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에 설탕 가격 폭등, 구제역까지…"물가 또 뛸라"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3.05.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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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요금인상을 골자로 한 2023년도 2분기 전기, 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대책 발표하고 있다. 2023.05.15.[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요금인상을 골자로 한 2023년도 2분기 전기, 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대책 발표하고 있다. 2023.05.15.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을 일제히 올리기로 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 설탕 가격 급등에 따른 식료품 가격 상승, 구제역으로 인한 축산물 가격 상승 우려가 겹치며 둔화하던 물가상승률이 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16일부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아워)당 8원, 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각각 인상한다고 15일 밝혔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전체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13.1원 인상(가스요금은 유지)했다. 이에 따라 1월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전년동월대비 28.3% 뛰며 전체 물가를 0.93%포인트(p) 끌어올렸다. 지난달에도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23.7% 오르며 전체 물가를 0.8%p 높였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최근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4%로 내려 잡으면서 주요 이유로 '전기요금 인하 연기'를 꼽았다. KDI는 올해 전기요금이 1·4·7·10월 총 4차례 kWh당 13원씩 연간 52원 인상하는 것을 전제로 연 3.5% 물가 상승을 예상했는데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시기가 미뤄진 점을 고려해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1%p 하향 조정했다.

설탕 가격 급등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4월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49.4p로 전월(127.0) 대비 17.6% 올랐다. 2011년 10월 이후 11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기후 변화로 설탕 원료인 사탕수수 작황이 악화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설탕 가격이 오르면 설탕을 원재료로 하는 빵·과자·음료 등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슈거플레이션(sugar+inflation) 우려가 커졌다. 최근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는 일부 식품기업에 설탕 공급 가격 인상 협조 공문을 보냈다. 식품기업들은 당장은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설탕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현행 가격 유지를 장담하기 어렵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구제역이 발생한 11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한 한우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023.05.11.[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구제역이 발생한 11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한 한우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023.05.11.
4년여 만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축산물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충청북도 청주 소재 한우 농장 5곳과 충북 증평군에서 구제역이 잇달아 발생했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여 만이다.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됐던 지난 2010~2011년에는 350만 마리 이상 가축 살처분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가격이 약 40% 오르고 관련 가공품 가격도 10% 이상 올랐다.

이처럼 물가 자극 요인이 겹치면서 최근 둔화세를 보였던 물가 상승률이 다시 뛸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년동월대비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를 찍은 후 점차 둔화해 지난달 14개월 만에 3%대(3.7%)로 내려왔다.

물가 하방 요인으로는 석유류 가격 안정세가 꼽힌다. 그러나 국제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9월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불안 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안정 기조 안착'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관리하고 주요 식품원료 할당관세 인하·연장, 통신비 등 생계비 경감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에 설탕 가격 폭등, 구제역까지…"물가 또 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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