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후 역전승 제로' 끈질긴 팀컬러 사라진 키움, 반전 잃은 '평균 경기시간 1위'는 반쪽짜리다

스타뉴스 고척=김동윤 기자 2023.05.2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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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선수단. 키움 선수단.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리그 평균 경기 시간을 3시간 5분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야구를 '더 빠르고 재미있게' 하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KBO리그의 목표에 가장 잘 따라주고 있는 구단이다. 키움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26일 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올 시즌 키움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7분이다. 가장 빠르게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만큼은 10개 구단 중 1등이다. KBO의 목표인 3시간 5분 이전에 끝난 경기도 25번(46경기)으로 최다다. 두 번째로 많은 삼성 라이온즈(42경기), KT 위즈(43경기)의 16번과도 현격한 차이다.



빠른 경기가 성립하는 데 있어 가장 연관성이 높은 것은 투수전이다. 선발 투수가 적은 실점으로 이닝을 길게 가져갈수록 나올 확률이 높다. 투수전에는 양 팀 선발 모두의 호투가 필요한 데 그런 점에서 키움은 합격점이다. 키움 선발진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퀄리티 스타트(28회)를 달성하면서 리그 3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3.42)을 기록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상대 팀 투수도 호투하게 만드는 타선이다. 올 시즌 키움은 팀 타율 0.244(리그 9위), 18홈런(9위), 163타점(8위), 18도루(9위), 출루율 0.244(9위), 장타율 0.335(9위) 등 주요 타격지표에서 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상대 선발 투수의 페이스에 휩쓸리기라도 하면 그날의 경기는 키움에는 최악의 방향으로 순식간에 흘러간다. 올 시즌 3시간 5분 내로 끝난 키움의 25경기 중 그들이 승리한 적은 8번에 불과했다.



이정후(오른쪽)가 26일 고척 롯데전에서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이정후(오른쪽)가 26일 고척 롯데전에서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26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이 그랬다. 롯데 선발 댄 스트레일리는 1회 선두타자 김준완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타자들이 공 12개로 삭제됐고 5회 이지영이 중전 안타를 치기 전까지 13타자 연속 범타 행진이 이어졌다. 경기 시작 1시간 만에 5회말이 시작됐고, 이날도 5개 구장 중 가장 빠른 2시간 45분 만에 롯데의 2-0 승리로 끝났다.

올 시즌 키움은 분명 '더 빠른 야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야구'라는 KBO리그의 또 하나의 목적도 달성했는가에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단순히 성적이 19승 27패(리그 8위)로 부진해서는 아니다. 지난해 끈질기게 상대 투수를 물고 늘어져 출루하고 그렇게 쌓은 주자를 불러들여 승리로 연결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키움은 KT와 함께 올 시즌 5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0승 19패). 그나마 KT는 7회까지 뒤진 경기를 한 차례 무승부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줬지만(0승 1무 23패), 키움은 그마저도 없는 진정한 '역전승 제로(0승 23패)'의 팀이다.

키움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다. 경기 전 홍원기 키움 감독은 "어떤 방법이든 상대 팀 선발 투수를 괴롭히고 일찍 내려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공격 쪽에서 너무 쉽게 죽다 보니 상대 선발 투수가 6회, 7회까지 던지게 된다"면서 "우리는 득점권 찬스를 많이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우리의 팀 컬러였는데 요즘은 출루 자체가 힘들다 보니 엇박자가 나고 공격, 투수, 수비력까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김준완이 26일 고척 롯데전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김준완이 26일 고척 롯데전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문제 해결을 위해 퓨처스리그에서 타격감이 뛰어난 선수를 즉각적으로 올려 쓰고 타순을 바꾸는 등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 이날도 키움은 퓨처스리그 타율 0.412의 김준완을 콜업해 곧장 1번 타순에 넣었다. 김준완은 멀티히트로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지만, 이후 4명의 타자가 1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면서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했다. 특정 선수 한 명만 잘해서 될 일은 아닌 것이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경기 시간 단축을 목표로 한 본질적인 목적은 박진감 있는 경기력으로 재미를 살리고 더 나아가 야구의 흥행을 위해서다. 경기 시간이 짧으면 좋지만, 응원팀이 한 점, 한 점 따라잡아 결국 이기는 결말을 볼 수 있다면 10분, 20분쯤 더 늘어나도 상관하지 않는 것이 팬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전의 재미를 잃은 평균 경기시간 1위 타이틀은 주객이 전도된 반쪽짜리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키움은 평균 3시간 14분 동안 치열한 야구를 통해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그 구성원이 대부분 남아있기에 지금의 모습은 더욱 실망스럽다. 팬들은 올해의 영웅군단이 너무 늦지 않게 지난해 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SSG 랜더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환호하는 키움 선수단. 지난해 SSG 랜더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환호하는 키움 선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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