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FRC가 SVB보다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지도 않다. 일단 자산 규모는 4월13일 기준 FRC가 2291억달러로 SVB 1754억달러(지난해말 기준)보다 많다.
물론 FRC 사태 이후에도 주식과 외환 등 국내 금융시장에는 큰 동요가 없었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은 세계적인 IB(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몰락에도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위기의 내성화' 과정을 겪고 있는게 아닐까 우려된다. 국내 금융시장이 튼튼하다고 하지만 위기의 징조들은 서서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특히 체력이 약한 곳은 징조가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예가 저축은행 업계가 1분기 손실을 기록, 9년만에 적자전환했다는 점이다. 79개 저축은행들은 1분기 600억여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말 예금금리가 갑작스럽게 뛴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저축은행은 금융권의 '약한' 고리 중 하나다. 카드사도 고금리 불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분기 적자를 기록하진 않았지만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은행권도 안심할 순 없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순이익이 소폭 늘었지만 이자이익은 감소했다. 그동안 은행권의 버팀목이던 '이자장사' 역시 순탄치 않음을 보여줬다. BNK·DGB·JB금융 등 3대 지방금융지주 순이익은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는 2021년 하반기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도 그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려 0.5%였던 기준금리는 2년도 안돼 3.5%로 3%포인트 올랐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세는 꺾였고 시장금리도 더이상 오르진 않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 '고금리'는 이제 시작이다. 하반기엔 고금리, 고물가가 가져올 부실이 금융권을 본격적으로 덮칠 수 있다. 9월엔 코로나19 비상사태로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도 마무리된다. 이미 높아진 연체율이 가파르게 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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