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펀드 평가 업체 KG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공모주펀드에서 684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공모주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이뤄진 급격한 금리인상 탓이 크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상장하려는 회사들은 기대하는 밸류에이션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고, 투자자들도 주식보다는 채권,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 공모주펀드에서 2조6000억원이 넘는 돈이 순유출됐다.
연초 컬리,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현대삼호중공업 등 대어들이 상장을 연기했고, 오아시스는 부진한 수요예측 탓에 상장을 철회했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규모가 100억~500억 정도의 중소형주들의 경우 기관들이 배정받는 금액이 크지 않다"며 "공모주펀드에 들어가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막상 공모주가 상장 이후 1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려도, 공모주펀드 전체 수익률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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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공모주펀드가 예상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자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 20곳(리츠, 스팩 제외) 중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기업은 이날 기준 바이오인프라 (10,460원 ▲70 +0.67%), 씨유박스 (5,050원 ▼280 -5.25%), 에스바이오메딕스 (39,000원 ▲9,000 +30.00%)밖에 없다. 미래반도체 (18,220원 ▼920 -4.81%)의 이날 종가는 2만9550원으로 공모가(6000원) 대비 392.50% 상승했다. 꿈비 (7,480원 ▼320 -4.10%), 제이오 (23,150원 ▼450 -1.91%), 오브젠 (12,450원 ▼220 -1.74%)의 공모가 대비 각각 297%, 128.08%, 116.67% 뛰었다.
반면 연초 이후 공모주펀드 평균 수익률은 4.27%에 불과하다.
최근 공모주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오는 24일 상장을 앞둔 기가비스는 지난 15~16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청약에서 경쟁률 824대 1, 증거금 9조8215억원을 기록,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나 지난 19일 상장한 씨유박스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공모가는 희망범위(1만7200~2만3200원)을 하회하는 1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상장 이후에도 주가는 하락했고,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8.73% 하락한 가격이다. 지난 4일 상장한 에스디바이오메딕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12.94%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대어들이 상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두산로보틱스와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몸값을 2조~3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LG CNS와 CJ올리브영도 연내 상장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하반기에 상장하는 대어들은 로봇, 2차전지 등 유망 산업 기업들" 이라며 "밸류에이션이 적정하다면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 기조가 꺾이고, 예금·채권의 기대수익률도 하락한 것은 공모주펀드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다만 공모주 종목을 잘 고르는 옥석 가리기 역량이 중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