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되면 통신사 '손해배상'해야…법 개정에 "중복 규제" 비판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2023.05.2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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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방통위 "중복 규제" 우려…기업단체도 일제히 '반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뉴시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개정해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을 위반한 주요통신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 근거 마련을 추진하는 가운데 관계부처 및 업계에서는 중복 규제 지적이 쏟아졌다. 법안을 검토한 국회 수석전문위원도 법안심사 과정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26일 김건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최근 전체회의에 제출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개정안에 대해 "중복 규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이용자의 손해구제를 강화하려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관계부처의 중복 규제 의견과 유관단체의 반대 의견이 있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앞서 국회 과방위 소속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기간통신사업자, 부가통신사업자 및 집적정보통신시설사업자 등 주요통신사업자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상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을 위반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통신사 장애 발생 현황을 제시하며 "약관상 보상 대상이 아닌 경우가 있고 장애 보상액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요통신사업자가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을 위반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의 기준과 절차가 규정돼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33조는 전기통신역무 제공이 중단되는 등 전기통신역무 제공과 관련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한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6조는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가 정보통신시설의 멸실, 훼손 등 운영장애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단체들도 일제히 법 개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상 이미 배상책임 규정이 마련돼 있어 입법 필요성이 낮다며 개정안 삭제 의견을 냈다. 개정안의 입법취지가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인데 전기통신사업법에 이미 개정안보다 넓은 범위의 손해배상책임 근거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또 손해배상책임은 기본적으로 민법에서 규정해 주요통신사업자가 과실로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원칙적으로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면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중복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도 통신사업자는 이미 규정에 맞춰 장애에 따른 통신서비스 중단이 발생할 경우 이용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수 있도록 이용약관에 반영하고 있어 개정안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통신사업자가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을 위반한 경우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현행법상 제재 조항이 이미 존재해 법적으로 충분히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부터 업계 의견을 수렴해 온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도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의 경우 사용자 간 이용계약에 손해배상 조항이 이미 규정돼 있어 개정안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손해배상 조항과 이용약관, 과징금 등 제재 조항이 존재함에도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동일 사안에 대한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와 주요방송통신사업자들에게 법 체계 적용의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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