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자금…KOFR부터 SOFR까지 늘어나는 파킹형 ETF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3.05.2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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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장한 파킹형 ETF 9개…출시 2주 만에 순자산 5000억 돌파

갈 곳 없는 자금…KOFR부터 SOFR까지 늘어나는 파킹형 ETF


자산운용사들이 잇달아 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 SOFR(미국 무위험지표금리), CD(양도성예금증서) 등을 기초지수로 일정한 이자를 받는 파킹형 ETF(상장지수펀드)를 내놓고 있다. 불안한 증시 상황과 낮은 예금 금리의 영향으로 갈 곳 없는 자금들이 파킹형 ETF에 몰리고 있다.

23일 '히어로즈 CD금리액티브(합성)' ETF가 증시에 신규 상장했다. 해당 ETF는 금융투자협회가 매일 고시하는 CD 91일물 수익률을 추종하는 금리형 ETF다. 매일 이자가 확정돼 원금에 가산돼 이자가 일복리로 쌓이는 효과가 있어 파킹통장을 대체하는 파킹형 ETF로 꼽힌다.



이같은 파킹형 ETF는 올해 9개 상장했다. KOFR, SOFR, CD금리 등 추종하는 지수도 다양하다. 지난 3월 NH-Amundi(아문디)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각각 'HANARO KOFR금리액티브(합성)'와 'ARIRANG KOFR금리' ETF를 출시했다.

KOFR은 투자자금의 평균회수기간을 의미하는 듀레이션이 1일인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금리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매일 이자수익이 확정되는 무위험지표금리지수다.



지난 4월4일 삼성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SOFR을 기초지수로 삼는 'KODEX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ETF를 출시한 데 이어 SOFR ETF가 연달아 쏟아졌다.

지난 4월25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미국달러SOFR금리(합성)' ETF를 내놨고, 이달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은 각각 'TIGER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ARIRANG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KBSTAR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ETF를 출시했다.

SOFR는 뉴욕 연준이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는 1일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기반으로 산출하는 금리다. 글로벌 대표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하는데다 매일 SOFR 금리만큼 수익이 누적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자산운용사들이 파킹형 ETF를 늘리는 것은 갈 곳 잃은 자금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 본부장은 "올해 초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반짝 증시가 상승했으나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태도는 여전히 매파적이고 증시 변동성 또한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안전마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치솟았던 예금 금리가 하락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말에는 시중은행에서 4~5%의 예금금리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예금금리는 3%대 이하로 내려왔다. 파킹형 ETF들의 금리는 4~5%대로 예금금리보다 높다.

덕분에 올해 상장한 파킹형 ETF들의 순자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일 상장한 'KBSTAR 머니마켓액티브' ETF의 순자산은 전일 기준 5328억원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3월 한화자산운용이 출시한 ARIRANG KOFR금리 ETF의 순자산은 두 달 만에 1188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상장한 KODEX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ETF의 순자산은 2327억원으로 빠르게 증가 중이다.

올해 출시된 파킹형 ETF 9개 중 순자산 규모가 상장일 대비 감소한 것은 TIGER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ARIRANG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KBSTAR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3개 뿐이다. 이마저도 감소한 순자산 규모는 1억원 내외로 미미하다.

기존에 출시된 파킹형 ET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의 순자산은 4조7188억원으로 연초 대비 1조2777억원 증가했다.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의 순자산은 연초 대비 4900억원 증가한 3조5065억원이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예금은 가입 시 일정 기간 자금이 묶이지만 파킹형 ETF는 고금리 수혜를 누리면서 투자자가 원할 시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변동성 장세에서 특별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가 재투자를 기다리며 단기 운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기관투자자의 경우 SOFR ETF를 활용 시 보유하고 있는 달러 유동성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환전수수료 없이 설정·환매가 가능하다"며 "달러 자산 유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달러 단기 투자 수단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파킹형 ETF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라도 잘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도형 본부장은 "유사한 운용구조를 가진 상품이더라도 운용 노하우와 유동성 환경 그리고 보유 자산 등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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