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전날 오전 7시17분쯤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상가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연인이었던 4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5시37분쯤 B씨의 신고로 폭행 혐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A씨는 다른 장소에서 흉기를 챙겨 PC방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B씨가 차를 가지러 오기 위해 다시 해당 장소로 올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법상 데이트 폭력의 경우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하는 조치가 불가능하다. 스토킹 행위의 경우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긴급응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가정폭력도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격리, 접근·연락금지를 명령하는 '긴급임시조치' 시행이 가능하다.
법률혼뿐 아니라 사실혼인 경우에도 가정폭력에 해당하지만 경찰은 A씨와 B씨 관계가 사실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A씨와 B씨가 동거하는 관계로 알려졌으나 A씨는 1주일에 하루이틀 정도 B씨의 집에서 자고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생활비도 같이 쓰지 않고, 둘의 혼인 의사도 없었고, 동거 관계도 아닌 것으로 보였던 만큼 가정폭력 적용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데이트 폭력 조사 당시 경찰은 보복 위험성을 '낮음'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점수보다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바탕으로 대응했지만 그 위험성이 고도의 위험성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데이트 폭력 조사를 마친 직후 1시간여 만에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데이트 폭력 조사가 범행에 직·간접적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조사 이후 경찰에게 자신의 주거지인 경기도 파주시로 가겠다고 말했다. 경찰차로 이동하자는 경찰의 요구도 거부했다. 또 금천경찰서는 A씨가 귀가조치되고 20분쯤 뒤인 오전 6시26분 A씨와 통화했는데 당시 A씨는 "파주로 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약 3시간30분만인 전날 오전 10시42분쯤 "핏자국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다. 사건 발생지인 금천경찰서에서 30여명, 도주지인 파주시 인근 5개서에서 120여명을 동원했다. 신고로부터 약 5시간만에 도주 차량에 탑승한 피의자를 검거했으나 같은 차에 있던 피해자 B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