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중국 허강 시 내 산업단지를 촬영한 모습. /AFPBBNews=뉴스1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가 추산한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23조 달러(약 3경29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정부와 지방정부가 출자해 설립한 지방공사 부채까지 합친 액수라고 한다.
중국 동북부에 위치한 헤이롱장 성 허강 시는 재정위기로 지역사회까지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라고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허강은 주력 산업이었던 석탄산업 몰락과 코로나 팬데믹, 베이징발 부동산 위기가 겹쳐 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2021년 말 재정수입의 두 배가 넘는 부채를 견디다 못해 긴급히 재정긴축에 들어갔다. 그 결과 기반시설 운영에 상당한 지장이 생겼다고 한다.
또 블룸버그는 헤이룽장 성 7년 지방채 수익률이 3.53%로 중국 전체 평균치보다 0.188%p 높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채권투자자들은 이미 위기를 감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위험도 높다는 것을 뜻한다
다른 도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국 중부 허난성 소재 상추 시는 최근 버스 운영을 중단했다. 우한 시, 광저우 시는 올해 초 연금수급자들의 의료혜택을 감축한다는 안을 냈다가 거리시위가 벌어졌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편인 상해도 공무원 월급을 삭감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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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기관지 차이나데일리를 통해 "지방정부들이 책임지고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채위험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며 해명에 나섰으나 쉽게 진화되지 않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허강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중국 지방정부 부채 문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2035년까지 세입을 두 배 이상 늘려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장기집권을 달성하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야망이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싱크탱크 매크로폴로 소속 이코노미스트 하우즈 송은 "(중국 내) 다른 도시들도 수년 안에 허강처럼 될 것"이라며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해 노동력 역시 감소할 것이고 많은 지방도시들은 경제성장을 위한 예산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의 보증이 없다면 중국 지방정부의 3분의 2는 채무를 제때 변제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정부의 사회보장 체계가 점차 무력화될 경우 중국 내 빈부격차 심화는 물론, 이로 인한 젊은 세대들의 패배감이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열심히 노동을 해도 대가가 없다. 차라니 가만히 누워있는 게 낫다'며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 '탕핑족'이 이미 중국 내 트렌드로 자리잡은 상황이고,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20%도 넘어섰다.
블룸버그는 탕핑족이 대표하는 젊은 세대들의 패배감이 집단행동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역사를 보면 천안문 광장에서 일어난 5·4운동부터 최근 '제로코로나' 반대 시위까지 좌절에 빠진 고학력 세대가 집단행동에 나선 사례가 여러 번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빈부격차의 심화와 공공신뢰의 추락, 부채 위기 증가 속에서 등장한 고학력 세대가 집단행동을 주도할 수 있다는 역사학자 피터 터친의 분석을 소개하면서 "지금 중국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