유업계는 내년까지 실증을 거쳐 화학적 재활용으로 얻은 납사를 기존 플라스틱 공정에 투입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