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증권업계 '채권 돌려막기' 전면 검사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3.05.2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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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이 증권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에 대한 전면 검사에 나섰다.

23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일임형 자산관리 상품인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운용 실태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첫 검사 대상은 하나증권과 KB증권이다. KB증권은 평가손실을 숨기기 위해 하나증권에 있는 KB증권 신탁 계정을 이용해 자사 법인 고객계좌에 있던 장기채를 평가손실 이전 장부가에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는다.



고객에게 단기 투자상품을 판매하고 받은 자금을 장기채권으로 운용하는 이른바 '만기 불일치 자산운용'을 한 의혹도 받는다. 또 지난해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기반조성을 담당한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등으로 고객 자금으로 투자했던 장기채권 가격이 폭락하며 간접 자전거래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장 금리가 급등하면서 장기채 가격이 폭락한 영향으로 증권사별 평가손실은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증권사가 이 같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자전거래'를 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채권 거래 시에 장부에 곧바로 기재하지 않고 일정 시간 보관하도록 한 뒤 결제하는 방식을 썼는지도 중점 검사 대상이 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의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관련 위법 행위 발생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며 "하나·KB증권 외에도 검사 대상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증권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불법적인 자전거래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KB증권 측은 "계약 기간보다 긴 자산으로 운용하는 미스 매칭 운용은 불법이 아니"라며 "상품 가입 시 만기 미스매칭 운용전략에 대해 사전에 설명했고 고객 설명서에 계약기간보다 잔존만기가 긴 자산이 편입돼 운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고지돼 있다"고 했다.


이어 하나증권과 거래한 목적은 시장 유동성 공급을 위한 것이라며 "손실을 덮을 목적으로 타 증권사와 거래를 한 것이 아니다"면서 "지난 9월 말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로 시중금리가 급등하고 CP(기업어음) 시장 경색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고객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거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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