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자회사 포함 2만명 성희롱·성폭력 첫 전수조사 이유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23.05.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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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자회사 포함 2만명 성희롱·성폭력 첫 전수조사 이유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발생한 성바위 사건과 관련해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섰다.

2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공사는 9호선 운영부문과 서울메트로환경,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서울도시철도엔지니어링, 서해철도 등 자회까지 포함해 총 2만717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 출범한 2017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해왔지만 이번처럼 9호선 운영부문과 자회사까지 포함한 경우는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근로자들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성희롱·성폭력 등의 문제를 겪은 경험 여부와 그에 대한 대처 방법, 관련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인지 수준, 직장 내 대처체계와 지원체계 등을 파악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게 공사의 설명이다.

공사 관계자는 "직장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과 성폭력, 성차별 등과 관련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실태조사"라면서 "직장 내 성비위는 많은 근로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직원인 전주환은 지난해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여자화장실에서 입사 동기인 직원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로부터 스토킹 등의 혐의로 고소된 후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1심에서 징역 9년이 구형되자 앙심을 품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의 첫 공판준비기일인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청년진보당 당원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의 첫 공판준비기일인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청년진보당 당원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공사의 청소 자회사인 서울메트로환경에서도 2021년 60대 여성 청소노동자 B씨가 휴게실에서 같은 회사 팀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B씨가 회사에 관련 내용을 알린 뒤 지난 1월 공론화되자 서울메트로환경은 성범죄 관련 매뉴얼에 따라 가해자를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이를 신고했다.

실제로 지하철에서 일하는 여성 청소 노동자들은 성희롱 등 성비위 사건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노조·시민사회단체 연대 조직인 너머서울이 50~60대 여성 지하철 청소노동자 78명을 대상으로 직·간접 성폭력 피해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역사의 청소·미화 직무를 맡은 노동자들 가운데 35%가 여성을 비하하는 욕이나 음담패설 등 언어적 성적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1년에 최소 1~2회 여성비하 욕설(35%), 외모평가(14%), 성적 서비스 요구(15%), 의도적 신체 접촉(13%) 등 다양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대부분 고용주 혹은 상사(71%)였다. 너머서울 측은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불쾌한 신체접촉 등 다양한 성폭력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성폭력 피해자가 겪은 업무상 불이익 등 2차 피해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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