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은 문 개방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경찰은 면식범일 가능성도 열어둔 채 인물관계 조사에 나섰지만, A씨와 남편 B씨 모두 원한 관계를 가진 주변인은 없었다. 부부 관계 역시 돈독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사건 발생 시간대 출근한 상태였던 B씨도 용의선상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이씨와 B씨가 내연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분위기는 전환됐다. 경찰은 이씨가 A씨 남편 B씨의 휴대전화와 그의 회사로 두 달간 총 250통의 연락을 한 기록과 피해자의 집으로도 여러 차례 연락했던 기록을 확인했다.
B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건 발생 1년 전 알게 돼 만남을 이어갔으며, 이미 B씨는 "아내와 헤어지고 새 출발 하자"는 이씨의 제안을 거절하며 이별을 통보한 뒤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씨는 관계 회복을 위해 B씨에게 연락을 이어가며 집착을 보였고 B씨가 자신의 연락을 피하자 조카의 휴대전화로 연락하기도 했다.
부인 A씨만 없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 이씨는 사건 당일 미리 살인 도구를 준비해, B씨의 집으로 A씨를 찾아갔다고 한다. 이씨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던 A씨는 순순히 이씨를 맞아들였고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이게 된다. 이씨는 A씨를 목을 졸라 실신시킨 이후 흉기를 이용해 살해했다. 이씨는 사건 당일 오후 5시 급히 미국으로 떠났다.
"친정집에 있었다" 거짓말 들통…집착이 부른 '잔혹 살인'

그러나 완벽한 줄 알았던 이씨의 알리바이에서 허점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범행 시간대는 오전 8시20분부터 시신 발견 직전인 오후 2시 무렵으로 추정됐는데, 이씨는 해당 시간에 친정 어머니 집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씨 어머니는 집을 비운 상태였으나 미국 현지에 있던 이씨의 남편과 이씨가 집 유선 전화로 통화한 기록도 확인됐다.
그러나 평소 이씨와 자주 왕래하던 그의 사촌언니 C씨의 자백으로 허점이 드러났다. C씨에 따르면 이씨는 사건 당일 오전 11시30분쯤 C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급히 들어와 범행 사실을 고백했고 이후 미국 항공편을 알아본 뒤 오후 1시30분쯤 식당을 나섰다. 그는 이씨가 범행에 썼던 흉기를 식당 주방에 두고 갔고, C씨는 이를 비닐봉지 등에 넣어 가게 앞 가로수 밑에 버렸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실제 이씨의 기지국 위치도 이와 맞아떨어졌다. 이씨 남편과 이씨와의 통화 기록은 오전 1차례, 오후 2차례였는데 이 중 두 건의 기지국 위치는 이씨의 친정집이었으나 마지막 통화 당시 이씨의 기지국 위치는 C씨 식당으로 확인됐다. 친정집 전화기는 자동응답기로 마지막에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이도 없었다. '식당에 간 적 없다' '공항에 가기 전까지 집에만 있었다'는 알리바이 자체가 거짓이었던 것.
경찰은 범행 시간대 이씨의 기지국 위치가 피해가 집 근처였던 것을 파악했고 이후 이씨가 식당과 공항으로 이동한 동선을 확인했다. 이씨는 사건 한 달 전부터 A씨의 남편 B씨의 차량이 주차된 곳을 찾아다니는 등 A씨 부부의 거주지 위치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미국에 있던 이씨는 한국에서 살인사건 피의자로 입건됐다는 소식을 듣고 음독을 시도, 현지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이씨가 한국으로 송환된 건 사건 발생 후 1년이 흐른 2005년 5월22일. 이씨는 자신의 결백을 지속적으로 주장했으나 결국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현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이씨는 한국에서 B씨를 만난 뒤, B씨의 가족이 자신의 인생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