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된 '러 자산' 280조원에서 나온 이익금으로 우크라 지원?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3.05.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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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법적 근거 등 논의 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전쟁이 터지자 동결시켰던 유럽 내 러시아 현금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 등을 우크라이나에 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EU는 지난해 동결시킨 러시아 자산 1996억 유로(280조원)의 이익금을 우크라이나로 보낼 수 있는 절차와 법적 근거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관리들은 최근 세계 최대 결제 기관인 유로클리어(Euroclear)가 보유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벨기에에 위치한 유로클리어는 투자자들이 세계 각국의 증권에 투자할 때 국가별 별도 계좌 없이도 거래할 수 있는 통합계좌를 제공하는 국제증권예탁결제기관(ICSD)이다. 약 90개국에서 국경 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로클리어가 동결한 러시아 자산의 대부분은 러시아 중앙은행 몫으로 1800억유로에 달한다. 유로클리어는 이 자산을 대출이나 재투자 등의 방식으로 일부 수익을 남긴다. 벨기에 정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로클리어가 묶어둔 러시아 현금자산에 대한 이자만 7억3400만유로(1조 413억원)에 달한다.



FT는 유럽의 이같은 움직임이 러시아 자산 몰수에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게끔 재정 지원을 하는 서방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FT는 관계자를 인용해 "이 이익금이 어디에 속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정이지만,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금융기관들마저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며 "우크라이나를 돕는 일은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 환경에 미칠 영향과 법적 문제들을 고려해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기준 35조6000억유로(약 5경원)의 자금을 굴리는 유로클리어의 움직임은 국제 금융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의 예탁과 관리 역할만 하던 유로클리어가 이익금을 사용하는 건 역할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EU 관리들은 다음 달 말 예정된 회의에서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제시할 방침이다. EU 집행위 측은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법적, 기술적으로 복잡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로클리어가 위치한 벨기에는 이곳에 저장된 러시아 자산에서 나온 이익에 대한 세금 수입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인도적 지원과 난민 구제에 사용하겠다는 별도의 계획을 밝혔다. 벨기에 정부는 러시아 자산으로부터 올해 최소 6억2500만유로(약 8888억원)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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