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아직 기존 연료 대비 더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런 '그린연료'를 쓰는 기업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해운·물류 기업인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머스크는 HD현대중공업에 19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발주했고, 이 선박들이 올해 운행을 시작한다. 머스크는 이 메탄올을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그린메탄올로 충당한다. 대형 선박의 첫 '그린연료' 상용화다.
머스크 같은 대형 수요처의 등장은 그린연료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한다. 수요가 확보돼야 에너지 생산 기업도 증설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어서다. 덴마크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의 파워투엑스 책임자인 올리비아 브리즈 최고경영자(CEO) 겸 수석 부사장은 같은 콘퍼런스 세션에서 "전기화가 어려운 부문을 탈탄소화하려면 e-연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오스테드는 이 점을 강력하게 믿었기 때문에 스웨덴 북부에 e메탄올 프로젝트에 이미 착공했다"고 했다. 이어 "오프테이커(수요처)와의 파트너십은 우리가 개발중인 프로젝트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효율적인 탈탄소화를 추진하려면 오프테이커가 생산과 함께 단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소렌슨 그린랩 CEO/사진=권다희 기자
화석연료 시대와 달라지는 에너지 밸류체인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이행하는 근본적인 에너지 수급 구조 변화가 에너지 시장 전체 가치사슬을 바꾸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덴마크에선 에너지 업계를 대변하는 세 개의 단체인 데니시 에너지, 윈드 덴마크, 솔라 파워 덴마크가 통합해 지난해 그린파워덴마크란 단체 설립으로 이어졌다. 그린파워덴마크는 1500개 기업·조직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재생에너지 개발, 배전 시스템 운영자, 에너지 거래 회사, 에너지 정제·변환·저장 기업부터 3M 등 에너지 수요 기업도 가입했다. 그린파워덴마크의 얀 힐레버그 부대표는 지난달 27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덴마크에서도 100%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이동하는 건 매우 큰 과제"라며 "가치사슬의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에너지 전 밸류체인에 대한 연구와 e-연료 상용화를 추진하는 덴마크 소재 기관 그린랩의 크리스토퍼 소렌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3일 윈드유럽이 주최한 프레스투어 중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같은 선형적인 일대일 시스템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잉여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더 나은 방법을 생각했고, 모든 부문을 통합하는 새로운 유형의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에너지를 쓰고 버리는 개념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형해 이를 산업이나 운송에 활용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열로 변환하거나, 천연가스 대신 바이오가스를 단백질 건조 시설로 보내는 등의 시스템이 이미 개발한 인프라의 예다.
소렌슨 CEO는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다는 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지만 더 이상은 아니"라며 "바람과 태양으로부터 전력을 얻어 e-연료·열 및 기타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에너지) 생태계의 재구성"이라며 "본질적으로 파워 시프트가 만들어 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그린랩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솔루션을 상업적으로 가속화하는 것"이라며 "그린랩에 있는 대부분의 공장은 3년 전만 해도 아이디어나 특허에 불과했지만 공장 규모로 증설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