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해진 창문형 에어컨…中企 생존경쟁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3.05.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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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해진 창문형 에어컨…中企 생존경쟁


여름 더위를 앞두고 창문형에어컨 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삼성, LG와 밀릴 수 없는 경쟁을 하고 있다. 2~3년 전까지 창문형에어컨은 중소기업 먹거리였는데 1인 가구가 늘고 '방방냉방'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지금은 대기업들까지 뛰어든 상황이다.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무기 삼아 생존경쟁 중이다.

창문형에어컨 기업 파세코 관계자는 25일 "그동안 쌓인 노하우로 시장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한다"면서도 "경쟁이 심화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창문형에어컨은 좌우로 여닫는 미닫이 창문에만 설치할 수 있는데, 창문을 에어컨 너비만큼 열고 함께 배송된 '키트'로 틀을 잡은 뒤 키트 안에 에어컨을 끼워 넣는 식으로 설치한다. 실외기가 에어컨 본체에 결합해 있어 따로 필요가 없다.

창문형에어컨은 과거엔 '싼 맛에 쓰는 에어컨'으로 통했다. 여관, 모텔에 많이 설치돼 '모텔 에어컨'으로도 불렸다.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의 전유물이 됐다. 하지만 2019년 파세코가 창문형에어컨을 출시해 보편화에 앞장섰다. 부피가 작은 덕에 원룸, 자녀 방에 설치하기 편하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때마침 1인 가구가 늘고 방마다 냉방 가전을 비치하는 이른바 '방방냉방'이 트렌드가 됐다.



이듬해 신일전자, 위니아, 귀뚜라미, 쿠쿠 등이 제품을 내놨고 시장 규모는 2019년 4만여대에서 지난해 30만여대 수준으로 커졌다.

삼성은 2021년, LG는 지난해 창문형에어컨을 출시했다. 국내시장이 아직 대기업이 뛰어들만한 수준이 아닌 만큼 중국, 인도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해 뛰어들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국내에서도 대기업들과 경쟁 중이다.

삼성은 에어컨 강자답게 창문형에어컨이 소비 전력을 74% 감소하는 무풍 냉방 기능 등 프리미엄급 성능을 갖췄다. LG도 에너지소비효율이 1등급이고, 강풍모드보다 온도를 24% 더 낮추는 아이스쿨파워 성능을 넣었다.


대기업들 진출이 창문형에어컨 시장을 키우는 면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 경쟁력에서 대기업들과 비교가 안되는 중소기업에겐 타격이 불가피하다. 창문형에어컨이 주력인 파세코 같은 중소기업은 사실상 생존 경쟁을 하고 있다.

다만 창문형에어컨은 냉방 성능과 별개로 설치 '범용성'이 핵심 경쟁력이라 중소기업들도 3~4년 노하우를 무기로 버티고 있다. 삼성과 LG 제품은 창틀 재질이 나무, 알루미늄이면 설치할 수 없다. LG는 창 높이가 105~150cm를 벗어나면 설치가 불가능하다. 삼성은 92~146cm를 벗어나면 추가 키트를 사용해야 한다.

파세코는 창 높이가 77cm만 넘으면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다. 나무, 알루미늄 재질 창틀도 가능하다. 파세코는 창 높이가 77cm 이상인데 설치가 안 되는 고객에게 서큘레이터를 증정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서큘레이터를 받은 고객은 없다.

파세코는 지난 4년 동안 키트 기술을 쌓았다. 올해 신제품에는 '이지락 시스템', '이지핏 시스템'을 새로 탑재해 드라이버로 조여야 하는 볼트를 9개에서 아예 없앴다. 덕분에 에어컨을 빠르면 1분 안에 설치할 수 있다. 비, 눈이 와도 수분이 키트 안으로 스며들지 않는 기술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UV(적외선)-C LED 모듈로 에어컨 내부 세균과 바이러스를 살균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신일전자는 창문형에어컨 가격이 경쟁사 제품보다 낮고 제습 성능이 대용량 제습기만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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