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만 1시간 넘게 기다린 범인…7년 전 '강남역 묻지마 살인' 진실은[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3.05.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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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당시 피의자였던 김모씨가 2016년 5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당시 피의자였던 김모씨가 2016년 5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7년 전인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주점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모르는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화장실에 간다며 나가 돌아오지 않는 피해 여성을 찾으러 갔던 지인이 숨져 있는 여성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부근 CC(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해 용의자를 30대 김모(당시 34)씨로 특정했고 당일 오전 11시쯤 그를 검거했다. 경찰 초기 조사에서 김씨는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라고 진술했고 여성혐오 논란 등 파문을 일으켰다.

범행 장소서 1시간 이상 '왔다 갔다'…女만 기다린 범인
사건 당일 새벽 1시 20분쯤 서초동에 있는 한 상가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A씨가 숨졌다. 발견 당시 A씨는 흉기로 왼쪽 가슴 부위를 2~4차례 찔려 피를 흘리며 변기 옆에 쓰러져 있었다.



A씨는 1층 주점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2층 노래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있는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갔다 변을 당했다.

강남구의 한 식당 종업원이었던 김씨는 사건 전날 저녁 이 식당 주방에서 흉기를 갖고 나와 배회하다가 오후 11시 40분쯤 범행 장소인 상가 건물 2층 공용화장실로 향했다.

그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피해 여성이 화장실을 이용하러 오기까지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그 앞에서 서성였다. 이후 여성이 화장실에 들어가자 뒤따라가 들어가 흉기를 무차별로 휘둘렀다.


김씨의 범행은 불과 3분 만에 끝났고 그대로 현장에서 도주했다. 하지만 체포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김씨는 범행 약 10시간 뒤인 오전 11시쯤 잠복 중이던 경찰에 체포됐다.

"원한 없었다, 미안하긴 한데 반성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관련 강남역10번출구에 추모 메모가 붙어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관련 강남역10번출구에 추모 메모가 붙어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김씨는 경찰 조사부터 대법원판결에 이르기까지 죄책감이나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해 공분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는 현장 검증에서 현재 심정에 관해 묻자 "그냥 뭐 담담하다. 차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망한 피해자에 대해 개인적 원한이나 감정은 없다"며 "어쨌든 희생됐기 때문에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에서 피해자 유족 진술 중에는 진지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이에 피해자 오빠가 고성과 욕설을 내뱉으며 질타해 재판이 잠시 휴정되기도 했다.

최후 변론에서는 "어린 여자와 가족에게 미안하다"면서도 "마음 아프다는 생각은 들지만 반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는 웃음을 보이는 등 유족을 기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하던 김씨는 대법원까지 간 끝에 최종 징역 30년형이 확정됐다. 또 치료감호·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20년 부착 명령도 내려졌다.

김씨는 1999년 처음 정신 질환 증상을 보인 뒤 2009년 조현병의 일종인 '미분화형 조현병'을 진단받은 후 여러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에서 심신상실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자라서 죽었다" vs "정신 이상자의 개인 범행일뿐"
2016년 6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린 '여성혐오세상을 뒤엎자' 집회에 참석한 참석자의 기타에 리본이 묶여 있다. /사진=뉴스1  2016년 6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린 '여성혐오세상을 뒤엎자' 집회에 참석한 참석자의 기타에 리본이 묶여 있다. /사진=뉴스1
이 사건은 '여성혐오' 논란을 불러왔다.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여자들이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일부 여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성 혐오가 '묻지마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이들은 "피해자는 여자라 살해당했다" "나도 여잔데,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내가 피해자가 됐을 것" 등 반응을 쏟아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신 질환이 있는 범죄자 행동을 여성 혐오로 일반화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도 "김씨가 2008년부터 조현병으로 4차례 걸쳐 입원한 기록이 있다"며 "알려진 대로 '여성혐오 살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후 추가 조사를 더 벌인 경찰은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결론 냈다.

여성 혐오범죄냐, 정신이상자의 묻지마 살인이냐는 최근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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