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기름'이 '미래 에너지'로…비싼 몸 거듭난 폐식용유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3.05.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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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폐식용유가 '비싼 몸'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 항공유와 바이오디젤의 주 원료로 떠오르면서다.

23일 정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배출되는 폐식용유는 연 25만톤 수준으로 추산된다. 과자 등 각종 식품 공장, 프랜차이즈 식당 등에서 약 20만톤, 가정에서 약 5만톤 정도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폐식용유는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핵심 원료로 거듭났다. 이물질과 습기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 후 항공유 혹은 경유와 섞어 연료로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 기존 연료 대비 80% 수준까지 탄소를 감축할 수 있어 각광받는다. 폐식용유를 활용하면 별도로 사탕수수나 곡물로부터 기름을 짜내는 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기술적·비용적으로 유리하다.



정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항공유 도입 시기가 다가오며 폐식용유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EU(유럽연합)는 기존 항공유에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섞는 비율을 2025년 2%,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잡았다. UN(국제연합) 산하 국제민항기구(ICAO)의 바이오 항공유 보급 목표는 2025년 2%, 2040년 32%, 2050년 50%다.

바이오디젤 연료의 확산도 폐식용유의 재발견으로 이어진다. 전세계적으로 바이오디젤 비율을 높이는 게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국내만 봐도 지난해 10월 탄소중립위원회가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비율을 현재 3.5%에서 2030년 8%로 상향하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백종원 유튜브 캡처/사진=백종원 유튜브 캡처
문제는 국내에 있는 폐식용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만 경유 4814만톤, 항공유 1553만톤이 생산됐다. 폐식용유를 100% 수거해 재활용한다고 해도 경유·항공유 대비 미미한 양이다. 폐식용유는 이외에 친환경 납사(나프타) 사업 등에도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일단 정유·화학 업체들은 국내에서 폐식용유를 확보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롯데제과로부터 마가린 제조 과정과 단체급식소에서 발생한 폐식용유를 공급받기로 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대산공장 내에 연산 13만톤 규모의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

해외 물량 확보에도 나섰다. 국내보다 폐식용유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중국 및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이 주 대상이다. 정부와 바이오 항공유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GS칼텍스의 경우 해외에서 바이오 항공유를 도입해 기존 항공기 연료에 섞어 대한항공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최근 폐식용유 수입 판매업을 소규모로 시작하고, 본격적인 시장 참여 여부를 고민하는 중이다.

정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폐식용유 가격 역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 업체들도 파트너 확보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및 지자체가 나서서 폐식용유 수거율을 높여준다면 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국내에서만 원료를 원활하게 수급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하는 폐식용유 양이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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