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 시장 성장하는데 소비자 보호는 '자율'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3.05.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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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커머스 시장 성장하는데 소비자 보호는 '자율'


#A 유통업체는 최근 황당한 고객 문의를 받았다. 타사에서 라이브커머스로 제품을 구매했는데, 영상이 사라져 본인이 구매한 상품 정보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판매자와 연락이 닿지 않자 소비자는 결국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A 유통업체에 연락했다. A 유통업체 관계자는 "우리 고객은 아니지만 소비자 만족을 높이기 위해 해당 제품 판매자에게 관련 문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이브커머스는 일반 상품 판매처럼 법의 규제를 받지만 실제로 이를 감독하는 주체가 없다는 점, 방송 후 '다시보기'가 불가능한 경우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지난 2020년 3조원에서 올해 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e커머스 시장은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라이브커머스는 판매자와 소비자간의 상호작용, 채팅창을 통한 소비자간의 바이럴마케팅 효과 등에 힘입어 고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브커머스는 일반 e커머스 판매처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을 적용 받는다. 라이브커머스는 그러나 일반 판매와 다르게 약 1시간 동안 한정 상품이나 구성을 단발성으로 팔기도 한다. 판매가 완료된 뒤에 판매자가 '다시보기' 영상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상품에 대한 상세 정보나 홍보 문구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플랫폼별로 운영 정책이 달라서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약 60% 점유하고 있는 네이버의 '쇼핑라이브'는 방송 종료 후에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판매자에게 직접 문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스마트스토어 입점자만 쇼핑라이브가 가능하다. 네이버에서는 하루에 800~900건의 쇼핑라이브가 이뤄진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도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인 만큼 스마트스토어를 키우기 위해 판매자들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CJENM 커머스 부문에서 운영하는 'CJ온스타일 라이브쇼핑'의 경우 방송 종료 후에도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판매 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상품처럼 검색은 안되지만 구매 내역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 오픈마켓인 G마켓은 판매 페이지는 사라지더라도 구매 내역에 대한 고유번호가 있어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방송 내용에 대한 심의도 플랫폼 자율에 달려있다. CJ온스타일 라이브쇼핑은 TV홈쇼핑이나 T커머스처럼 내부 방송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CJ온스타일 라이브쇼핑은 일주일에 약 70시간 진행된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내부 심의가 의무는 아니지만 소비자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쇼핑라이브는 건강기능식품, 의료 기기 등 일부 카테고리에 한해 사전 심의를 진행한다.


이 외에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실 확인을 위한 영상 보관 기간, 판매자 또는 소비자가 라이브 방송에서 문제 행동을 했을 때 제재 등이 플랫폼 자율에 맡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라이브커머스 시장 세계 1위인 중국은 플랫폼의 책임을 묻는 관련 법이 마련돼 있다. 소비자권익보호법과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플랫폼은 판매자에 대해 정기적 조사를 할 의무, 소비자에 대한 안전보장 의무를 다하지 않아 손해를 입힌 경우 책임을 부담할 의무, 라이브 방송 영상은 생방송 종료일로부터 3년 이상 보관할 의무 등이 있다.



신지연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라이브커머스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실시간 상호작용을 하면서 일반 판매 대비 구매력이 높아진다"며 "우리나라는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가 아직 작아 사업 육성이 먼저라는 시각도 있지만 소비자들은 플랫폼에 대한 신뢰에 기반해 라이커머스를 통해 물품을 구매하는 만큼 플랫폼들의 책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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