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바람·여자'→'우주·수소·드론'...미래먹거리 '新삼다도' 제주

머니투데이 제주=김태현 기자, 제주=김유경 기자 2023.05.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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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방시대! 글로컬 유니콘 키우자-제주도편](종합)

K-스페이스 스타트업, 제주도로 몰리는 이유...우주 관문도시 변신

2021년 12월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서 '블루웨일0.1'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2021년 12월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서 '블루웨일0.1'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2021년 12월 제주 서쪽 용수리 해안에서 높이 3.2m, 무게 51㎏의 소형 과학로켓 '블루웨일0.1'이 솟아올랐다. 국내에서 처음 발사된 민간 시험 발사체다. 낮과 밤 총 3차례 붉은 빛 궤적을 남기며 제주 창공을 뚫고 올라간 블루웨일0.1은 '제주 우주시대'의 신호탄이 됐다.

블루웨일0.1가 발사된 지 2년, 제주특별자치도청은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국가 위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위성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국내 최초로 민간 해상 발사장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주를 뉴스페이스 시대, 국내 우주산업을 이끌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한라산, 돌하르방, 쪽빛바다, 감귤 등으로 유명한 국내 대표 관광지 제주는 한국 우주산업을 이끌 뉴스페이스 전초기지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현장을 직접 찾았다.

한라산과 쪽빛바다 낀 둥근 돔…제주 위성산업 전초기지
제주용암해수 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컨텍 제주 지상국 /사진=김유경 기자제주용암해수 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컨텍 제주 지상국 /사진=김유경 기자
제주국제공항을 빠져나와 동쪽으로 한 시간 가량 차를 타고 이동하면 제주 바다와 한라산을 양쪽에 끼고 지평선 위로 불뚝 솟은 둥근 돔이 보인다. 우주 스타트업 컨텍의 제주 지상국이다.



제주시 구좌읍 제주용암해수 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제주 지상국은 2020년 3월 설치돼 3년째 운영 중이다. 제주 지상국은 현재 △한국(서울·제주) △미국(알래스카) △말레이시아 △호주 △핀란드 △오만 등 11개국에서 13개 지상국을 운영 중인 컨텍이 설치한 첫 지상국이다.

컨텍 제주 지상국은 현재 전 세계 10여개국이 쏘아올린 30여개 위성으로부터 월 1000건 이상의 신호를 수신하고 있다. 지상국 설치 초창기 상주 인력을 두고 운영했지만, 현재는 대전에 있는 본사와 제주 지상국 인근에 위치한 국가위성운영센터에서 원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컨텍이 제주 지상국 건립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민간 우주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그러나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제주 보육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부지 확보에 나섰고, 제주도청이 발 빠르게 인허가에 나서며 컨텍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제주도청은 더 나아가 민간 우주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8일에는 △컨텍 △아이옵스 △SIIS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와 우주산업 육성 및 혁신 거점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발사체에서 위성으로 이어지는 우주산업 밸류체인을 완성할 계획이다. 현재 아이옵스와 SIIS는 국가위성운영센터에 사무소를 두고 위성 데이터 업무를 수행 중이다.

이재원 컨텍 부대표는 "올해 하반기 한림읍 상대리에 민간 위성을 관제하는 '아시아 스페이스 파크'를 준공할 예정이다. 현재 제주도청의 지원 아래 부지조성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구좌읍에 있는 안테나를 이관하는 걸 포함해 총 12개 안테나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층 빌딩·전파 방해 없는 제주…위성 관측의 최적지"
국가위성운영센터 안테나 모습 /사진제공=국가위성운영센터국가위성운영센터 안테나 모습 /사진제공=국가위성운영센터
컨텍의 제주 지상국이 위치한 제주시 구좌읍에는 국가위성운영센터도 자리했다. 국가위성운영센터는 저궤도 국가 위성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문을 연 국가 시설이다.

