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루이 다비드, 자화상. 1794,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사진= 루브르 박물관
미술사에서 대관식 하면 자크 루이 다비드 작 '나폴레옹 대관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100% 역사만 담은 '기록화'가 아닙니다. 오지 않은 사람을 왔다고 그렸고, 중요인물의 실제 표정을 그렇지 않은 것처럼 묘사했죠. 게다가 당시 절대로 있을 수 없던 인물이 참석한 것처럼 그렸습니다. 대표적인 세 가지 왜곡입니다.
다비드, '나폴레옹의 대관식' 1807.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워낙 큰 그림에 많은 인물을 넣어 캔버스를 줄여서 보면 얼굴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진= 루브르 박물관
하지만 나폴레옹이 누굽니까. 사이좋은 가족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그는 다비드에게 요청(이라고 쓰고 명령)해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넣습니다. 그림 중앙에서 약간 왼쪽, 검은 배경의 귀빈석 중앙에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보이시나요. 그가 레티지아 보나파르트라고 하네요.
②교황은 그런 표정 아니었다원래 다비드는 교황이 어두운 표정으로, 손짓도 없이 황제가 되는 나폴레옹을 바라보는 것을 구상했습니다. 그것이 사실에 더 부합했겠죠. 나폴레옹이 유럽을 호령할수록 교황의 권위와 영향력은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교황이 흔쾌히 나폴레옹의 즉위를 축복해주기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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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 한 번, 나폴레옹이 누굽니까. 황제는 "대관식 구경이나 시켜주자고 짐이 교황을 로마에서 여기까지 모셔왔느냐"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그 결과 교황이 손을 들어 새 황제를 축복하는 모습으로 그림에 남았다네요. 세 손가락을 앞으로 모은 모양 또한 그런 의미를 담았습니다. 두 번째 왜곡이라고 할 만하죠.
다비드, '나폴레옹의 대관식' 1807. 부분확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맨 왼쪽 뒷모습만 나온 이가 나폴레옹, 그 오른쪽이 카이사르를 그린 캐릭터. 흰 옷을 입고 앉아서 손가락을 모은 이가 교황이다. /사진= 루브르 박물관
스케치를 보면 나폴레옹 바로 뒤에 앉은 교황의 표정이 좋지 않네요. 그런 정치적 고려까지 한 걸까요. 다비드는 나폴레옹이 조제핀 머리 위에 왕관을 높이 든 모습으로 바꿔 그립니다.
뒤로 한껏 제쳤던 나폴레옹의 허리를 조금 앞으로 옮기자 그만큼 공간이 남았죠. 그 곳에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인물, 카이사르가 들어갔습니다.
③카이사르는 이미 죽었다
다비드, 나폴레옹 대관식 스케치. 1804~1807.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사진= 루브르 박물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 황제가 된 적 없습니다. 하지만 로마 이후 유럽 모든 황제의 권위는 카이사르를 출발로 합니다. 독일어 카이저, 슬라브어 '차르'가 황제를 뜻하는데 그 어원이 바로 카이사르의 이름입니다.
이처럼 다비드의 세 가지 왜곡은 분명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사실 그대로 담기보다, 사실과 조금 다르더라도 새 황제의 위엄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설정과 장치를 넣은 것이죠.
전하는 이야기로는 나폴레옹이 이 그림을 그리는 다비드를 여러 차례 찾아와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수정도 지시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이 어느날 한참 그림을 보다가 다비드에게 "존경한다" 말했다고 널리 알려졌습니다.
한편, 흰 말을 타고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모습도 나폴레옹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그림인데요. 역시 다비드의 작품이고 여기에도 '왜곡'이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