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좋아질텐데 구리만 '뚝'…흘러내린 가격에 시장 충격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3.05.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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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로 살아남기] '닥터코퍼' 구리의 추락

편집자주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 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 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경기 좋아질텐데 구리만 '뚝'…흘러내린 가격에 시장 충격


경기의 척도라고 불리는 구리 가격이 녹아내리고 있다. 중국에서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과 다르게 더딘 리오프닝(경기재개)이 진행되면서부터다. 금융투자업계는 구리 가격이 현재 바닥 수준이라고 보며 하반기 상승을 점치고 있다.



26일 KOMIS(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LME(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가격은 지난 25일 톤(t)당 7922달러를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올초 상승세를 보였던 구리 가격이 재차 하락하며 원자재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구리 가격은 지난 1월18일 t당 9436달러까지 올랐는데 현재는 이보다 16.04% 내린 상태다.



강달러 현상, 미국 지역은행 위기 등으로 인한 영향도 있지만 중국의 더딘 경기 회복이 구리 가격 하락에 더 크게 작용했다. 중국의 경기 회복성을 엿볼 수 있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지난달 49.2로 4개월 만에 하락했다.

구리 수요가 많은 중국 부동산 시장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도 감소하고 있고 거래량 역시 줄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조사 업체 커얼뤼에 따르면 지난달 1선도시와 2·3선도시의 부동산 거래량은 전월보다 각각 11%, 30% 줄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지난 2월부터 미국의 '노랜딩(경기침체 없는 상승)' 전망 속에서 달러 강세, 지역은행 위기 연방은행 부채한도 협상 등이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고조시킨 탓에 구리 가격 변동성도 확대됐다"며 "3월 중국 양회를 기점으로 중국의 경기 부양 기대도 후퇴해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구리 관련 투자상품들의 수익률도 좋지 않았다. 구리 선물가격을 2배 추종하는 KB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 (14,425원 ▼60 -0.41%)은 올해 고점(1월26일·1만7350원)보다 27.87%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구리 선물가격 추종 ETF(상장지수펀드)인 CPER(미국 구리 인덱스 펀드)도 올해 고점 대비 14.64% 하락했다.

경기 좋아질텐데 구리만 '뚝'…흘러내린 가격에 시장 충격
금융투자업계에선 최근의 구리 가격 하락세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아직 되살아나고 있진 않지만 경기 부양에 대한 정책적 의지는 확고하다는 이유에서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물가지표가 부진한 이유는 실물 수요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면서 빠르게 물가 안정을 실현했기에 중국의 통화정책 여력이 충분하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한 상황에서 (중국의 부동산) 정책 추가 강화는 필연적"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가파른 경기침체가 진행되지 않는 한 구리 가격이 t당 8000달러 전후에서 바닥을 보일 것이란 게 현재 금융투자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NH투자증권은 장기적으로 구리 가격이 t당 8000~1만100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병진 부장은 "단기적으로 경기 기초여건을 압도하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구리 가격을 t당 8000달러 부근에서 횡보하게 만들 수 있다"며 "달러 대비 위안화 강세 전환 시 최대 소비국의 구매력을 향상시켜 산업금속의 강세를 동반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투자에 앞서 구리 재고량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KOMIS에 따르면 LME 구리 재고량은 지난달 5만~6만t 수준이었다가 가파르게 올라 현재 9만6000t 수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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