주요 역할은 저궤도 국가 위성의 관제, 수신, 영상처리 및 배포다. 현재 항우연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로부터 이관 받은 △아리랑 3호 △아리랑 3A호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6월 이관 예정인 △아리랑 5호 △차세대중형위성 1호을 포함해 2030년까지 위성 70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저궤도 국가 위성은 지구와 근접해 비행하는 위성으로 자원탐사, 해양·기상관측, 사진정찰 등에 주로 이용된다. 국가 안보와 미래 신성장산업에 있어 중요한 자원이다. 이를 통합 운영하는 국가위성운영센터가 제주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 제주만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위성 관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전파청정도다. 전파청정도에 따라 위성 신호의 세기와 품질이 달라진다. 전파청정도를 좌우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전파를 직접 차단하는 산이나 건물, 위성 신호를 방해하는 이동통신사 전파다. 제주는 전파청정도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한라산을 제외하면 큰 산이 없는데다 위성 신호를 방해하는 전파도 상대적으로 적다.

한 국가위성운영센터 관계자는 "국내 다른 지역에서 100번 위성 교신을 했을 때 5번 장애가 발생한다고 하면 제주는 0번에 가깝다"며 "위성 신호를 수신하는 데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큰 산과 건물이 없는 제주는 안테나가 위성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범위와 지면의 양각이 5도다. 평균 13도인 국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빨리 위성 신호를 수신할 수 있다"며 "사실상 위성이 지평선을 올라오자 마자 교신할 수 있는 수준으로 데이터 수신이 훨씬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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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우주시대 마지막 퍼즐…민간 발사장 연내 완공
제주 우주시대의 마지막 퍼즐은 '제주형 스페이스X' 육성이다. 현재 국내 모든 우주발사체는 국내 유일 우주발사체 발사장이 있는 전라남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그러나 나로우주센터에는 민간 우주발사체를 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민간 발사체 기업들의 실증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올해 3월 민간 기업인 이노스페이스가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독자 개발한 '한빛 TLV'를 쏘아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도청은 민간 발사장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협업 파트너는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이하 페리지)다. 앞서 2021년 용수리 해안에서 블루웨일0.1을 쏘아올린 우주 스타트업이다.

민간 최초 우주발사체 해상 발사장 ‘세테시아 1’ 3D 렌더링 이미지 /사진제공=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민간 최초 우주발사체 해상 발사장 ‘세테시아 1’ 3D 렌더링 이미지 /사진제공=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페리지는 현재 '세테시아 1'을 건조 중이다. 바지선 형태의 해상 발사장이다. 세테시아 1이 완공되면 국내 최초 민간 발사장이 제주에 들어서게 된다. 연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테시아 1에서 발사될 발사체는 페리지가 개발 중인 '블루웨일1'이다. 길이 21m로 블루웨일0.1보다 6.6배 더 크다. 길이 47.2m, 무게 200톤인 누리호와 비교하면 소형 발사체이지만, 170㎏ 정도의 소형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출력은 갖췄다.

제주도청은 민간 발사장 구축을 기반으로 소형 발사체와 연계한 위성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 제주에서 만든 민간 소형 큐브위성을 제주에서 우주로 쏘아 올리고 그 위성을 관제하며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제주의 가치와 경제 영토는 섬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넘어 창대한 우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월 '제주형 우주산업 육성 기본방향'을 발표 중인 오영훈 제주도지사 /사진제공=제주도청올해 2월 '제주형 우주산업 육성 기본방향'을 발표 중인 오영훈 제주도지사 /사진제공=제주도청


"제주도는 저궤도 위성 운영 최적지...우주 클러스터 조성에 기여"

이명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운영부장 /사진=김유경 기자이명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운영부장 /사진=김유경 기자
2015년 정부는 저궤도 국가 위성을 통합 운영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2018년 국가위성운영센터를 설립하기로 확정했다. 국내 여러 곳을 검토한 결과 제주시 구좌읍 평지를 국가위성운영센터 부지로 최종 결정했다. 국가위성운영센터는 이후 4년 뒤인 2022년 11월 문을 열었다.

