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슈퍼루키'는 야구가 재밌다... '인생투' KIA 윤영철이 더 무서워진다

스타뉴스 대구=안호근 기자 2023.05.18 07:31
글자크기
KIA 윤영철이 17일 삼성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KIA 윤영철이 17일 삼성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윤영철이 삼성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윤영철이 삼성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긴장하기보다는 재밌게 던지는 게 더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KIA 타이거즈 아기 호랑이 윤영철(19)을 평가하는 말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신입답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 6경기에 등판했을 뿐인 신인 투수는 긴장보다는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법을 깨달았다.

윤영철은 1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5⅓이닝 동안 92구를 뿌리며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쳤다.



데뷔 후 최다 투구수와 최다 이닝을 소화한 윤영철은 6회 다소 흔들리기도 했으나 흠잡을 데 없는 투구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충암고를 거친 윤영철은 전체 2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160㎞ 가까운 공을 뿌리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이 관심을 보인 김서현(19·한화 이글스)에게 많은 시선이 쏠렸으나 오히려 완성도는 더 높은 투수로 평가를 받았다.



시즌 평균 구속은 137㎞. 160㎞ 가까운 공을 뿌리는 라이벌 김서현(19·한화 이글스)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이는 윤영철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140㎞도 되지 않는 공으로 프로야구에서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디셉션 동작이 돋보이는 윤영철의 투구폼. /사진=KIA 타이거즈디셉션 동작이 돋보이는 윤영철의 투구폼. /사진=KIA 타이거즈
경기 전 김종국 감독은 "적응을 잘하고 있다. 투구수가 적으면 더 길게 가겠지만 5이닝 3실점 정도로 기대치를 두고 있다. 지금까진 무난히 적응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물론 모든 게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금 메카닉 등을 조정하긴 쉽지 않다"면서도 "시즌 후엔 체력적인 면이나 구속, 인터벌 문제 등에서 더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영철은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이날 입증해냈다. 이날 92구 중 속구는 42구, 최고 시속은 141㎞까지 나왔다. 변화구는 슬라이더(28구)와 체인지업(16구)에 커브(6구)까지 고루 섞으며 삼성 타자들을 괴롭혔다.

3회말 투구가 돋보였다. 1사에서 김지찬에게 볼넷, 이재현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으나 피렐라에게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을 던져 중견수 뜬공, 구자욱에겐 높은 속구로 방망이를 끌어내며 좌익수 플라이를 유도하며 스스로 불을 껐다.

4,5회 또 다시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윤영철의 투구수는 82구. 6회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오른 윤영철은 불어난 투구수 때문일까. 이재현과 피렐라에게 연속 안타를 내줬다. 구자욱을 유격수 팝플라이로 잡아낸 그의 투구수는 92구. 지난달 21일 광주 삼성전 91구를 넘어선 최다 투구수이자 직전 3경기의 5이닝을 넘어선 최다 이닝 소화이기도 했다.

윤영철 투구 장면. /사진=KIA 타이거즈윤영철 투구 장면. /사진=KIA 타이거즈
공을 넘겨 받은 전상현의 폭투 때 3루를 파고들던 이재현이 아웃되며 승계주자 한 명이 사라졌고 강한울의 땅볼 타구 때 1루수 황대인의 포구 실책을 틈타 2루 주자 피렐라가 홈을 파고 들었다. 윤영철의 실점이 1로 기록됐다. 그러나 실책이 아니었다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자책점으론 남지 않았다.

전상현이 흔들리며 2점을 더 내줬으나 6-3 리드로 6회말을 마무리해 윤영철은 승리 투수 요건을 지켰다. 9회말엔 정해영이 3실점했으나 최지민이 2타자를 완벽히 잡아내며 생애 첫 세이브와 함께 윤영철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경기 후 김종국 감독은 "상대타선을 최소 실점으로 잘 막아내면서 선발투수 역할을 너무나도 잘 해줬다"며 "등판을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이 고무적"이라고 칭찬했다.

많은 경험을 어떤 선배들보다도 마운드 위에서 침착하다. 떨지않고 공격적으로 타자와 승부하고 그 결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윤영철의 답변은 놀라울 정도였다. "고등학교 때도 많은 경기에서 던져봤고 큰 경기에서도 많이 던지다보니 긴장이 되기보다는 좀 더 약간 재밌게 던지는 게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인 투수가 프로의 무대에서 즐기고 있다는 말 자체가 얼마나 그릇이 남다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이닝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이날은 구속도 평소보다 더 잘 나왔다. 윤영철은 "전 경기까지는 좀 더 힘 빼고 가볍게 던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렇게만 던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오늘 컨디션도 괜찮아서 조금 더 힘을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최고 구속이 141㎞에 불과한 공을 앞세워 어떻게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어느 정도 제구가 되고 코스 공략이 되고 있다"며 "(타자들이) 한 타이밍만 노리는데 그게(타이밍이) 좀 안 맞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속구와 변화구 중 무엇이 더 자신있을까. 윤영철은 "그래도 던지라고 하면 속구가 좀 더 자신 있다"며 "더 많이 던졌기도 하니까. 변화구도 어느 정도 (완성도가) 됐기 때문에 다 자신 있다"고 전했다.

첫 두 경기 8이닝 동안 7실점했지만 이후엔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던지며 2승을 챙겼다. 무엇이 좋아졌을까. 윤영철은 "일단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처음에는 존도 고교 때에 비해 좁아지고 약간 애매한 공도 많았다"며 "지금은 존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많이 던지다 보니까 자신감이 더 많이 붙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다음주 쯤 윤영철을 1군 엔트리에서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별 관리를 받는 셈이다. 미래가 창창한 선수이기에 무리시키지 않고 조절을 해주는 것. 윤영철은 "관리해 주시는 거니까 한 턴을 거를 때 좀 더 잘 쉬면서 그 다음 경기를 더 잘 던지려고 해야 한다"며 "아직 많은 경기는 안 했지만 꾸준히 던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많은 기회를 주시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직은 야구가 재밌기만 한 윤영철. 원정 일정을 소화하는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윤영철은 이렇게 답했다.

"재밌다. 야구를 맨 앞에서 볼 수 있으니까."

KIA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KIA 윤영철. /사진=KIA 타이거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