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보험사들에게 적용되는 회계원칙인 IFRS17(새국제회계기준)은 10년전인 2013년부터 도입이 논의됐다. 글로벌 스탠다드여서 우리 정부의 방침보다도 더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당초 2021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이 고려돼 2년 더 유예를 거치는 등 적용을 위한 준비기간도 짧지 않았다.
특히 IFRS17은 보험사들이 회계 계상을 할 때 일정부분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이 수년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각사가 기본 원칙 하에 기준을 자율적으로 정해 순익과 CSM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IFRS17 원칙이 보장하는 선에서 각사가 초반 실적이 잘 나올수 있는 가정을 선호할 것이란 의견도 일찍감치 대두됐다. 시장에서의 기선제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뚜껑이 열리자 예상대로였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역대급이었다. 보험업권 전체의 1분기 순익이 5조2300억원으로 추산됐는데, 지난해 연간 순익 9조2000억원의 절반 이상의 순익을 한 분기만에 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연간 순익은 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에 IFRS17 적용과 함께 역대급 실적이 날 것이란 예상은 업계뿐만 아니라 금융당국도 했다. 순익 규모가 이 정도일 줄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뿐이다. 아울러 예상 이상의 순익 규모가 혼란을 줄 지도 예상하지 못했다. 보험사 체질은 달라진 게 없는데 순익만 커져서다. 일각에서는 원칙에 따른 보험사 실적에도 불구하고 '분식회계'라는 말까지 언급하며 왜곡된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
더 큰 혼란은 10년간 글로벌 스탠다드의 국내 적용을 위한 조정을 업계와 논의한 금융당국이 흔들리면서 나왔다. 보험사 순익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자 회계적 가정의 세부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10년간 준비한 기준이 모자라 또 기준을 세운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서는 자율성 보장이라는 IFRS17의 '원칙'까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최근 혼란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를 통해 어느 정도 오해를 풀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점은 다행스럽다.
IFRS17은 올해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바로잡고 다시 중심을 잡으면 된다. 첫 스텝이 꼬여도 두번째 스텝을 제대로 밟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금융당국 스스로 IFRS17 원칙을 무겁게 여기고 중심을 바로 잡길 바란다. 그래야 외풍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