국가위성운영센터는 문을 연 직후부터 굵직한 역할을 맡아왔다. 올해 2월 튀르키예 대지진 당시 재해 현장을 촬영한 위성 사진으로 구조 활동을 도왔다. 4월 홍성 산불 당시에는 화재 현장을 촬영한 위성 사진을 소방 당국에 전달해 방어선 구축을 도왔다. 운영하는 저궤도 국가 위성 수가 70기로 늘어나는 2030년 국가위성운영센터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국가위성운영센터는 왜 제주로 오게 됐을까. 제주 뉴스페이스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국가위성운영센터에서 위성 운영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명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위성운영부장으로부터 직접 들어봤다.

-제주를 국가위성운영센터 부지로 선택한 이유는

▶우선 환경적인 요인이 가장 컸다. 제주는 지역적 특성상 한라산을 제외하면 큰 산이나 건물이 없다. 그러다 보니 전파청정도가 높다. 방해 요소가 없으니 그만큼 깨끗한 신호를 받을 수 있다. 평지가 많아 위성을 빨리 오래 추적할 수 있다는 것도 제주만의 장점이다. 안테나가 위성 신호를 받을 수 있는 범위와 지면 간의 각도는 5도다. 평균 13도인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난다.

-제주도청으로 받은 지원은 어떤 게 있는가

▶국가위성운영센터를 건립한다고 발표했을 당시 '군사 기지'라는 오해 때문에 지역주민의 반대가 심했다. 제주도청에서 지역주민을 설득하는데 큰 역할을 해줬다.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함께 해줬다.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도 큰 도움을 줬다. 국가위성운영센터가 위치한 제주시 구좌읍은 버스 노선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었다. 제주도청에서 정류장을 신설하고, 버스 노선을 틀어주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주 스타트업들과는 어떤 협력을 하고 있는가

▶제주도청과 우주산업 육성 및 혁신 거점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있는 4개 우주 스타트업 중 △컨텍 △아이옵스 △SIIS 등 위성 관련 3개 스타트업과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아이옵스와 SIIS는 국가위성운영센터 내 사무소를 두고 있다. 각 기업이 맞고 있는 역할을 소개하면 컨텍은 안테나 및 영상처리, 아이옵스는 위성 관제 및 운영, SIIS는 영상처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우주발사체 스타트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까지 발사장 건립을 완료하면 소형 위성을 띄우고 관리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 개발에 있어 스타트업의 역할을 평가한다면

▶과거 우주 기업이라고 해봐야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위성 관제를 비롯해 고도의 엔진기술을 이용한 발사체 개발 스타트업까지 다양해졌다. 제주 역시 우주산업 육성 계획을 통해 이같은 창업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성공적인 협력 사례가 누적되고, 결과를 낸다면 제주 우주 창업생태계는 자연스레 자리잡게 될 것이다.

-향후 제주에서의 성장 계획과 목표

▶현재 제주도청과 다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해안오염의 주범인 모자반을 모니터링한 정보를 제공하는가 하면 농경지나 산림을 구분하는 토지피복도를 제공해 제주의 산림 훼손 정보 등을 관측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제주도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 제주가 뉴스페이스를 이끌 우주 클러스트를 조성하는데 힘을 모으겠다.

국가위성운영센터 운영실 내부 모습 /사진제공=국가위성운영센터국가위성운영센터 운영실 내부 모습 /사진제공=국가위성운영센터


바닷바람으로 만든 그린수소…에너지 자립도시 꿈 이룬다

'돌·바람·여자'→'우주·수소·드론'...미래먹거리 '新삼다도' 제주
제주도가 '그린수소' 거점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에서부터 실제 사용까지 이어지는 그린수소 실증사업이 올 상반기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국내 최초 그린수소 상용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18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실증단지와 인근 조천읍 함덕리에 구축한 국내 1호 충전소가 빠르면 상반기 중 첫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자가 방문한 3.3MW의 그린수소 실증단지는 지난 12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최종 안전검사를 받았다. 안전검사를 통과하면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해진다.

그린수소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수소다. 타지역에서 생산하는 그레이수소, 블루수소가 탄소를 발생시키는 반면 제주도에서 국내 처음 생산하게 될 그린수소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제로에 가까워 1등급 청정수소로도 불린다.

