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초 상승세를 보였던 구리 가격이 재차 하락하며 원자재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구리 가격은 지난 1월18일 t당 9436달러까지 올랐는데 현재는 이보다 16.04% 내린 상태다.
구리 수요가 많은 중국 부동산 시장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도 감소하고 있고 거래량 역시 줄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조사 업체 커얼뤼에 따르면 지난달 1선도시와 2·3선도시의 부동산 거래량은 전월보다 각각 11%, 30% 줄었다.
구리 관련 투자상품들의 수익률도 좋지 않았다. 구리 선물가격을 2배 추종하는 KB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 (13,255원 ▲365 +2.83%)은 올해 고점(1월26일·1만7350원)보다 27.87%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구리 선물가격 추종 ETF(상장지수펀드)인 CPER(미국 구리 인덱스 펀드)도 올해 고점 대비 14.64% 하락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물가지표가 부진한 이유는 실물 수요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면서 빠르게 물가 안정을 실현했기에 중국의 통화정책 여력이 충분하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한 상황에서 (중국의 부동산) 정책 추가 강화는 필연적"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가파른 경기침체가 진행되지 않는 한 구리 가격이 t당 8000달러 전후에서 바닥을 보일 것이란 게 현재 금융투자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NH투자증권은 장기적으로 구리 가격이 t당 8000~1만100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병진 부장은 "단기적으로 경기 기초여건을 압도하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구리 가격을 t당 8000달러 부근에서 횡보하게 만들 수 있다"며 "달러 대비 위안화 강세 전환 시 최대 소비국의 구매력을 향상시켜 산업금속의 강세를 동반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투자에 앞서 구리 재고량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KOMIS에 따르면 LME 구리 재고량은 지난달 5만~6만t 수준이었다가 가파르게 올라 현재 9만6000t 수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