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선수단.
그런 의미에서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KBO리그의 목표에 가장 잘 따라주고 있는 구단이다. 키움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26일 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올 시즌 키움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7분이다. 가장 빠르게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만큼은 10개 구단 중 1등이다. KBO의 목표인 3시간 5분 이전에 끝난 경기도 25번(46경기)으로 최다다. 두 번째로 많은 삼성 라이온즈(42경기), KT 위즈(43경기)의 16번과도 현격한 차이다.
아쉬운 점은 상대 팀 투수도 호투하게 만드는 타선이다. 올 시즌 키움은 팀 타율 0.244(리그 9위), 18홈런(9위), 163타점(8위), 18도루(9위), 출루율 0.244(9위), 장타율 0.335(9위) 등 주요 타격지표에서 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상대 선발 투수의 페이스에 휩쓸리기라도 하면 그날의 경기는 키움에는 최악의 방향으로 순식간에 흘러간다. 올 시즌 3시간 5분 내로 끝난 키움의 25경기 중 그들이 승리한 적은 8번에 불과했다.
이정후(오른쪽)가 26일 고척 롯데전에서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올 시즌 키움은 분명 '더 빠른 야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야구'라는 KBO리그의 또 하나의 목적도 달성했는가에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단순히 성적이 19승 27패(리그 8위)로 부진해서는 아니다. 지난해 끈질기게 상대 투수를 물고 늘어져 출루하고 그렇게 쌓은 주자를 불러들여 승리로 연결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키움은 KT와 함께 올 시즌 5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0승 19패). 그나마 KT는 7회까지 뒤진 경기를 한 차례 무승부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줬지만(0승 1무 23패), 키움은 그마저도 없는 진정한 '역전승 제로(0승 23패)'의 팀이다.
키움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다. 경기 전 홍원기 키움 감독은 "어떤 방법이든 상대 팀 선발 투수를 괴롭히고 일찍 내려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공격 쪽에서 너무 쉽게 죽다 보니 상대 선발 투수가 6회, 7회까지 던지게 된다"면서 "우리는 득점권 찬스를 많이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우리의 팀 컬러였는데 요즘은 출루 자체가 힘들다 보니 엇박자가 나고 공격, 투수, 수비력까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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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완이 26일 고척 롯데전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경기 시간 단축을 목표로 한 본질적인 목적은 박진감 있는 경기력으로 재미를 살리고 더 나아가 야구의 흥행을 위해서다. 경기 시간이 짧으면 좋지만, 응원팀이 한 점, 한 점 따라잡아 결국 이기는 결말을 볼 수 있다면 10분, 20분쯤 더 늘어나도 상관하지 않는 것이 팬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전의 재미를 잃은 평균 경기시간 1위 타이틀은 주객이 전도된 반쪽짜리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키움은 평균 3시간 14분 동안 치열한 야구를 통해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그 구성원이 대부분 남아있기에 지금의 모습은 더욱 실망스럽다. 팬들은 올해의 영웅군단이 너무 늦지 않게 지난해 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SSG 랜더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환호하는 키움 선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