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때문에 아디다스 '풀썩'…쌓여가는 재고, 무너지는 주가

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 2023.05.29 14:18
글자크기
'예' 때문에 아디다스 '풀썩'…쌓여가는 재고, 무너지는 주가


아디다스가 풀썩 주저앉았다. 힙합 뮤지션 칸예 웨스트(예)와의 계약 종료와 함께 제품 판매가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아디다스 ODM(생산자개발방식) 업체인 화승엔터프라이즈도 덩달아 암울해졌다. 실적 부진과 함께 신제품 출시도 지연되면서 증권가는 화승엔터프라이즈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지난 26일 화승엔터프라이즈 (9,030원 ▼110 -1.20%)는 전 거래일보다 50원(0.68%) 떨어진 728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는 21.13% 내렸다.



예와의 계약 종료 여파가 컸다. 2013년부터 아디다스는 예와 손을 잡았다. 이후 콜라보레이션 시리즈인 '이지(Yeezy)'를 출시했다. 이지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며 아디다스를 대표하는 제품 라인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예의 유대인 혐오 발언, 나치 찬양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10월 아디다스는 계약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이지 시리즈 생산도 종료됐다. 이지가 아디다스의 총매출액 10%를 차지하는 효자 시리즈였던 만큼 아디다스가 받는 타격도 컸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아디다스의 단기 신용등급(A-/A-2)과 장기 신용등급(A+/A-1) 모두 하향 조정했다. 예와의 결별 이후 신용이 악화했음은 물론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압박과 서방 국가에서의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는 판단이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ODM으로 발주받아 아디다스 제품을 생산한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1분기 매출액은 305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하락했다. 영업손실은 1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그중 신발 사업 부문 매출액은 3049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20% 감소했다.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화승엔터프라이즈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의류 부문의 기초여건이 주저앉은 가운데 고객사 주문량도 저조하다고 판단돼서다. 현재 화승엔터프라이즈의 1분기 공장 가동률은 70%대에 머문다. 신제품 출시 계획도 미뤄졌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디다스 신용등급 하락 등을 이유로 보수적인 재고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제품 출시도 지연되면서 펀더멘탈(기초여건)이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분기까지 저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화승엔터프라이즈에 대한 목표주가를 나란히 내리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1만6000원→1만원 △키움증권 1만5000원→1만3000원 △유진투자증권 1만4000원→1만2000원 등이다.

일각에서는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올해를 저점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업황 부진이 길어짐에 따라 실적을 하향 조정했지만 올해를 저점으로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며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유효하고 제조업의 특성상 가동률 상승이 시작되면 손익 개선 폭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