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헌(오른쪽)./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은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5-6으로 패했다. 4연패에 빠지면서 19승 28패로 8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프리배팅을 마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장비를 정리하던 한 선수는 최근 분위기에 "타자들이 심리적으로 힘들어한 것은 사실이다. 텍사스 안타라든지 빗맞은 타구라도 안타로 이어지면 좋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다음 베이스까지 거리가 참 멀게 느껴졌다. (득점권 상황도) 3루에서 홈까지 딱 한 베이스만 더 가면 되는데..."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롯데 안권수가 27일 고척 키움전에서 6회말 이정후의 좌측 파울 라인 넘어 담장으로 향하는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0-6으로 패색이 짙던 9회말, 키움은 프로 2년 차 진승현을 상대로 또 한 번 힘을 냈다. 이정후, 김혜성은 연속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고 송성문은 볼넷을 골라 1사 만루를 만들었다. 26이닝 연속 무득점을 지우기 위해 남은 거리는 27.4m. 베테랑 이원석이 3구 삼진으로 물러나고 마지막 타자는 김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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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신인 2라운드로 지명된 김동헌. 충암중-충암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2번으로 지명된 그는 올 시즌 키움의 복덩이로 불린다. 지난해 주전 포수 박동원(33·LG 트윈스)을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나온 지명권으로 뽑은 선수이기 때문. 포지션 특성상 고졸 루키가 1군에 곧바로 안착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올 시즌 29경기 타율 0.230, 출루율 0.333 장타율 0.311 OPS 0.644로 나름 순조롭게 1군 무대에 적응하고 있었다. 특히 선발 출장해 마스크를 썼을 때는 OPS 0.711로 10경기 이상 출장한 포수 중 5번째로 높은 OPS를 기록 중이었다.
2번 연속 히팅포인트를 맞히지 못하면서 2스트라이크 2볼. 윤명준의 5구째는 빠르게 휘둘러봤지만, 파울 타구가 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떨어진 포크를 상대로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러 가까스로 맞히는 데 성공했다. 강하게 고척돔 내야를 치고 간 땅볼 타구는 2루 쪽에 좀 더 치우쳤던 유격수 옆을 스치는 2타점 적시타가 됐다. 길었던 26이닝 연속 무득점 행진이 끝나는 순간.
김동헌(오른쪽)./사진=키움 히어로즈
막내가 혈을 뚫자, 부담감을 털어낸 형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롯데가 급히 마무리 김원중을 올렸으나, 이형종이 몸에 맞는 볼로 다시 만루를 만들었고 임지열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더 만회했다. 웬만하면 선수를 믿고 홍원기 키움 감독도 김휘집을 임병욱으로 교체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휘집이 김원중을 상대로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좋은 기억이 없었기 때문. 첫 2구를 헛스윙하며 2스트라이크 0볼의 불리한 상황에 있던 임병욱도 후배 김동헌처럼 마지막 한 구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파울-볼-파울. 그리고 다시 이어진 포크볼에 방망이를 갖다 대 땅볼 타구를 만들었고 이 역시 2루수 옆을 스치는 한 점 차 박빙 승부를 만드는 2타점 적시타가 됐다.
이후 이정후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면서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지만, 키움은 12일 고척 NC전 이후 약 보름 만에 9회 빅이닝을 만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김동헌은 어떻게든 될 것만 같은 타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했던 키움에 물꼬를 터주면서 또 한 번 복덩이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