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선구자 일본에게 배우는 중국 '디리스킹'[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2023.05.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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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앞으로도 한국을 줄곧 괴롭힐 문제입니다.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를 따라야 할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 들어오면 여론은 쉽게 흔들립니다. 대중 교역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여전히 한국 산업의 중국 의존도는 높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구에서도 이러한 딜레마를 차츰 이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과의 완전한 '결별'을 상정했던 '디커플링'(decoupling) 대신 대중국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디리스킹'(de-risking)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화두가 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중국 시장에 많이 투자한 독일 자동차 업계를 비롯, 서구 재계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옵니다. 한국도 벌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 수출을 자제해달라는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중국의 고속성장으로 인한 이득과 리스크를 겪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왔습니다. 동남아 지역을 여행해 본 분들이라면 곳곳에 일본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미 20년 전부터 중국 편중으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해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민당의 계속되는 독주로 일본 정치가 정체돼 있다고는 하지만 2019년부터 경제와 안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구를 신설해 다가오는 '경제안보'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한 것은 한국 정치계가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사실상 '섬나라'인 한국도 '경제안보'에 대해 철저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일본이 오랫동안 닦아온 '경제안보' 전략을 꼼꼼히 검토하고 좋은 것들은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PADO가 요약 소개하는 '더와이어차이나'의 이 5월 14일자 기사는 일본이 오랫동안 '경제안보' 전략을 어떻게 고민해왔는지를 생생하게 설명하고 정리했습니다. 한국의 정책입안자들이나 오피리언리더들이 꼼꼼히 읽어봐야 할 기사입니다.

(히로시마 로이터=뉴스1) 최종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맨좌측),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21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3국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히로시마 로이터=뉴스1) 최종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맨좌측),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21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3국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G7 정상회담에서 서구 지도자들을 만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가장 먼저 거론될 것이다. G7 정상회담이 열리는 곳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첫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히로시마이며 G7 회원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모두 러시아의 "무책임한 핵무기 거론"과 군사적 침략을 규탄한 바 있다.

하지만 특히 일본에게 G7은 또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가안보와 경제의 상호작용을 의미하는 '경제안보'에 대해 논의할 기회라는 것이다.



약 50년 전 G7이 시작된 것도 경제안보를 위한 노력에서였다.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자 일본과 서구의 지도자들은 협력을 모색했다. 수입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일본이 오일쇼크를 맞자 주요 언론에서는 "국가의 존립 자체"가 걸렸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한때 급속도로 번영을 구가하던 일본 경제는 전력 공급 중단과 인플레이션으로 흔들렸고 일본 경제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에 따라 관련 정책 논의가 개시됐다.

오일쇼크를 계기로 일본은 다른 선진국과 함께 경제·금융 협력에 주안점을 둔 비공식 포럼 G7을 결성했다.



오늘날 G7의 경제안보 과제는 단 하나, 중국에 집중돼 있다. 정상회담 전에 발표된 G7 재무·외교장관들의 공동성명에 '중국'은 명시돼 있지 않으나 미국, 유럽, 동아시아의 동맹국은 모두 중국 정부의 경제적 압박을 물리치고 중요한 광물 자원, 배터리를 비롯한 여타 전략물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G7 정상회담은 이러한 의제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기회이며 일본로서는 서방 동맹들이 이 사안에 계속 집중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본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데 매우 적극적입니다." 일본-유럽 관계 전문가이자 과거 일본 외무성, 방위성에서 일한 바 있는 츠루오카 미치토 게이오대 교수의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린 G7의 의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로만 도배되는 걸 바라지 않아요. 일본 정부는 아시아와 경제안보가 많은 관심을 받길 원합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을 경제안보의 선구자로 평가하며 일본 정부가 경제안보를 우선시하고 이를 제도화한 과정을 미국과 유럽 동맹들도 참고할 수 있으리라고 한다. 외국의 견제로 여러 차례 경제적 피해를 겪은 바 있는 열도 국가인 일본은 새로운 지역 단위 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자국 경제에 새로운 무역·투자 보호 조치를 취함으로써 경제안보의 개념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했다.

"20년 전에는 서구 사람들이 일본 기업들의 위험회피적 행태를 보며 혼란스러웠을 수 있어요." 베를린의 머케이터중국연구소(MERICS)의 분석가 아다치 아야다. "하지만 대중국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관리하는 데는 일본이 다른 나라보다 몇 발짝 더 앞서 있습니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데다가 일찍부터 중국과 관계를 맺고 있었으니까요. 다른 나라들도 일본에서 배울 게 많습니다."

2022년 5월 일본 국회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공급망을 강화하고 첨단기술 분야에서 대체불가능한 지위를 유지하며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고 민감한 특허기술의 공개를 방지하는 게 주목적이다.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은 일본 정치계가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의 위협을 인식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그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

서구의 동맹국들도 마찬가지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지난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진 후 "경제적 의존의 무기화"를 비롯한 각종 위협들을 물리치기 위해 경제안보 강화로 미국-유럽연합 협력을 증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의 목표는 자급자족 경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 공급망이 보다 유연하고 안전해지는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이 최근 전략물자의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 재정립과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 일신을 위한 정책 발표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경제안보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G7 정상회담은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을 배제하는 쪽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도록 인센티브와 규제를 잘 조화시키려 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안보의 선구자인 일본조차도 일본 기업의 이익이 중국에 많이 걸려있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독일의 대중국 교역량은 작년 각기 13%, 10%였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전체 교역량의 5분의 1이나 된다. 또한 일본 기업의 중국 주식 보유량은 외국에서 가장 많다.

서구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빼고 특정 부문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주문을 정부로부터 듣고 "상상할 수 없다"거나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가장 잃을 게 많은 것은 일본이다.

"한쪽에는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있고 다른쪽에는 경제안보가 있는데 일본은 둘 다를 원하죠."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이자 '일본의 새로운 역내 현실: 아시아태평양의 지경학적 전략'의 저자인 카타다 사오리다. "이런 난제를 관리하려면 정책의 세계와 비즈니스의 세계 양쪽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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