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주가 하락을 경영권 강화 기회로 "매수"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3.05.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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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주가 하락을 경영권 강화 기회로 "매수"


주가 하락을 기회로 저가에 주식을 매수해 경영권을 강화하거나 2세에게 승계하는 유통기업이 늘고 있다. 시장에는 책임 경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고 향후 주가가 상승하면 자산 가치도 확대되는 선순환을 기대해볼 수 있다. 반면 사업 회사의 주식을 팔아 지주사 주식을 사야 하는 경우 주가가 오랫동안 저평가되면 주식 매수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피에몬테는 올해 휠라홀딩스 주식을 장내 매수해 보유 지분이 28.32%로 약 2%가 증가했다. 피에몬테는 휠라홀딩스 최대주주로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이 지분 75%를 소유하고 있다. 피에몬테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휠라홀딩스 주식을 장내 매수 중이다. 피에몬테의 휠라홀딩스 지분은 2021년 말 21.61%에서 지난해 말 26.34%로 늘어난 뒤 올해도 증가세다. 반대로 휠라홀딩스 주가는 2021년 최대 5만9000원대까지 올랐다가 현재 3만5000원대로 떨어졌다.

피에몬테는 주식 매수 위해 주식담보차입도 늘리고 있다. 피에몬테는 올해 4~5월에 한국증권금융,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계약을 추가했다. 휠라홀딩스 1235만주에 대해 총 2250억원을 빌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피에몬테가 전체 보유하고 있는 휠라홀딩스 주식 1720만4445주의 약 72% 해당하는 물량이다.



동시에 휠라홀딩스는 매년 배당도 늘리며 주주들에게 현금을 돌려주고 있다. 휠라홀딩스의 연간 배당금 총액은 2020년 115억원에서 2021년 601억원, 2022년 950억원으로 급성장 중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휠라의 한국법인, 미국법인 실적이 저조하지만 아쿠시네트와 중국 사업이 양호해 연간 2000억원이 넘는 현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배당 증액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이달 초 경영권안정을 이유로 자회사인 한세실업 주식을 공개매수, 보유 지분을 42.45%에서 50.49%로 8.04%를 늘렸다. 매수 가격은 주당 1만8650원으로 공개매수결의일(4월 10일) 종가 대비 15% 비쌌지만 1년 전 주가 대비로는 31%가 싼 가격이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기존 한세실업 주식을 담보로 600억원을 빌렸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순수지주사로 배당, 브랜드수수료 등으로 운영된다. 그럼에도 빚을 내 자회사 주식을 산 이유는 올해부터 법인세법이 바뀐 탓으로 풀이된다. 기존에는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 40~100%를 보유하면 익금불산입률을 100% 적용해왔는데 올해는 50~100%로 기준이 변경됐다. 익금불산입률은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 배당금을 이익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다.


창업주의 개인주식을 2세 경영인에게 직접 주기도 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지난달 지주회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지분을 장외매도와 수증으로 이병만(장남)·이병주(차남) 형제에게 모두 넘겼다. 이병만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는 자사 지분이 올 초 3%에서 19.95%로 늘었고, 이병주 대표도 8.6%에서 10.52%로 늘었다. 코스맥스비티아이 주가는 1년 전 대비 40% 급락한 상태였다.

반면 주가 하락이 아쉬운 2세들도 있다.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은 지난달 블록딜로 한국콜마 지분 2.41%를 전량 매각했다. 주당 처분단가는 3만9744원(총 220억원)으로 당일 종가 대비 8% 할인한 가격이다. 증여세 연부연납(해마다 나눠내는 형식)을 위해 실행한 주식담보 대출 상환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부회장은 블록딜 후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싱가포르 한국콜마 IR에 처음으로 직접 참석하는 등 주가 부양에 힘쓰고 있다.

올해 인적분할한 현대그린푸드도 주가가 상승해야 2세들의 경영권 강화에 도움이 된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달 존속법인인 현대지에프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현대그린푸드로 인적분할, 증시에 재상장했다. 개인 지배주주의 신설회사 주식을 존속회사의 유상증자에 현물출자하고 존속회사의 주식을 확보하는 '인적분할 마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아 두 회사 모두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지분 23.8%,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지분 12.7%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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