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日증시 왜 잘나가나 봤더니…외국인 투자자 中서 이동중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3.05.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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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 기업 시가총액 증가분도 중국 기업의 2배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일본이 아시아에서 중국을 대체할 투자처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미·중 갈등과 중국의 기대 이하의 경제 회복 속도에 투자자들이 중국 아닌 일본에서 새 기회를 엿본다는 것이다.

23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골드만삭스 자료를 인용해 올해 2분기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일본 주식을 216억달러(약 28조34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매도 우위였지만 4월부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반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중국 본토 주식 매수세에는 급제동이 걸렸다. 스톡커넥트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본토 A주(상하이와 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위안화 표시 중국 기업 주식) 매수액은 10억달러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 270억달러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22일 니혼게이자이 역시 금융정보업체 퀵팩트셋 자료를 인용, 지역별 주가지수를 바탕으로 편입 기업의 시가총액을 달러로 환산해 비교한 결과 지난 19일 기준 일본 기업의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4000억달러 불어나며, 약 2000억달러 증가한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노무라증권의 니시 테츠히로 일본 주식 책임자는 "최근 1~2년 정도 분위기를 보면 중국주를 중심으로 운용하던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본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중국 정책과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정적인 일본에 대한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중국 안후이성에 있는 한 증권사에서 투자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FPBBNews=뉴스1지난해 2월 중국 안후이성에 있는 한 증권사에서 투자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FPBBNews=뉴스1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2021년 본격화한 중국 정부의 기술 기업 단속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에 찬물을 뿌린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고속 성장 기대감에도 정부 개입 리스크로 중국 기업 투자를 재고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장기화하는 미·중 대립과 대만 침공 위험 역시 중국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와 달리 더딘 것도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중국의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증가율은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고 반면 청년실업률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연간 성장률 목표(5.0%) 달성을 위해 경기 부양이 필요하지만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다.


반면 일본은 굳건한 통화부양책으로 증시를 뒷받침하고 있다. 당초 일본은행 총재가 새로 부임하면 긴축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신임 총재는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는 "앞으로 2년 동안 수익률곡선통제(YCC) 폐지나 금리 인상이 없는 아주 점진적인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적인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달 일본 주식 투자 확대 의향을 밝힌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모넥스그룹의 제스퍼 콜 애널리스트는 버핏의 일본 방문은 일본 투자에 대한 '승인 도장'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짚었다. 이날 버핏 회장이 보유한 일본 5대 종합상사(미쓰비시·미쓰이·스미토모·마루베니·이토추)의 주가는 장중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경제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3~4%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만성 디플레이션 탈출이 기대된다. 또 일본 지분은행이 집계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9로 7개월 만에 경기 확장을 가리켰고, 서비스업 PMI는 56.3으로 전망을 웃돌았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 위는 경기 확장을 그 밑은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앞서 도쿄증권거래소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후 다이이치생명홀딩스와 미쓰비시상사 등은 대규모 자사주 환매 계획을 밝힌 상태다. 투자자들은 이런 움직임이 확산할 것으로 기대하며 저평가된 기업들의 주식을 담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T로프라이스의 대니얼 헐리 신흥시장 및 일본 주식 포트폴리오 전문가는 "일본의 경제 회복과 탈중국 거래가 일본 주식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시장이 이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니혼게이자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의 밸류에이션과 주주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엔 투자금을 회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 전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닛케이225지수는 23일 오후 하락 전환하며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9거래일 만의 하락으로 3만957.77에(0.42% 하락) 거래를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2분기에만 10% 넘게 상승한 상태다. 올해 들어선 18.6% 올랐다.

닛케이225지수 6개월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닛케이225지수 6개월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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