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모든 뮤지엄 이 그렇듯 M+도 기억의 저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 양식에서도 홍콩의 특수한 조건인 고층건물의 도시라는 감각을 구현하고 있는데, 홍콩의 개별 구조물은 종종 평범하고 진부하지만 총체적으로 모여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모더니티의 도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이후 시대의 혼란한 신흥 예술부터 1970년대와 1980년대 홍콩의 제조업, 영화, 인쇄 산업을 흉내낸 풍부한 키치까지, M+ 뮤지엄은 초기의 투박함과 활기, 그리고 점점 더 자신감과 영향력, 풍부한 표현력을 갖춘 아시아의 근현대 예술 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개관을 제공한다.
건물 자체(원래는 59억 홍콩달러(미화 7억 5천만 달러)로 추정되었으나 현재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으로 추정됨)는 석재로 뒤덮힌 고층 빌딩들로 빽빽한 협곡 사이에 좀 더 열린 블록을 만들기 위해 이러한 양식을 처음 도입한 뉴욕의 파크 애비뉴에서 익숙하게 보이는 슬래브 와 포디움이라는 20세기 중반 건축 양식으로 되돌아간 형태다. 포디움은 사방이 개방되어 있어 의도적으로 접근을 환영하고, 테라스는 홍콩의 오래된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을 제공한다.

그런 미술이 이제는 많이 친숙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많은 곳에서 잘 전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M+는 전 주중 스위스 대사이자 중국 현대미술의 선구적 컬렉터인 울리 지그(Uli Sigg)의 컬렉션을 포함해 그런 미술로 야심차게 우리의 시점을 이끈다. 또한 큐레이터들이 그래픽과 디자인, 고급과 저급, 품격과 키치를 예술 작품 곳곳에 섞어 놓은 방식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활기찬 전시를 만들어 낸다.
다른 곳에서는 종종 뒷전으로 밀려나는 건축물 자체가 이곳에서는 가장 눈에 띄고 기억에 남는 전시작품이 된다. 일본의 컬트적인 디자이너 구라마타 시로(倉?史朗, 1934-1991)가 디자인한 스시 바의 전체 인테리어는 서방에서 일본의 세계지배를 우려하던 1980년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게리 창(Gary Chang)의 '트랜스포머 실내공간'을 복제한 작품은 슬라이딩 벽을 살짝 당기는 것만으로 좁은 홍콩 아파트를 순식간에 재구성할 수 있는 멋진 '모빌 인테리어'다. 대중잡지들의 화려한 색상이 관광 안내 책자와 아방가르드 그래픽, 1960년대의 촌스러운 플라스틱 전등갓 옆과 매우 아름다운 모더니즘 의자 옆에서 빛을 발한다.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1929-) 작품은 무한 거울 상자에서 필수적인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나는 사진을 찍지 않았더니 이에 놀란 직원에게 부드럽게 훈계를 들었다. 내가 설명을 잘못 이해한 게 분명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예술적 표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우려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노골적이든 교묘하든 정치적 의도를 가진 작품이 많이 보인다. 기자 회견에서 여러 번 강조된 공식 입장은 모든 기관이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조심스럽게 밟아야 할 선이 있지만, 첫인상은 긴장감이나 두려움이 아니고, 역사의 미묘함에 대한 정치적 동기에 의한 재해석 보다는 자유로운 표현과 감상의 폭발 같은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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