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시장에 공모주펀드 봄날은 언제?…6000억 넘게 빠졌다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3.05.22 16:38
글자크기

중소형주만 있고 大漁 없는 IPO 시장…"하반기 기대 중"

불안한 시장에 공모주펀드 봄날은 언제?…6000억 넘게 빠졌다


올해 중소형주가 이끌었던 IPO(기업공개) 시장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저조한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하거나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도는 공모주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공모주펀드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연초 이후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공모주펀드에서 빠져나갔다.

22일 펀드 평가 업체 KG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공모주펀드에서 684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펀드별로 보면 '다올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에서 594억원이 빠져나갔다. '다올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과 '신한공모주&밴드트레이딩증권모투자신탁[채권혼합]'에서는 각각 466억원, 403억원이 순유출됐다.

공모주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이뤄진 급격한 금리인상 탓이 크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상장하려는 회사들은 기대하는 밸류에이션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고, 투자자들도 주식보다는 채권,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 공모주펀드에서 2조6000억원이 넘는 돈이 순유출됐다.



올해 금리 상승 기조가 꺾인 만큼 공모주펀드에 봄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가 컸으나 여전히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올해 상반기 공모주들이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으나 중소형주 위주였고, 대어(大漁)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연초 컬리,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현대삼호중공업 등 대어들이 상장을 연기했고, 오아시스는 부진한 수요예측 탓에 상장을 철회했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규모가 100억~500억 정도의 중소형주들의 경우 기관들이 배정받는 금액이 크지 않다"며 "공모주펀드에 들어가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막상 공모주가 상장 이후 1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려도, 공모주펀드 전체 수익률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모주펀드가 예상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자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 20곳(리츠, 스팩 제외) 중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기업은 이날 기준 바이오인프라 (10,460원 ▲70 +0.67%), 씨유박스 (5,050원 ▼280 -5.25%), 에스바이오메딕스 (39,000원 ▲9,000 +30.00%)밖에 없다. 미래반도체 (18,220원 ▼920 -4.81%)의 이날 종가는 2만9550원으로 공모가(6000원) 대비 392.50% 상승했다. 꿈비 (7,480원 ▼320 -4.10%), 제이오 (23,150원 ▼450 -1.91%), 오브젠 (12,450원 ▼220 -1.74%)의 공모가 대비 각각 297%, 128.08%, 116.67% 뛰었다.

반면 연초 이후 공모주펀드 평균 수익률은 4.27%에 불과하다.

최근 공모주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오는 24일 상장을 앞둔 기가비스는 지난 15~16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청약에서 경쟁률 824대 1, 증거금 9조8215억원을 기록,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나 지난 19일 상장한 씨유박스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공모가는 희망범위(1만7200~2만3200원)을 하회하는 1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상장 이후에도 주가는 하락했고,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8.73% 하락한 가격이다. 지난 4일 상장한 에스디바이오메딕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12.94%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대어들이 상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두산로보틱스와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몸값을 2조~3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LG CNS와 CJ올리브영도 연내 상장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하반기에 상장하는 대어들은 로봇, 2차전지 등 유망 산업 기업들" 이라며 "밸류에이션이 적정하다면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 기조가 꺾이고, 예금·채권의 기대수익률도 하락한 것은 공모주펀드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다만 공모주 종목을 잘 고르는 옥석 가리기 역량이 중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