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씨는 형사와 말장난까지 나눴다. '부인 실종 전 통화한 사실이 있냐?'는 경찰의 질문에 "만난 적도 없고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형사는 통신 기록을 보여주며 "왜 거짓말을 하냐. 문자를 나누지 않았냐"고 추궁했다.
강씨는 그의 말처럼 실제 현직 대학교수였고 컴퓨터공학 분야 전문가였다. 한국컴퓨터범죄연구학회장에 경찰과 검찰의 사이버범죄 수사 자문위원도 맡았다. 그랬던 그도 아내의 시신이 발견되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없었다. 경찰은 그의 연구실과 승용차를 압수수색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기록을 말끔히 삭제한 상태였다. 차량에서 박씨의 혈흔이 발견됐지만 강씨가 "아내가 코피를 흘렸다"고 해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했다.
범행 당일 알리바이도 시간대별로 철저히 꾸몄다. 범행 날짜를 산행 모임 회식날로 잡았고 범행 후에도 술집에서 이튿날 오전 5시까지 혼자 술을 마셨다. 술집에 간 시각이 오전 1시30분인데도 술집 직원에게 "12시30분 맞지"라며 알리바이를 조작하려 했다.
범행 후에는 휴대전화를 바꿨다. 카카오톡 사옥까지 찾아가 IT업계에서 지위까지 들먹이며 메시지 기록을 삭제했다. 범행을 공모한 내연녀 최모씨(50)와 나눈 대화였다.
'시신 없는 살인' 노렸지만, 시신에 덜미

경찰은 강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강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에 찍힌 시신 유기 가방 구입 장면 등 증거를 내밀었다. 특히 범행 후 해외로 도피한 최씨가 귀국하자 범행을 시인했다.
강씨는 경찰에 "이혼 소송 과정에서 교수라는 사회적 위신이 손상되고 거액의 위자료를 잃을 걱정이 컸다"며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숨겨 단순 실종사건으로 끝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현장검증에서 언론에 인터뷰를 자청하기도 했다. 그는 "끝까지 참았어야 했는데 다 양보했어야 했는데 참지 못했다"며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다. 미리 가방을 준비하는 등 범행을 계획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강씨가 내연녀 최씨와 나눈 메시지도 복구했다. 여기서 두 사람의 범행 공모 사실이 드러났다. 강씨는 "(범행에 쓸) 가방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고 내연녀에게 보냈다. 그의 내연녀는 "(시신 유기할) 대교에 갔다 왔다. 밤늦은 시간에 같이 가보자"라고 썼다.
내연녀 최씨가 공범으로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자 강씨는 "내연녀가 살해한 것이다" "나는 유기만 도와줬다"고 끝까지 발뺌했다.
징역 30년→22년…유족들 분통 터뜨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강씨에게 징역 22년, 최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강씨를 두고 "알리바이 조작, 증거 인멸, 사체 은닉 등 범행수법 및 과정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이전까지 전과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형량은 너무 무겁다고 생각된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최씨에 대해서는 "피해자 살해에 가담한 공동정범으로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살인죄가 아닌 살인방조죄와 사체은닉죄를 적용해 형을 다시 정했다.
이후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확정된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유족은 주변의 권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강씨와 최씨가 1억1540만여원을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씨와 최씨의 범행은 피해자와 부모인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라며 피해자의 일실수입(살아 있다면 벌었을 것으로 추정해 계산한 돈)과 위자료, 장례비를 고려해 배상액을 확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