풍력발전과 그린수소, 청정에너지 찰떡궁합
제주의 그린수소 생산단지 1호인 행원리 실증단지. 컨테이너 안에 수전해 설비가 설치돼있다./사진=김유경 기자제주의 그린수소 생산단지 1호인 행원리 실증단지. 컨테이너 안에 수전해 설비가 설치돼있다./사진=김유경 기자
제주도의 그린수소 생산단지 1호인 실증단지는 만장굴과 비자림을 품고 있는 구좌읍 행원리에 있다. 이곳은 1998년 국내 최초 풍력 발전 상업화에 성공한 행원 풍력발전단지가 있는 곳이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비율 전국 1위인 제주도는 매년 발전비율이 상승해 2022년 평균 19.1%를 기록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넘쳐 강제중단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김태군 제주도청 미래성장과 수소경제팀 팀장은 "제주는 봄과 가을에 바람과 햇빛이 많아 신재생 에너지 발전비율이 70%까지 높아진다. 하지만 봄, 가을에는 에너지 소비가 적다보니 출력 제한비율도 30~40%까지 높아져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력 제한이란 한국전력이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을 위해 전력 공급량이 넘칠 때 재생에너지의 발전을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제주에서는 3~4월 재생에너지 생산력이 가장 높다.

김 팀장은 "제주에서 풍력 출력제어 횟수는 2016년 6회(252MWh)에서 지난해 104회(2만5634MWh)로 폭증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사용처 개발이 시급한 과제"리고 했다.

제주도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그린수소 생산에 적극 나선 이유다. 재생에너지 생산력이 좋은 봄과 가을에 전력 소비는 오히려 적은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김 팀장은 "장기 저장이 어려운 재생에너지를 고정식 탱크에 대규모 저장이 가능한 수소를 생산하는데 사용하면 출력제한 우려없이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계속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수소 1호 생산단지에는 현재 수전해 설비를 갖춘 3개의 컨테이너가 설치됐다. 1MW 알카라인 방식 수전해 설비 2대와 0.3MW 규모의 고분자 전해질막(PEM) 방식의 수전해 설비다. 7~8월쯤 1MW PEM 방식 수전해 설비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하루 최대 케파(생산능력)는 총 1.2톤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초기에는 하루 300㎏ 정도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수소버스 12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라며 "수소버스 수요에 맞춰 생산력을 단계별로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안전검사를 통과하면 5월말까지 2주간 시운전을 통해 그린수소의 순도를 측정한다. 최종 통과되면 그린수소 판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후 실제 생산능력과 경제성 분석을 통해 적절한 생산단가와 판매단가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생산한 그린수소는 실린더에 나눠 담은 후 튜브트레일러 3대를 이용해 함덕리 충전소로 옮긴다. 제주도는 재생에너지를 이렇게 저장가능한 그린수소로 전환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0.3MW 규모 PEM 방식의 수전해 설비. 아래로 물이 공급되고 재생에너지를 통해 분해한 후 위 오른쪽 관으로 잔여물이 배출되고 위 왼쪽 관으로 수소가 생산되어 정제되는 과정을 거친다./사진=김유경 기자0.3MW 규모 PEM 방식의 수전해 설비. 아래로 물이 공급되고 재생에너지를 통해 분해한 후 위 오른쪽 관으로 잔여물이 배출되고 위 왼쪽 관으로 수소가 생산되어 정제되는 과정을 거친다./사진=김유경 기자
수소차 첫 운행지 함덕리…공해 민원도 해결
함덕리 그린수소 충전소는 실증단지에서 승용차로 25분 거리에 있다. 튜브트레일러는 1대당 200㎏의 수소를 운반할 수 있다. 버스 8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충전소에는 디스펜서가 2대 설치돼 버스 2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LPG 충전소와 비슷한 형태다. 충전방식도 비슷하다. 대당 충전시간은 15분 내외로, 1시간이면 최대 버스 8대를 충전할 수 있다.

