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영어로 대화하며 가정일까지 돕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 기대"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2023.05.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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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대전 서구 호수초등학교 초등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스1 31일 대전 서구 호수초등학교 초등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영어가 능통하고 가정 일도 돕는다면 아이 교육 차원에서 긍정적이고 부모의 직장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책의 일환으로 속도감있게 추진하는 모양새다. 임금 형평성, 인권 유린 등의 문제로 반대 입장도 뚜렷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5일 '외국인 가사 근로자와 관련한 대국민 토론회'에서 가사·돌봄 서비스 근로자에게 비전문취업(E-9) 비자를 주는 방안과 일정 시간의 취업 교육을 하는 등의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외국인 인력이 가사 근로자로 취업하기 위해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는 한국 영주권자의 배우자, 중국·구소련 지역 동포(H-2), 거주(F-2), 영주(F-5), 결혼이민(F-6)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만 가사 서비스에 종사할 수 있다.



정부는 맞벌이 가정 증가와 아이돌봄 인력 부족 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가사 종사자의 감소와 고령화도 이유로 거론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저출산 대응 및 여성 경력 단절 방지를 위해 가사·돌봄 분야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내국인 종사자 규모가 줄어들고 고령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사 서비스 종사자 규모는 2016년 18만6000명에서 2022년 11만4000명으로 38.7% 줄었다. 2022년 상반기 기준, 종사자의 33.2%는 50대, 59.0%는 60대로 50대 이상이 전체 근로자의 92.2%에 달한다.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토론회에서 "서비스 이용자와 의사소통이 용이한 국가 또는 정서적 거부감이 적은 국가를 중심으로 우선 협의하겠다"며 "국내 현실을 고려해 적합한 고용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경력·지식 보유 여부, 연령, 언어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할 것"이라며 "입국 전 일정 시간 이상의 취업 교육을 거쳐 근무처에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홍콩, 싱가포르, 대만, 일본이 외국인 가사 근로자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일본은 지난 2017년 도입했으며 가사 근로자 자격 기준으로 언어능력과 가사 경력 등을 본다. 1978년에 도입한 싱가포르는 기초 학력 이수 등이 자격 기준이다.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인권 유린 문제 등을 이유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저출생 극복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증가는 이 제도 도입의 주요 목표로 여겨진다"며 "하지만 이미 제도를 도입한 일본, 싱가포르, 홍콩, 대만에서는 통계상 유의미한 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 제도를 도입한 국가에서 인권 유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가 너무 제도 도입에만 속도를 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쿠웨이트 사막에서 35살의 필리핀인 가정부 줄레비 라나라의 시신이 불에 탄 채로 발견됐다. 필리핀 정부는 쿠웨이트에 대한 인력 파견을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닐라 AFP=뉴스1) 박재하 기자 = 쿠웨이트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된 가사도우미 줄레비 라나라(35)의 가족들이 5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라나라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라나라의 시신은 최근 쿠에이트의 한 사막에서 발견됐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마닐라 AFP=뉴스1) 박재하 기자 = 쿠웨이트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된 가사도우미 줄레비 라나라(35)의 가족들이 5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라나라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라나라의 시신은 최근 쿠에이트의 한 사막에서 발견됐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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