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핵심 역할을 한 것은 단연 '신명품'이었다. 독점 수입 브랜드인 아미·메종키츠네·톰브라운·르메르 등이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캐주얼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면서 자체 브랜드인 빈폴을 비롯한 남성복 등도 실적 성장을 뒷받침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분기 셋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1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줄었다. 영업이익도 1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했다. 수입 패션 브랜드 부문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3%가량 줄어든 영향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고가 수입 패션과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액 비중은 60% 수준으로 업종 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전개 중인 수입 브랜드가 타사 대비 많다. 그중에서도 효자 브랜드 중 하나였던 '셀린느'와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실적 타격이 불가피했다. 증권가에서는 수입 패션 부문 내 셀린느의 매출 비중을 30%가량으로 추정한다.

삼성물산도 매출 수백억원대 효자 노릇을 했던 수입 브랜드 '톰브라운'와 결별한다. 다음달 말 유통 계약이 종료되면 톰브라운은 국내에서 직진출을 하게 된다.
다만 삼성물산은 톰브라운과 '리테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셀린느와 같은 매출 부진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오는 7월부터 톰브라운의 상품 발주부터 유통 전략, 매장 및 인력 운영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는 데 이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는 까닭이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오는 7월 이후에도 삼성물산이 톰 브라운의 옷을 팔지만 기존에 발생하던 매장 관리나 마케팅, 투자 비용은 톰브라운 코리아에서 부담한다"며 "톰브라운 직진출에 따른 재무적 영향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 회사들이 직진출 위험에도 불구하고 수입 브랜드 발굴에 열중해 온 까닭은 브랜드 수명주기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잘 관리해 두면 트렌드에 맞게 각 브랜드의 전성기 실적을 누릴 수 있어서다. 또 수입 브랜드 대비 마진이 높은 자체 브랜드를 전개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주요 수입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면 자체 브랜드까지도 포함해 백화점 등 주요 유통사와 매장 운영 관련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톰브라운과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배경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만 수입 패션에서 4개 이상, 화장품에서 3개 이상의 신규 수입 브랜드를 론칭하며 해외 패션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중 첫 번째 브랜드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꾸레쥬(Courreges)가 낙점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꾸레쥬 와 국내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9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꾸레쥬의 국내 첫 정식 매장을 연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당장 이들 수입 브랜드가 실적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하겠으나 향후 기존 브랜드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