'돌·바람·여자'→'우주·수소·드론'...미래먹거리 '新삼다도' 제주
오상현 한국가스기술공사 과장은 "수소버스는 1회 25㎏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어 하루 1번만 충전해도 된다. 충전시간도 15분정도면 충분하다"며 "전기버스가 1회 1시간 충전해서 200㎞를 이동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충전소 옆 사무실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다. 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영하 40도를 유지하도록 돼 있는데 온도나 압력에 변화가 발생하면 자동감지하고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수소버스 9대를 도입했다. 그린수소가 생산되면 충전소가 있는 함덕리 버스 회차지에서 수목원을 오가는 노선을 운행할 계획이다. 하반기에 11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어서 내년에는 20대가 운행된다. 수소버스는 2025년까지 100대, 2030년까지 3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1800여대의 민간 관광 전세버스도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2024년부터 추진한다. 쓰레기 수거차, 미세먼지 흡입차도 8년이상된 차량부터 수소차량으로 교체해나갈 예정이다. 나아가 그린수소 트램 도입도 추진한다.

제주도는 구좌읍 환경자원순환센터 인근에 그린수소 생산과 충전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12.5MW 규모의 그린수소 2호 생산단지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곳에선 200여대의 청소차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충전소가 마련된다. 올해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초 준공하고 2026년 3월부터 그린수소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3호 충전소는 서귀포 혁신도시 등에 마련된다. 이후 2030년까지 거점별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버스 회차지에 조성한 국내 1호 그린수소 충전소/사진=김유경 기자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버스 회차지에 조성한 국내 1호 그린수소 충전소/사진=김유경 기자
'탄소제로' 위해 수소 관련 스타트업도 육성
제주도는 모빌리티에서 시작한 청정에너지 전환을 1차 산업, 관광서비스업 등으로 확대해 나가며 그린수소 기반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산업을 빠르게 혁신하는 스타트업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인증 플랫폼을 운영하는 그리너리의 황유식 대표는 "유럽 수출을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은 필수가 되고 있다"며 "그린수소를 활용한 운송회사나 렌트카 업체는 물론 그린수소 에너지를 활용한 산업 모두 탄소배출 저감에 대한 크레딧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수소 관련 사업화를 추진하는 스타트업에게 이미 최적지로 꼽힌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할 뿐 아니라 수소 기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사업화를 위한 인프라와 투자 지원을 받기 수월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도 용인에서 청록수소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제로시스의 노용규 대표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흑돼지, 말 등의 가축분뇨나 귤껍질 등의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뽑아내 그린수소를 생산하려고 제주도와 협의중이다.

노 대표는 "메탄에서 수소를 생산하는데도 전기를 써야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저렴한 제주에서 하는게 유리하다"며 "특히 제주는 탄소제로를 지향하기 때문에 바이오가스에 필요한 분뇨와 귤껍질 등의 원재료를 수급하기 수월할 것으로 생각해 제주도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정환 엔클라이언 대표도 제주대학에서 천연가스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를 해오다 올 3월 창업했다.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에 선정돼 6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으며, 앞으로 바이오가스에서 메탄을 뽑아내 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도청이 추진하는 수소경제 육성과정에 스타트업이 큰 관심을 갖고 사업 기회로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한다"면서 "제주도는 기업이 그린수소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최적지로, 제주에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사업화와 기술실증(PoC)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원리 생산단지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는 튜브트레일러. 붉은색 실린더 1개에 약 20kg을 사용할 수 있는 수소를 담을 수 있다. /사진=김유경 기자행원리 생산단지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는 튜브트레일러. 붉은색 실린더 1개에 약 20kg을 사용할 수 있는 수소를 담을 수 있다. /사진=김유경 기자


85분 거리 15분만에 도착...아까운 시간 날리지 않게 'J-UAM' 뜬다

제주 성산 버티포트에 착륙 중인 UAM 예시 /사진제공=제주도청제주 성산 버티포트에 착륙 중인 UAM 예시 /사진제공=제주도청
#박재홍씨(37)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국제공항에 내린 그는 렌터카 센터 대신 공항 내 UAM(도심항공교통) 이착륙장을 찾았다. 가족과 함께 올라탄 UAM은 순식간에 하늘로 떠올랐다. 제주 푸른 바다와 한라산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감탄할 새도 없이 UAM은 목적지인 성산포항에 금새 도착했다. 차로 왔으면 80분 걸릴 곳을 15분만에 도착했다.

