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2의 라덕연 게이트를 막으려면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3.05.19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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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8종목의 갑작스런 주가폭락으로 시작된 'SG증권발 셀럽 주식방 게이트' 여파가 이어진다.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라덕연 일당에게 투자한 이들만 1000명이 넘고, 불법 대리투자에 동원한 자금이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라덕연 일당과 무관하게 해당 종목들에 투자한 주주들이 입은 손실까지 더한 피해액은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검찰이 라덕연 일당의 범죄수익으로 특정한 금액만 1321억원이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범죄수익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게이트는 한국 주식시장 신뢰도를 급격히 떨어뜨린 자본주의적 참사다. 정부의 숙원사업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물건너갔다는 자조마저 나온다. 신뢰 회복의 시작점은 철저한 진상 규명이다. 라덕연과 최측근 인사뿐 아니라 시세조종, 투자사기에 가담한 범죄자들을 찾아내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들이 국내외에 은닉한 범죄수익을 찾아내 환수하는 조치 역시 중요하다. 국회는 조속히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는 노력도 필요하다. 라덕연 일당은 2020년부터 시세조종 표적으로 삼은 종목들의 주가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한국거래소의 현행 시장감시 시스템에서는 단 한 번도 이상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 라덕연이 유사투자자문사, 투자자문사 설립과 폐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는 금융당국의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머리를 맞대고 다각적인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조사·감시 인력을 확충하는 일차원적 대안에서 그쳐선 안 된다.



건전한 투자 문화와 윤리의식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라덕연 일당에게 투자한 이들 중 상당수는 전문직, 자산가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단 한 장의 계약서도 쓰지 않고 라덕연 일당에게 신분증, 공인인증서 등을 넘겨줬다. 계좌 인증수단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행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불법 행위다. 대다수가 라덕연 일당의 투자 종목과 방식을 모른 채 거액을 집어넣었다. 돈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그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 '위험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데서 온다'는 워런 버핏의 격언을 떠올렸다면 시세조종 가담자로 의심받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수첩]제2의 라덕연 게이트를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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