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버린 비닐봉지, 다시 에너지로…폐기물 연료화 대장株 에너원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3.05.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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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폐기물 연료화 독자기술로 시장평정. 국제기술 특허에 국무총리, 장관상만 수차례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에너원의 스팀공장. /사진제공=에너원울산광역시에 위치한 에너원의 스팀공장. /사진제공=에너원


코로나19(COVID-19)가 불러온 비대면의 일상화는 일회용 쓰레기를 대폭 늘렸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약 1164만톤으로 5년 만에 65.5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양은 반절을 넘기지 못한다. 나머지는 매립·무단투기·소각된다.



국내에 쌓여가는 쓰레기를 에너지로 바꾸는 기업이 있다. 폐기물 연료화 전문기업 에너원은 비닐과 플라스틱에서 가연성물질을 회수해 고체연료(SRF)를 생산하고 고효율 연소 기술을 활용해 스팀과 전기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에너지는 국내 곳곳의 공장을 가동하는 동력이 된다. 최근 에너지 생산원가가 치솟으면서 한국전력의 전기가격 인상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에너지 재활용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틈새시장이 아니라 잠재력을 지닌 메인 스트림 산업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에너원은 지난달 코스닥 상장사이자 전자부품 제조기업인 아이엠 (8,750원 ▼160 -1.80%), 젠파트너스앤컴퍼니 및 부산에쿼티컨소시엄이 조성한 펀드를 통해 인수됐다. 특히, 아이엠과 에너원 두 기업은 시너지를 통해 기술력 향상과 시장 개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김성훈 아이엠 이사는 "에너원은 미래 환경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폐기물의 에너지화에 최적화된 회사"라며 "안정적인 매출과 높은 이익률을 바탕으로 아이엠과 재무적 시너지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폐플라스틱, 폐비닐이 고품질 스팀·전력으로…대기업이 알아본 기술력
툭 버린 비닐봉지, 다시 에너지로…폐기물 연료화 대장株 에너원
2007년 설립된 에너원은 버려진 폐기물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친환경 기업이다. 단순 소각하거나 매립하던 폐합성수지, 폐고무, 폐목재 등을 수송성, 저장성, 연소 안정성을 향상시켜 석탄 열량과 유사한 수준을 가지는 자원인 SRF로 만든다. 에너원은 자체 공장에서 SRF를 직접 제조·판매하기도 한다.

에너원은 핵심 기술을 담고 있는 회전형 연소방식의 SRF 연소로를 비롯해 스팀생산설비를 공급하는 EPC(설계조달시공) 사업, 직접 제작한 SRF를 통해 열을 공급하거나 스팀, 전력을 생산해 공장에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또 우드펠렛(BIO-SRF) 등 바이오매스를 공급하는 사업도 영위한다.

에너원의 사업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다. 에너원은 SRF 기술과 관련해 국내 특허 12개와 유럽, 일본, 말레이시아 등에 해외 특허 6개를 보유했다. SRF 연소로에는 일본에서 최초 발명된 공냉식 선회류 소각 원리를 활용한 기술이 활용된다. 기존 소각 시설과 달리 높은 온도에서 견디는 무기물질인 '내화물'이 남지 않고 고속·고온 연소가 가능하다.


국내에서 이와 같은 소각 기술을 도입한 곳은 다수지만 에너원과 같이 자체 기술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곳은 사실한 에너원이 유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적으로 고체 연소 기술은 해외 의존성이 높지만 에너원은 자체 기술이다. 특히 에너원의 설비는 공냉식과 수냉식을 병행해 소각로의 휴지기가 짧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연소설비를 운영하기 때문에 유지 관리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폐플라스틱에 특화된 뛰어난 연소 기술은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 2013년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고 그해 대한민국 벤처기업 국무총리상, 이듬해 대한민국 녹색기후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한 번 더 수상하기도 했다.

대기업들도 에너원의 기술력에 고개를 끄덕인다. 에너원은 자체 공장에서 생산한 스팀을 자회사인 에펙과 더불어 대상 (19,610원 ▼50 -0.25%) 전북 군산 공장, 한솔홈데코 (790원 ▼5 -0.63%) 전북 익산 공장, CJ (122,200원 ▲6,200 +5.34%) 인천 공장, 삼양사 (53,400원 ▲200 +0.38%) 울산 공장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공장 4곳에 공급하는 스팀만 한 해에 97만톤을 넘는다.

