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번 넘어진 무명골퍼' 백석현 KPGA 첫 정상... '18홀 해저드→환상 벙커샷'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2023.05.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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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현이 21일 KPGA 코리안투어 SK 텔레콤 오픈 2023에서 정상에 오른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PGA백석현이 21일 KPGA 코리안투어 SK 텔레콤 오픈 2023에서 정상에 오른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PGA


48전 49기, 체중을 60㎏이나 감량했던 선수. 그럼에도 이름을 알리지 못했던 백석현(33·휴셈)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국내 무대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백석현은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 텔레콤 오픈 2023(총상금 13억 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1라운드부터 이날까지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이뤄냈다. 너무도 완벽했기에 더욱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름이다.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는 백석현. /사진=KPGA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는 백석현. /사진=KPGA
이리저리 떠돈 무명골퍼, 48번을 넘어졌다
백석현은 중학교 시절 태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엘리트 선수의 꿈을 키웠다. 프로 데뷔도 태국에서 했고 이후엔 아시안프로골프투어와 일본투어를 거쳤다. 이후엔 병역 의무까지 이행해야 했다.

2014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지만 줄곧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하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아시안프로골프투어가 중단되자 2020년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다시 KPGA 코리안투어의 문을 노크했다. 지난해까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데뷔 시즌 최고 성적은 11위. 컷 탈락만 5차례였다. 지난 시즌엔 공동 7위까지 경험했지만 출전한 20차례 대회 중 절반을 컷 탈락했다. 올 시즌에도 4차례 대회에서 2번이나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4번 홀 환상적인 아이언 세컨드샷을 날리고 있는 백석현. /사진=KPGA4번 홀 환상적인 아이언 세컨드샷을 날리고 있는 백석현. /사진=KPGA
이글 퍼트를 떨어뜨린 뒤 포효하는 백석현(오른쪽). /사진=KPGA이글 퍼트를 떨어뜨린 뒤 포효하는 백석현(오른쪽). /사진=KPGA
위기 극복한 '환상 벙커샷'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의 감격
140㎏에 달했던 몸무게를 60㎏ 감량하며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러나 대회에 돌입하면 그의 이름은 잊혀지기 일쑤였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그를 주목하는 시선은 없었다. 1,2라운드 1위를 달릴 때도 '설마'하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백석현의 상승세는 멈출 줄 몰랐다. 특히 이날 4번 홀(파5)에서 300야드를 날린 드라이버 티샷에 이어 시야를 가린 나무 위로 날린 아이언샷을 그린에 떨어뜨렸고 11m 롱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리며 이글을 잡아내며 선두를 질주했다.

5번 홀(파3)에서도 버디로 타수를 줄인 백석현은 후반 홀에서도 버디 2개를 더 보태 우승을 예감했다.

그러나 14번 홀과 17번 홀 파3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범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2위 이태훈(캐나다)에 2타 차로 앞선 채로 맞은 18번 홀(파4)에선 드라이버 티샷이 슬라이스가 났고 해저드 구역으로 빠지며 한 타를 잃고 3번째 샷을 맞이했다. 설상가상 내리막 경사에서 친 아이언샷이 그린 옆 벙커로 빠졌다. 부드러운 벙커샷을 홀컵 1m 안쪽에 붙였고 침착히 마무리하며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18번 홀 환상적인 벙커샷을 뽐내고 있는 백석현. /사진=KPGA18번 홀 환상적인 벙커샷을 뽐내고 있는 백석현. /사진=KPGA
백석현이 보기 퍼트로 우승을 확정하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KPGA백석현이 보기 퍼트로 우승을 확정하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KPGA
아내-장모님께 '저 이런 사람입니다', 첫번재 목표를 이뤘다
3라운드를 마친 백석현은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2022년 12월에 결혼을 했다. 결혼한 이후 내가 중계에 잡힌 적이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며 "아내가 집에서 장모님과 함께 경기를 보고 있는데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완벽한 결과를 내야 할 이유가 분명했다.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엔 두 팔을 들어 포효하더니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우승 상금 2억 6000만 원은 앞서 48차례 대회에서 챙긴 2억 3051만 원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시드권을 확보한 백석현은 2027년까진 안정적으로 KPGA 코리안투어에서 뛸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백석현은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행복하다. 이번주 샷이 정말 좋아 대회 기간 내내 자신감이 높았다"며 "아내를 포함해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 이렇게 우승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 기쁘다. 사실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 아내가 내 눈치를 정말 많이 봤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나 믿고 결혼해 준 사람인데. 지금 TV중계를 보면서 울고 있을 텐데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석현은 이번 대회 내내 '노룩퍼트'로 화제를 모았다. 4m 이내 거리에서는 공이 아닌 홀컵을 보고 퍼트를 하는 식이었다. "1번 홀부터 3번 홀까지 샷이 좀 흔들렸는데 '노룩 퍼트'로 파 세이브를 하며 타수를 잃지 않았다. 4번 홀에서 이글을 잡아낸 뒤부터 분위기를 탈 수 있었다"며 "그린 경사가 심한 경우나 내리막 퍼트를 해야 할 때는 공을 봤다. 공을 안 보면 거리감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마지막 홀 같은 경우에는 손만 봤다. 정말 떨려서 공도 홀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방법"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 대회부터는 브룸스틱 퍼터를 쓸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시드권 유지를 위해 급급했던 백석현은 이제 한 시름을 놨다. "사실 올 시즌 목표가 결혼한 뒤 아내와 장인, 장모님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1라운드부터 TV에 많이 나왔고 우승까지 해 첫 번째 목표는 이뤄냈다"는 그는 "이제는 1승 그 이상을 거둔 선수가 되고 싶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시드 4년을 받았다. 4년이라는 여유가 생겼으니 스윙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 일단 올해는 국내 투어에 집중할 것이다. 연말에는 해외투어 큐스쿨에 응시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우승 후 동료들로부터 물세례를 받고 있는 백석현(왼쪽). /사진=KPGA우승 후 동료들로부터 물세례를 받고 있는 백석현(왼쪽). /사진=KPGA
백석현(오른쪽)이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KPGA백석현(오른쪽)이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KPGA
우승 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백석현. /사진=KPGA우승 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백석현. /사진=KPGA
캐나다 교포 이태훈 2위, 디펜딩 챔피언 김비오 공동 3위... 최경주 공동 19위 선전
이날 2타를 줄인 이태훈은 18번 홀에서 7m 버디 퍼트를 놓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가지 못하고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핀크스GC의 사나이 김비오는 5언더파 66타를 치며 상승세를 보였으나 공동 3위(10언더파 274타)로 대회를 마쳤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송민혁과 1타를 줄인 이태희도 김비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낚시꾼 스윙'으로 잘 알려진 최호성은 공동 선두로 시작했으나 4타를 잃으며 공동 11위(7언더파 277타), '톱 10' 수성도 실패했다.

대회 공동집행위원장으로 1인 2역을 맡은 최경주는 올 시즌 처음 나선 KPGA 코리안투어 대회에서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이븐파 71타를 적어내면서 공동19위(5언더파 279타)로 선전했다.

2위를 차지한 이태훈의 드라이버 티샷. /사진=KPGA2위를 차지한 이태훈의 드라이버 티샷. /사진=KPGA
대회 공동집행위원장이자 선수로 출전한 최경주의 세컨드샷. /사진=KPGA대회 공동집행위원장이자 선수로 출전한 최경주의 세컨드샷. /사진=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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