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의 역사

머니투데이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 서울대 AI연구원 객원연구원 2023.05.2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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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가천대 교수전성민 가천대 교수


오는 6월27일 '인터넷 역사 프로젝트 KR50' 워크숍이 개최된다. 1982년 전길남 당시 KAIST 교수가 우리나라에 인터넷을 도입, 개발한 지 벌써 40년이 지났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인터넷 비즈니스모델의 형성과 진화'라는 주제로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과거 인터넷 비즈니스 역사를 검토하고 앞으로 인터넷 생태계와 인적 네트워크에 기여할 미래 발전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과거 비즈니스모델의 형성, 진화가 지금의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올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스타트업 투자금이 대폭 줄어들었다. 금리인상, 부동산 가격하락, 자금시장 경색 등 1997년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를 알리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인터넷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혁신 스타트업은 IMF 외환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여러 초기 벤처창업가들이 강조한다. 갑자기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인재와 자금이 벤처로 이동한 환경적 변화가 '테헤란밸리' 벤처성장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뒤 IT 버블이 터진 후에는 벤처투자가 크게 위축됐고 어쩔 수 없이 유료화 사업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 채팅에서 나온 디지털 콘텐츠판매모델이었다. PC통신에서 많이 하던 채팅을 네오위즈 세이클럽에서는 웹 기반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동시접속자 수가 2만~3만명이 될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 하지만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었는데 그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아바타다. 네오위즈를 공동창업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한 것에 대해 "채팅방 아바타에 멋진 옷을 입히기 위해서는 아이템을 사야 했다. 회사 내에서도 단순한 그래픽 쪼가리에 누가 돈을 내느냐며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많은 우려와 달리 아바타는 출시 한 달 만에 실적을 내고 그해 13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아바타 모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인스턴트 메신저에도 도입될 정도로 국내에서 시작된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사례다.

충분한 이용자를 확보했음에도 투자유치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면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모델을 바꿔 유료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존하는 사업모델이 없고 태동하는 산업의 경우 창업가가 직접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는 실험을 해야 한다.



창업연구의 대가인 로리 맥도널드와 캐슬린 아이젠하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과정은 어린아이가 다른 아이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평행놀이(Parallel Play)와 유사하다고 한다. 실패한 스타트업은 유사 스타트업을 경쟁사로 인식하고 이들과 차별화한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성공한 스타트업은 다른 스타트업이 잘하는 분야를 모방하고 배우는데 주력한다. 모방은 매우 효율적인데 비즈니스모델 설계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아끼면서 제품과 시장 가능성 검증에 주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최근 스타트업에서 검증된 비즈니스모델로는 정기구독, 그룹결제, 부분유료화, 기부 및 후원, 쿠폰 및 기프티콘 등이 있다. 정기구독은 이용자 행동패턴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넷플릭스나 뉴욕타임스가 좋은 예다. 그룹결제는 디자이너그룹을 대상으로 이미지데이터와 툴을 제공하는 어도비나 셔터스톡의 예를 들 수 있다. 부분유료화 성공사례로는 게임아이템 판매에서 영감을 얻어 웹툰을 유료화한 네이버, 카카오 등이 있다. 기부 및 후원으로는 팬덤을 이용한 아프리카TV·트위치 사례를, 쿠폰 및 기프티콘으로는 카카오 선물하기 사례를 들 수 있다.

장병규 의장은 "당시 우리는 절체절명 순간에 별짓을 다 한 것"이라고 했다. 창업자들은 뜻밖의 영역에서 유료화 사업모델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경제상황도 어렵고 챗GPT 등과 같은 생성형 AI의 위협도 큰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는 혁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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