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입소문 퍼지자 정용진도 인증샷…매일유업 회장이 공들인 '아이들의 천국'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3.05.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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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 소재 농어촌 테마파크 '상하농원' 탐방기

상하농원 파머스빌리지에서 바라본 축사, 동물농장 전경. /사진=유엄식 기자상하농원 파머스빌리지에서 바라본 축사, 동물농장 전경. /사진=유엄식 기자


서울에서 약 300km, 차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자룡리. 국내 유가공 업계 1위 매일유업 (40,850원 ▼50 -0.12%)의 프리미엄 유기농 브랜드인 '상하목장' 우유와 치즈를 생산하는 공장 바로 옆에는 9만9173㎡(약 3만 평) 대지에 조성한 농어촌 테마파크 '상하농원'이 있다.



공장 옆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은 2008년 첫 삽을 뜬 이후 8년 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6년 4월 22일 공식 개장했다. 사업 초기 정부와 지자체(고창군)가 각각 50억원을 공동 출자하고 매일유업이 100억원을 투자했다.

사업 기간이 길어져 예산이 부족해지자 2015년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현 매일홀딩스 회장)은 "제대로 된 테마파크를 짓자"며 17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종합 낙농개발 사업을 통해 훗날 돈보다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창업주 고(故) 김복용 명예회장의 '낙농보국(酪農報國)' 신념을 이은 결단이었다.



내부에 대규모 목장과 텃밭 구현...유럽 농원 콘셉의 이국적 건물도
상하농원 출입구를 지나 약 500미터를 올라가면 2018년 준공한 리조트형 숙박시설 '파머스빌리지'가 구축돼 있다. 이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상하공장으로 보낼 원유를 짜내는 젖소 목장과 양떼 목장, 동물 농장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 목장을 지나면 각종 채소가 심어진 대규모 텃밭이 조성돼 있고, 그 사이에 유럽의 아름다운 농원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건물이 여러 동 들어섰다. 이 건물 내부에는 햄, 빵, 과일, 간장·젓갈류 등 각종 먹거리를 만드는 공방과 식당, 아이들과 직접 먹거리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실습 장소가 마련돼 있다.

상하농원 내 조성된 채소류 텃밭과 햄공방, 식당가 등이 들어선 건물. /사진=유엄식 기자상하농원 내 조성된 채소류 텃밭과 햄공방, 식당가 등이 들어선 건물. /사진=유엄식 기자
상하농원 내 모든 건물은 설치 미술가인 김범 작가가 아트 디렉터를 맡았고, 유명 건축학과 교수들이 설계에 참여했다. 각 건물의 지붕은 아트 디렉팅을 구현하기 위해 특수 제작됐고 외관의 벽돌과 내부의 조명까지 모두 설계 단계부터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같은 면적의 일반 건물보다 3배 이상 많은 건축비가 투입됐다.


현장을 찾은 지난 20일(토) 오후, 목장과 동물 농장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다. 소와 양에게 줄 2000원~1만원짜리 먹이 세트는 금세 동났다. 성수기에는 하루에 4000개 이상 팔린다고 한다. 아이들은 손에 쥔 먹이를 소, 양, 염소 등 동물에게 주면서 교감하고 즐거워했다.

체험 프로그램 실습실에는 가족 단위 2~4인으로 구성된 10여 개 팀이 안내에 따라 피자를 만들고 있었다. 실습 재료로 사용한 도우, 햄, 치즈 등은 모두 상하농원 공방에서 만든 제품이다. 실습장 앞에 마련된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도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상하농원 내 젖소 목장에서 방문객들이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상하농원 내 젖소 목장에서 방문객들이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
누적 방문객 200만명 넘어...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찾아
상하농원이 문을 연 이후 최근까지 누적 방문객은 200만명이 넘어섰다. 매년 약 25만명이 찾은 셈이다. 초기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로 유명해졌다. 그동안 차로 약 1시간 거리인 광주와 전북 지역 거주자들이 자주 찾았는데, 최근엔 이보다 거리가 먼 지역에서 찾는 관광객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사업 협의를 위해 찾는 기업인이나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많아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2021년 1월 본인 인스타그램에 상하농원 방문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벤치마킹을 위해 종종 해외 기관이나 정부 관계자들도 찾는다고 한다.

상하농원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8년 완공한 파머스빌리지에 이어 2020년 6월 길이 50m 너비 24m의 대형풀을 갖춘 수영장을 개장했고, 그해 10월 야외 노천탕을 갖춘 스파도 문을 열었다. 향후 상하농원 내에 식물원(가칭 상하의숲)과 박물관 등 추가 시설도 지을 예정이다.
상하농원 동물 농장 내부. 방문객들이 당근, 우유 등 먹이를 직접 주며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상하농원 동물 농장 내부. 방문객들이 당근, 우유 등 먹이를 직접 주며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
상하농원은 회사가 추구하는 '6차 산업'을 구체화한 공간이다. 6차 산업이란 농·축·수산업(1차산업), 제조업(2차산업), 서비스업(3차산업)이 복합된 산업구조를 의미한다. 고창군 소재 농가와 계약을 맺고 이들이 직접 재배한 농축산물을 공방에서 가공해 소비자에 판매하는 경제 행위가 상하농원이란 공간에서 모두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때문에 김정완 회장의 상하농원에 대한 애정은 깊다. 김 회장은 2016년 개장 기념식에서 "농민과 함께 땅을 일구고 여기서 자란 신선한 농산물을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테마공원을 구상했다"며 "이를 통해 매일유업은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소비자는 건강한 먹거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9년 창립 50주년 행사도 상하농원에서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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