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2배 냉장고 수리도 척척…"어디 보자"팔짱낀 고객도 녹였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3.05.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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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에서 출장 엔지니어로 변신…염선미 삼성전자서비스 프로 "여성 아닌 엔지니어로 최고될 것"

염선미 삼성전자서비스 청주센터 소속  가전제품 출장서비스 엔지니어/사진제공=삼성전자서비스염선미 삼성전자서비스 청주센터 소속 가전제품 출장서비스 엔지니어/사진제공=삼성전자서비스


만 35세, 23살부터 10년 넘게 한 직장을 꾸준히 다녔지만 직업은 3번이 바뀌었다. 상담사에서 휴대폰 서비스센터 엔지니어로, 또 한번 가전 출장 엔지니어로.



여성 엔지니어, 아내, 7살 딸을 둔 엄마. 그를 수식하는 말은 여러가지지만, 관통하는 것은 한 가지다. 여기 '도전의 아이콘'이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청주센터 소속의 염선미 가전제품 출장서비스 엔지니어를 22일 만났다.



2011년 사회 생활을 시작한 염 프로의 첫 직업은 AS(애프터서비스)센터 상담사였다. 꼬박 10년을 상담사로 보냈지만, 배움의 열망은 여전했다. 고객과 엔지니어 중간에서 접수 진행 상황을 조율하면서 현장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상담사 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휴대폰 엔지니어 교육을 들었고, 그것이 계기가 됐다. 염 프로는 "처음엔 (직을) 완전히 전환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일을 원활히 하려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을 받다 보니 조금 더 변화해봐도 되겠다 싶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2019년부터 서비스센터 상담사 등 협력사 직원을 직접 고용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장기적인 업무 비전을 제시하며 엔지니어 등 새로운 직무로 도전을 독려했다.
염선미 삼성전자서비스 청주센터 소속  가전제품 출장서비스 엔지니어/사진제공=삼성전자서비스염선미 삼성전자서비스 청주센터 소속 가전제품 출장서비스 엔지니어/사진제공=삼성전자서비스
2020년부턴 휴대폰 서비스센터 엔지니어로 일하게 됐다. 염 프로는 그 해 하반기 바로 고객만족도 1위 엔지니어로 뽑혔다. 첫 해 부터 될 성 부른 떡잎의 모습을 보인 셈이다.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다음 해엔 출장 엔지니어로 또 한번 변신했다. 그는 지금 냉장고와 TV, 에어컨, 세탁기 등 8개 제품에 대한 기술 자격을 가지고 제품 수리와 관리가 필요한 가정 곳곳을 누비고 있다.


염 프로는 "뭔가 할 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다"며 "회사가 외근 여성 엔지니어 전환을 독려하기도 했고, 스스로도 여성이란 점이 엔지니어 업무에 장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비스는 고객 선호도를 고려해 여성 외근 엔지니어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염 프로만의 무기는 세심함, 편안함이다. 여성 고객들이 특히 편안함을 느낀다. 염 프로는 출장을 가면 가장 먼저 집 안의 분위기를 살핀다. 아기 매트와 장난감이 있으면, 먼저 고객에게 육아 얘기를 하며 다가간다. 경험을 바탕으로 집에서 활용하기 좋은 가전제품 팁을 안내하기도 한다.

공감능력만이 그의 장점은 아니다. 엔지니어로서의 실력도 탄탄히 갖췄다. 종종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형 가전을 고칠 수 있을까 우려하는 고객도 있다. 무거운 제품을 척척 수리하는 모습에 탐탁지 않아 하는 눈빛과 의문은 사라진다. 염 프로는 "일부 고객들은 팔짱을 끼고 '어디 보자'하며 보는 분들이 있다"며 "제품을 체크하고 이런 포인트, 저런 포인트를 짚고 전체적 사용방법을 말씀드리면 그때부터 조금씩 풀린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이 팔짱을 풀고 '아'라고 하면 그때부터 시작이다"며 "처음엔 경계하시지만 상황을 해소해드리면 마지막엔 더 말이 잘 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염선미 삼성전자서비스 청주센터 소속  가전제품 출장서비스 엔지니어/사진제공=삼성전자서비스염선미 삼성전자서비스 청주센터 소속 가전제품 출장서비스 엔지니어/사진제공=삼성전자서비스
상담사, 휴대폰 엔지니어 이력도 도움이 됐다. 그가 가장 자신 있게 다루는 제품 중 하나가 청소기다. 최근 많이 사용하는 AI(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 청소기는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것이 기본인만큼, 그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손쉽게 안내한다.

엔지니어로 지낸 지 3년이 지나가며 인상 깊은 일들도 많았다. 휴대폰 엔지니어로 만났던 손님을 가전 출장 서비스에서 다시 만나기도 했고,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직접 청소기 수리 지원을 나가기도 했다. 그 날 이후 딸에게 엄마는 뭐든지 고치는 '원더우먼'이다. 염 프로는 "딸이 삼성 마크만 보이면 '이거 수리할 수 있어?'라고 묻는다"고 웃었다. 염 프로는 그때마다 "그럼, 할 수 있지. 엄마도 잘 몰랐지만 공부하고 배우면 할 수 있어. 너도 모르는 거 있으면 배우면 알 수 있어"라고 답한다.

염 프로의 대답에도 그의 도전 정신이 담겼다. 앞으로의 꿈을 묻는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현재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며 "여성 엔지니어긴 하지만 남녀 구분없이 최고의 엔지니어로 설명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관리자나, 업무를 지원하는 일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겸손함과 동시에 열정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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