영화 속 얘기 같은 일이 제주에서 일어난다. 제주도청은 2025년까지 '제주형 UAM'(J-UAM) 상용화에 나선다. 이를 통해 UAM 산업 전후방에 필요한 eVTOL(추진체), 배터리,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이 집약된 공항 복합도시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K-UAM 컨소시엄 MOU…"2025년 관광형 UAM 띄운다"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UAM '버터플라이' /사진제공=한화시스템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UAM '버터플라이' /사진제공=한화시스템
제주도청이 UAM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9년 국토교통부·항공안전기술원이 주관하는 '규제샌드박스 드론 실증도시'로 선정되면서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드론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J-UAM 사업이 도출됐다"며 "K-UAM 그랜드챌린지에 발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K-UAM 그랜드챌린지는 국토부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2025년 UAM 상용화 지원을 위해 기획됐다. 모빌리티, 이동통신, 건설 등 각 분야 기업으로 구성된 총 7개 컨소시엄이 올해 8월부터 내년 12월까지 고흥군에서 1단계 실증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1단계를 통과한 컨소시엄들은 수도권 도심을 중심으로 2단계 실증사업을 진행한다.

제주도청은 지난해 9월 'K-UAM 드림팀 컨소시엄'(한국항공항공사·한화시스템·SK텔레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재 컨소시엄과 매월 실무회의를 진행하며, J-UAM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민관군으로 구성된 UAM 유관기관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제주도청의 목표는 2025년 관광형 J-UAM을 띄우는 일이다. 제주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제주 해안가와 주요 관광지, 마라도, 가파도, 우도, 추자도 등 부속섬을 잇는 노선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제주도청과 컨소시엄을 맺고 있는 한화시스템은 미국 UAM 업체 오버에어와 '버터플라이'를 공동 제작 중이다. 현재 실제 크기의 무인 시제기를 제작 중이다. 올해 말 시제기 제작 완료 후 지상 시험을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무인 비행시험에 착수할 계획이다.

관광 특화 J-UAM, 상용화 초기 비싼 운임장벽 넘는다
/사진제공=제주도청/사진제공=제주도청
전문가들은 제주가 UAM 상용화에 최적화된 지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UAM 상용화 초기 비싼 운임을 보완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호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대학원장은 "서울시에서 발표한 UAM 상용화 계획을 보면 김포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여의도, 잠실, 사당 등 거점별 버티포트(UAM 이착륙장)을 구축해 이동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그러나 제주는 단순히 이동 이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해안선을 따라 제주 바다의 다양한 모습과 한라산의 사계절 변화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생소한 항공관광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정규 한화시스템 부장 역시 "시범서비스 지역으로 제주를 선택한 건 제주가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관광자원 때문"이라며 "특히 제주공항과 기 보유한 관제 인프라를 활용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관광서비스에 이어 교통서비스까지 사업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장 필요한 건 속도감 있는 상용화…전후방 산업 기대"
J-UAM 상용화가 당장 국내 스타트업에게 기회를 가져다 주긴 어려워 보인다. 국내 UAM 실증 대상 기업이 K-UAM 그랜드챌린지 참여 컨소시엄이 한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터리, 관제 시스템, AI 자율주행 등 UAM 산업 전후방 분야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드론시스템(버티포트) △플라나(기체·운항) △로비고스(교통관리) △파인브이티(교통관리) 등의 스타트업은 이미 K-UAM 그랜드챌린지에 참여 중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UAM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제 걸음마를 막 시작한 단계로 당장 창업을 기대하긴 어렵다. 현재는 빠르게 실증을 마치고 상용화에 나서는 게 중요한 단계"라며 "J-UAM이 본격 시행돼 관련 생태계가 형성되면 자연스레 창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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