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 vs AZ, 폐암 치료제 경쟁 후끈… 올해 제대로 맞붙는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5.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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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 병용 용법 임상 3상 발표
이와 맞선 유한양행 렉라자, 올해 말 병용 시험 데이터 공개 예상
mPFS 값 중요할 듯… 약물 안전성도 변수

유한 vs AZ, 폐암 치료제 경쟁 후끈… 올해 제대로 맞붙는다


유한양행 (69,300원 ▼800 -1.14%)과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 경쟁이 다시 치열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화학 항암제 병용 임상 3상이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먼저 포인트를 따냈다. 1차 치료제 시장에서 타그리소 독주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이와 맞서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병용 임상 결과는 빨라야 올해 말 공개될 예정이다. 두 치료제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에 따라 양사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17일(현지 시각) 타그리소의 임상 3상 시험(임상명: FLAURA2)에서 환자 생존 기간이 크게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타그리소는 3세대 EGFR(표피성장인자 수용체)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 처방되는 1차 약제의 표준이자 계열 내 최고 신약(Best-in-class)이다. 지난해 54억달러(약 7조원) 매출을 올린 글로벌 블록버스터다.

이번에 아스트라제네카가 발표한 'FLAURA2' 임상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타그리소와 시스플라틴 등 전통적인 화학 항암제를 함께 투여한 뒤 타그리소 단독 용법 대비 효과를 비교하는 시험이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추후 학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화학 항암제 병용 용법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타그리소 단독 투여보다 더 좋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PFS(Progression Free Survival)란 암이 다시 진행하거나 또는 환자가 사망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항암제 효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이번 임상 시험이 의미 있는 이유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의 표준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타그리소 단독 투여가 1차 치료의 표준이기에 경쟁사들도 이에 맞춰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과 존슨앤드존슨(J&J)이 대표적이다. 유한양행 렉라자와 J&J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를 함께 투여하는 글로벌 임상 시험이 현재 진행 중이다. 타그리소 단독 투여와 직접 비교하는 진검승부다. 'MARIPOSA'라고 불리는 해당 임상 시험은 빠르면 올해 말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먼저 타그리소 병용 용법 임상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타그리소+화학 항암제 병용이 타그리소 단독 치료보다 효과가 뛰어날 경우 타그리소 단독 용법을 겨냥한 MARIPOSA 임상 시험은 상대적으로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유한 vs AZ, 폐암 치료제 경쟁 후끈… 올해 제대로 맞붙는다
다만 구체적인 데이터, 안전성, 투약 편의성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타그리소 단독 투여는 'FLAURA' 임상 시험에서 18.9개월 mPFS를 기록하며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때부터 '18.9'라는 숫자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에서 넘어야 할 하나의 기준이 됐다.

렉라자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LASER301' 중간 결과에서 20.6개월의 mPFS 값을 보였다. 리브리반트와 함께 투여하는 MARIPOSA 임상 시험의 mPFS 값은 25개월 전후에서 최대 30개월까지 달할 수 있다는 업계 추정도 있다.

FLAURA2의 mPFS 값도 30개월 이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FLAURA2보다 앞서서 67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2상 시험(임상명: OPAL)의 mPFS 값이 31개월이었기 때문이다.

OPAL 임상도 FLAURA2와 마찬가지로 타그리소와 화학 항암제를 병용 투여하는 시험이었다. 효과는 좋았지만 안전성 이슈가 있었다. 환자 10명이 부작용으로 투약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후속 임상 성격인 FLAURA2에서 안전성 문제를 극복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안전성 이슈에 투약 편의성까지 고려하면 타그리소 단독 용법이 계속 1차 치료 표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 타그리소는 먹는 알약 형태로 단독 투여 시 환자가 집에만 있어도 된다. 그러나 주사제인 화학 항암제를 병용하면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타그리소 단독 용법이 1차 치료제로 남는다면 이와 직접 비교하는 MARIPOSA 임상의 중요성도 유지된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요 1차 치료제는 타그리소 단독이고, 더 공격적으로 병이 진행되는 환자에는 FLAURA2의 용법이 더 적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MARIOPOSA 임상 시험의 데이터가 타그리소 단독 용법과 화학 항암제 병용 대비 얼마나 더 PFS를 늘리고, 안전성 데이터가 얼마나 덜 열등할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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