에너원은 안정적인 공급을 바탕으로 3년 연속 꾸준한 실적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해 에너원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7.79% 늘어 257억4000만원, 영업이익은 22.66% 늘어난 66억6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도 2020년 15.56%, 2021년 22.77%, 2022년 25.91%로 꾸준히 상승했다.

폐자원 순환경제 시장, 수십조원으로 커진다...동남아에서도 '러브콜'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에너원의 SRF 제조 공장에 폐기물이 쌓여 있다. /사진제공=에너원울산광역시에 위치한 에너원의 SRF 제조 공장에 폐기물이 쌓여 있다. /사진제공=에너원
폐기물로 골머리를 앓는 국가가 한국뿐만은 아니다. 과거 선진국의 폐기물을 수입하던 개발도상국이 국경을 걸어 잠그며 폐기물 처리는 세계적인 문제가 됐다. 중국이 외국산 쓰레기 수입을 중지하며 '쓰레기 대란' 논란을 불러온 데에 이어 올해는 태국까지 폐플라스틱 수입을 제한하기로 해서다.

이에 따라 신흥국에서도 플라스틱 등의 폐기물을 에너지화하는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는 자원을 '생산, 소비, 폐기' 했다면 이제는 '생산, 소비, 관리, 재생'의 과정을 거치는 '폐자원순환경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드컴퍼니는 2018년 플라스틱 폐기물의 열분해 기반 화학적 재활용 시장과 관련한 보고서를 냈다. 관련 시장은 2016년 대비 2030년 254억 달러(약 33조 9852억원) 규모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봤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순환경제로의 전환과 대응 전략' 보고서에서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2019년 368억 달러(약 49조원)에서 연평균 7.4% 성장해 2027년에는 638억 달러(약 8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보고서는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에너원이 영위하는 폐자원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 사업은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잡았다.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열분해 기술을 통한 폐플라스틱 유래 연료는 기존 디젤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14%까지 감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폐자원에너지의 생산단가는 태양광의 10%, 풍력의 66%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에너원은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에너원은 스팀생산설비를 공급하는 EPC 사업과 관련해 일본 측 업체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원의 공냉식 선회류 소각 원리를 활용한 연소로가 일본에서 최초 발명된 것이지만 자체 개발을 통해 역진출하게 된 것이다.

폐기물 수입에 제동을 걸고 있는 동남아에서도 폐자원의 에너지화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 에너원 관계자는 "필리핀 내에서도 폐기물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SRF 연소로 등에 관심을 보인다"며 "필리핀 내에서 관련 기술 수출과 관련해 초기 단계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툭 버린 비닐봉지, 다시 에너지로…폐기물 연료화 대장株 에너원
재무적투자자 및 아이엠 컨소시엄이 인수한 에너원…국내서 손꼽히는 친환경 기업으로 발돋움
올해로 창립 16주년이 된 에너원은 FI(재무적투자자) 및 아이엠 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됐다. 아이엠은 지난달 1000억원대의 인수금 규모의 젠파트너스 부산에쿼티 PEF(사모펀드)에 단독 후순위 투자자 자격으로 225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선순위·중순위 FI(재무적투자자)의 콜옵션(조기상환권)을 전량 인수하면서 실질적으로 에너원과 에너원의 자회사 '에펙'의 지분 100%를 확보하는 셈이 됐다.

아이엠은 2006년 삼성전기 광 디바이스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광학기술기반 전자부품 제조기업이다. 설립 2년 만인 2008년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스마트필름과 카메라모듈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친환경 기업을 표방하며 기존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에너원을 통해 ESG 사업에 진출했다.

김성훈 아이엠 이사는 "아이엠은 기존 사업인 보이스코일모터(VCM) 모듈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이종 산업 분야에서 인수합병(M&A), 지분투자 등을 모색하며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싣고 있다"며 "이번 에너원 인수를 통해 사업 불확실성을 낮추고 재무구조의 안정성과 기업 가치 극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아이엠의 계열이 된 에너원은 독자 개발한 연료 소각로를 기반으로 SRF 소각로 제작·설치·운영을 아우르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폐기물 자원화 사업이 진입장벽이 높은 점을 적극 활용해 국내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추가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며 실적 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임세빈 에너원 대표이사는 "전북 군산과 울산 지역을 기반으로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한 연료화에 앞장서는 친환경 기업으로 자리 잡고자 한다"며 "에너원이 보유한 기술력, 설치 및 운전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강점을 부각해 국내에 추가로 당사의 설비를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회사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에너원의 SRF 제조 공장의 설비. /사진제공=에너원울산광역시에 위치한 에너원의 SRF 제조 공장의 설비. /사진제공=에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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