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인 줄 알았는데…입술·외음부에 핀 '포도송이 물집'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3.05.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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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인 줄 알았는데…입술·외음부에 핀 '포도송이 물집'


#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입 주변에 물집(수포)이 여러 개 생겨 말하거나 먹을 때 불편했다. '피곤해서 생긴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는 주변 동료의 말을 믿고 A씨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통증만 심해지자 A씨는 얼마 전 TV에서 봤던 '대상포진'이 아닐까 의심이 들어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대상포진은 아니었지만 '단순포진'으로 진단받고 약물치료 중이다.

단순포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Human Herpes Viruses) 가운데 단순포진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가 피부·점막에 감염돼 물집이 생기는 질환이다.



단순포진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의 '신체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한 번이라도 감염이 되었다면 치료 후에도 후근신경절이라는 신경조직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염증 등으로 인해 쉽게 재발하고 증상을 일으킨다. 허리 위에 생기는 '1형'과 허리 아래에 생기는 '2형'으로 분류하며, 개인의 면역 상태, 침범 부위에 따라 증상의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렸을 때 헤르페스 1형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주로 바이러스를 가진 가족·친구와의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키스하거나 식기·수건을 같이 써도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병변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짧은 시간 동안 주로 입술 주위, 코, 뺨, 턱에 나타난다. 1형 가운데 가장 흔한 입술 헤르페스는 입술 경계부터 뺨·턱·코·구강 점막 등에 발생한다. 물집이 발생하기 전 화끈거림·통증·가려움증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2형 바이러스는 성기 부위에 병변을 만든다. 이 경우 대부분 성관계로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외음부 주위에 물집이 생기는 2형의 경우 성병의 일종으로 수포 외에도 근육통·발열·무력감·피로감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단순포진 바이러스의 경우 물집이 포도송이처럼 무리 지어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진단을 위해서는 물집 발생 부위를 관찰하고 필요 따라 조직검사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감염 부위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저절로 나을 수 있다. 하지만 호전되지 않고 장시간 낫지 않거나 합병증이 동반됐다면 항바이러스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대동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김윤미 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 몸에 물집이 생기면 대상포진은 아닐까 두려움을 갖고 오는 경우가 많다"라며 "원인 바이러스가 다를뿐더러 단순포진의 경우 한 곳에 국한해 발생하는 반면, 대상포진은 신경을 따라 띠 모양으로 물집이 생기는 등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물집이 생기는 것만으로 어떤 질병인지 일반인은 구별하기 어려우므로 몸에 이상 반응이 있을 때는 가까운 의료기관에 내원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물집이 생겨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고 내버려 두거나 민간요법을 찾게 되면 오히려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대상포진은 백신 접종을 통해 막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수포 바이러스는 생활 습관 개선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단순포진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영양·수면·피로·스트레스 등 건강관리를 잘하도록 하며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직장 동료 간, 가족 간에도 수건·컵 등 위생용품은 따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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